요즈음 연일 이어지는 바쁜 업무 처리로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바쁜 건 일이 있다는 것이고 일이 있다는 건 개업변호사인 나의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쳇바퀴같이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헌법 제10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에 따라 내가 과연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가를 이따금 생각해 본다. 물론 물질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왕이면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욕심, 권력을 소유하려는 노력 등도 그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궁극적으로는 행복을 누리기 위한 수단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연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른 현상은 청년실업의 심각성,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 한쪽에서는 로또 아파트 분양, 다른 한쪽에선 대량의 미분양 사태, 소득 양극화 문제,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 등이 연일 방송이나 신문 등의 매스컴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해결할 수 없는 범국가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지금의 이러한 범국가적인 문제를 한국 사회가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현대 한국 사회에 산적한 많은 문제가 있지만 가장 시급한 화두 중에 하나가 바로 일자리 문제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은 세계경제순위에서 2017년 IMF에 의한 GDP 기준으로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며 또한 수출강국이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순위 뒤에 그동안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뒷받침하였던 조선, 해운, 자동차 등의 주요 산업은 최근 수년간 주춤거리며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주요 산업의 쇠퇴는 해당 산업이 자리잡고 있는 지역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고, 대량의 실직사태와 고용안정성 등과 같은 실업문제에 직격탄을 날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인간은 노동의 동물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지배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노동은 의식주의 해결을 전제로 할 때에 비로소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에는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갖추기 위해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이는 더 나아가 사회적 갈등과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행복’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린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물질적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행복’이 반드시 물질적 만족을 통해서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물질적 조건이 충족되면 물질적인 것을 넘어선 다른 의미의 ‘행복’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을 통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위의 답은 추상적이며 공허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이것이 작금의 대한민국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정확한 해결책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생우우환 사우안락(生于于患 死于安樂 : 어려운 상황은 사람을 분발하게 하지만 안락한 환경에 처하면 쉽게 죽음에 이른다)’의 정신을 떠올려 본다. 힘들고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지만, 삶의 궁극적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행복을 찾아가기 위해 항상 분발하는 삶의 태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창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