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 프로축구발전을 위해 힘쓰고 계시는데, 어떤 점이 많이 다른가요.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이후에 잠시 쉬다가 프로축구연맹 부총재를 맡게 되었는데 예전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있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축구관련 단체들을 보면 대한축구협회를 비롯하여 프로연맹, 대학연맹, 실업연맹, 여자연맹 등 다양한 단체들이 존재합니다.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이 축구협회와 프로리그를 관장하는 단체로 단순화 되어 있는 것과는 달라요. 그래서 과거에 프로축구, 아마축구, 축구협회 사이에 복잡한 문제들이 존재했고, 예를 들어 선수 차출 등에 있어 갈등 상황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많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저도 그동안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결국은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이 중심축이라고 볼 수 있고, 선수 차출 문제 등은 규정을 마련하여 풀어가고 있는 거죠. 이른바 축구 선진국이라고 하는 국가들과 같이 FIFA 규정을 기본적으로 따르고 우리의 실정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정하여 적용하는 식입니다. 이런 규정을 바탕으로 협조하고 이해하는 상황에서 운영을 하고 있어서 현재는 큰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프로축구 K리그의 인기가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에 많은 축구팬들이 아쉬워 하고 있습니다. K리그의 융성을 위해서 연맹에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K리그는 현재 활성화가 많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바닥을 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2002년 월드컵 직후에 인기가 올라가기도 했지만 2010년 이후 악재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어 승부조작이나 심판매수 사건 같은 것들.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들은 감출 것이 아니라 반드시 털고 개선해야만 하는 문제들이에요. 일부 구성원들이 알게 모르게 휩쓸려서 문제를 일으킨 상황들이 있었는데 이런 어려움들은 과거 유럽리그나 다른 프로리그들도 다 겪고 힘들게 극복을 해나가야 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부분들을 깨끗하게 정화하는 게 맞습니다. 일례로 K리그에서는 VAR이라는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해서 경기 중 벌어질 수 있는 승부조작 상황들을 감시하고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K리그에서 승부조작이나 심판매수는 이제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비디오 판독을 실시간으로 하면서 이상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조치하고 심판들이 자의적으로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최소화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VAR로 판독 후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심판진이 논의를 하고 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거죠. 판정 번복도 가능합니다. 이런 신뢰회복 노력 이외에도 K리그의 인기가 밑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프로축구연맹은 기초를 튼튼히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관중실태를 대충 집계했는데, 지금은 정확하게 실관중, 즉 유료로 입장한 실관중을 집계합니다. 통계를 내보니 재밌게도 전체 관중수는 줄었지만 유료 실관중은 증가추세에 있어요. 그동안 부풀려진 부분이 있다면 이를 배제하고 투명하게 가자는 방침입니다. 또 각 구단에 유소년 축구를 의무적으로 육성하게 하고 있고 앞으로 연맹 차원에서 유소년 교육에 관한 매뉴얼을 만들어 유소년을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된다는 것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의 축구 저변이 넓어지고 발전할 수 있겠죠. 연고지 정착도 큰 과제 중에 하나입니다. 프로야구 같은 경우 대도시 위주로 해서 연고지 정착을 잘 했는데 프로축구는 초창기에 구단이 이리저리 연고지를 옮기는 문제가 있었고, 서울이라는 큰 시장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 실수가 있었어요. 이외에도 기초를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CEO아카데미를 비롯하여 마케팅, 지도자 교육 등 11가지 이상 교육과정을 세분화하여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관중 문제인 것 같아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나 일본 J리그는 축구 불모지나 다름없던 곳인데 현재는 깜짝 놀랄 정도로 발전했어요. MLS 사무국도 방문해 보았는데 시애틀 사운더스 구단은 평균 관중이 4만 5천 명이나 됩니다. 미국도 한 번 실패했던 이력이 있는데 예전에 뉴욕 코스모스라는 유명한 팀이 있었어요. 슈퍼스타인 펠레와 베켄바우어 등도 영입했을 정도였지만 결국 실패했어요. 그러다 1994년 미국월드컵을 계기로 해서 다시 프로축구리그를 재편성했습니다. 유명 선수를 비싼 가격으로 사오던 것을 탈피하고 자체적으로 선수 육성을 하면서 기초를 강화하고 연봉도 샐러리캡까지 시행하면서 건전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거죠. 최근에는 애틀랜타에 7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이 새로 생겼고 연일 만원 관중이에요. 일본도 전통적으로 야구 인기가 압도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축구 인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축구 자체가 워낙 기본적으로 인기 스포츠이기 때문에 우리 K리그도 노력하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너무 심각한 이야기만 여쭤본 것 같은데 부총재님의 해외 진출 일화가 궁금합니다. 1980년부터 83년까지 네덜란드의 명문구단인 PSV아인트호벤에서 선수생활을 하셨는데, 한국축구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던 시기에 어떠한 계기로 해외에 진출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때 당시에는 정말 ‘맨땅에 헤딩했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우리 축구가 세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어요. 제가 1980년에 진출했는데 그보다 1년 전인 79년 초에 차범근 감독이 먼저 독일에 진출했었고, 차감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아시아 축구 자체가 유럽에서 굉장히 생소했고, 차 감독 이전에 오쿠데라라는 일본 선수가 독일에 간 것이 유일했는데 차범근 감독이 다름슈타트를 거쳐 프랑크프루트로 가면서 잘했던 거예요. 유럽에서는 아시아 축구를 저 밑으로 봤는데 의외로 잘했고 몸값 대비 활약상이 매우 좋았던 거죠. 그래서 유럽에서 우리 축구에 흥미를 가지면서 알아보니 이러이러한 선수가 있다고 하니까 교민들을 통해서 저에게 초청장을 보낸 게 진출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에이전트가 어디 있습니까.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없이 교민들이 알음알음 도와줘서 유럽에 가게 됐고 입단 테스트도 거쳐야 했어요. 네덜란드의 PSV아인트호벤과 독일의 빌레펠트, 이 두 군데 초청장을 받아갔는데 엉뚱하게도 독일의 보쿰팀에서 테스트를 받고 바로 합격해 버렸어요. 보쿰에서 당장 계약을 하자고 했는데 그래도 같은 독일 팀은 그렇더라도 네덜란드에서도 초청장을 받았고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고 말해서 보쿰팀과는 독일 내에서 다른 팀으로 가지 않고 더 좋은 오퍼가 온다면 보쿰과 상의 하겠다는 가계약서를 써준 다음 네덜란드로 갔죠. 편한 마음과 유리한 입장에서 테스트를 받을 수 있었고 연습경기 한 경기로 입단 제의를 받았습니다. 네덜란드가 계약 조건이 더 좋고 훈련장 등 환경이 너무 좋아서 그리로 가게 됐죠. 그런데 처음에는 상당히 고전을 했어요. 축구보다는 말이 안 통하는 게 제일 컸습니다. 네덜란드어가 굴리는 소리가 많고 굉장히 어려워요. 그것을 당시만 하더라도 영어를 통해서 다시 네덜란드어로 배워야 해서 더 어렵더군요. 언어 커뮤니케이션 등 문제로 초반 4개월 정도는 후반 교체투입 경기만 했어요. 그래도 옆집 사람 도움도 받고 구단주가 녹음기와 그림책을 줘서 4개월 정도 공부하니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이 되더군요. 그때 네덜란드에서 다들 한국사람 머리 좋다고 했어요(웃음). 그때부터 주전으로 뛰기 시작했고요.

그럼 포지션은?
제 자랑같지만 제가 원조 멀티플레이어입니다. 대표팀에서 골키퍼 빼고 전 포지션을 다 볼 수 있었어요. 최근에 멀티플레이어로 불렸던 유상철, 박지성 선수보다 더 많은 포지션을 본 거죠(웃음). 최전방 스트라이커, 좌우 윙, 중앙 미드필더, 좌우 풀백, 중앙 수비수까지 다 할 수 있었어요.

축구팬들의 기억 속에는 국가대표로서 1986 멕시코월드컵 당시 마라도나와 터프한 대결을 하신 게 인상깊게 남아있는데 당시 직접 상대해 본 마라도나의 축구실력은 어땠나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게임이 안 되는 게임이죠. 마라도나는 차원이 다른 선수, 제가 뛰어넘기에는 너무나 스페셜한 슈퍼급 선수였어요. 그러한 슈퍼급 스페셜한 선수들을 꼽아보면 펠레, 마라도나, 가린샤, 보비찰튼, 플라티니, 요한 크루이프 등이 있고 현역으로는 호날두, 메시 등등이 있는데, 정상적으로는 도저히 막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다소 과격한 몸싸움으로 상대를 위축시키는 플레이를 할 수밖에 없었죠. 리마인드해 보면 86년 월드컵에서 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우승까지 시켰는데 원맨쇼를 한 거예요. 그럼에도 우리나라와 할 때 가장 못했죠(웃음). 골도 못 넣었고. 잉글랜드전이나 다른 경기들과는 다르게 전혀 못했어요. 이 선수는 고무공, 특히 탄력있는 찰고무를 연상시키는 선수예요. 키는 작지만 몸통이 정말 두껍고 부딪히면 튕겨나가는 느낌을 받았어요. 부딪히면 탕탕 튕기는. 발재간이 정말...공이 발에서 30센티 이상 떨어지지 않죠. 그러니까 달려들어서 빼앗을 수가 없는. 달려들면 툭툭치면서 피하니까! 당시 잉글랜드 전에서 마라도나가 두 번째 골을 하프라인부터 6명을 제치고 넣었는데 이 장면을 볼 때 단순히 멋있다고 할 게 아니에요. 선수들 입장에서 볼 때 어떻게 제쳤는지를 보면 상당히 흥미로워요. 상대의 무게중심을 역으로 이용하면서 무너뜨리는 기술이 탁월합니다. 그 큰 체구의 잉글랜드 선수들이 꼼짝 못 하고 마치 그냥 비켜주는 듯이 당하잖아요. 참 훌륭한 선수였고 1대 1로 막기에는 굉장히 힘든 상대였어요. 그리고 다시 본 게 2014년 남아공 월드컵이죠(웃음).

 여담이지만 인터넷에 남아공 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부총재님을 보고 마치 무서운 사람을 본 것처럼 황급히 피하는 사진이 있던데 당시의 진실은 어떤 것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건 일종의 제스쳐였어요. 먼저 마라도나 쪽에서 도발을 한 거예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마라도나는 선수로서도 유명했지만 지도자로서도 단수가 위에 있었다라는 것을 느꼈던 장면이에요. 경기 전부터 86년 월드컵에서 태권축구에 당했다면서 어필을 하고 언론플레이를 많이 하더군요. 노이즈 마케팅을 한 거고 그건 결국 우리나라와 경기를 앞둔 심판들한테 판정에 부담을 느끼게 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거예요. 경기 당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을 어필하고 과장된 몸짓을 보이길래 같이 거기에 맞대응한 것입니다. 사실 제가 한 그 손짓은 마라도나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기심에게 마라도나의 행동이 너무 과장되었다는 어필을 한 거였어요. 제 축구인생에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 인물인 것 같아요(웃음).

선수로는 마라도나를 상대해 보고 감독으로는 메시를 상대해 보셨는데, 솔직히 누가 더 잘하나요?
이 문제는 시대가 달라서 단순비교하기는 어렵죠. 축구스타일도 큰 변화가 있었고. 그래도 현장에서 보고 느낀 걸로 보면 평가는 할 수 있어요. 마라도나는 아까 이야기했 듯 이 고무공같이 튀는 듯한 탄력이 있는 선수라면 메시는 참 여우 같아요. 영리하고 지능적이라는 이야기예요. 마라도나 같은 탄력은 떨어지지만 볼을 다루는 기술은 거의 같은 수준이고, 상대의 중심을 역이용하는...메시는 아무래도 왜소한 느낌이 있지만 그것을 적절히 잘 이용하는 거죠. 누가 낫다고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각자의 평가방법이나 선호도에 맡기는 것으로 하고 둘 다 위대한 선수들이라고 정리하시죠(웃음).

많은 사람들이 축구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유소년 축구의 발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아이들이 처음에 어떤 방법으로 축구에 입문하고 좋은 선수로 나가려면 어떻게 축구를 배우게 해야 바람직한지 여쭙고 싶습니다.
운동을 하면 머리가 나쁘고 불량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 예전의 인식이었어요. 운동하는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거죠.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변화하는 시기입니다. 공부 안 하고 운동만 하던 시대는 지났어요. 축구 가 아닌 다른 교육에서도 그렇습니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를 봐도 어렸을 때 다양한 클럽, 체육 활동을 의무적으로 하면서 공동체 의식, 스포츠맨십을 기르고 자신의 소질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어린나이부터 운동을 시작해서 성공 못하면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가 됐는데 이건 잘못된 겁니다. 바람직한 방향은 어렸을 때 다양하게 취미활동으로 건강도 기르고 내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사회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봐요. 그러다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특별한 자질이 있다면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고 자질이 없다면 건전한 취미로 즐기는 방향이 좋은 거죠. 아까도 말씀드렸는데 연맹에서도 프로 산하 유소년 축구 지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어렸을 때는 체력적으로 과부하가 되는 심한 운동을 하지 못하게 하고 기본 기술에 중점을 두고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그런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봐요.

 지도자 시절 박지성, 이을용, 구자철 선수 등 남들이 주목하지 않던 선수들을 발굴하고 대형스타로 키워내셔서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허카우터’라는 별명도 얻으셨는데요, 선수들의 잠재력을 알아본 비결이 무엇일까요?
저는 원칙을 따릅니다. 그리고 원칙 이전에 저의 제자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길을 인도하려고 했습니다. 지도자라면 애정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선수를 볼 때 네 가지 정도 기준이 있는데 상당히 효과적이었고 큰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없었습니다. 첫 번째는 지능입니다. 예전에는 운동선수라고 하면 체력을 먼저 봤지만 지금 시대에는 지능이 없으면 성공하지 못 합니다. 시험 잘치고 공부 잘하는 지능이 아니라 축구선수로서 필요한 지능의 의미예요. 두 번째는 체질입니다. 축구는 90분 내내 몸싸움하고 달리고 숨이 목까지 차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체력적인 것은 어린 선수들을 볼 때 완성되지 않았죠. 그럼 체질을 본다는 의미는 뭐냐면 회복능력이 얼마나 좋을까 본다는 거예요. 간단히 말해서 두 선수가 100미터를 전력으로 질주했을 때 한 명은 10초 후에 회복하고 다른 한 명은 20초 후에 회복한다면 이것이 회복 능력의 차이인데 이게 엄청난 차이를 가져옵니다. 10초면 전력 질주로 상대편 골대까지 한 번 갈 수 있는 시간이니까 10초 만에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20초 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보다 더 많은 활동량을 가져갈 수 있는 거죠. 그런 점을 보는 겁니다. 세 번째는 소질을 봅니다. 이건 타고난 축구 센스가 얼마나 뛰어난가의 문제이고 볼을 다루는 감각이나 임기응변을 보면 소질이 나타납니다. 네 번째로 보는 것이 성격인데 앞의 세 가지를 다 갖추고 있어도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이면 성공하기 힘들어요. 적극적인 성격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노력도 더 하고 근성있게 경기에서 뛸 수 있는 겁니다. 이 네 가지를 기본적으로 보면 선수들의 성패 여부가 어느 정도 판단이 됩니다. 이렇게 많은 선수들이 제 밑에서 커왔고 현재 프로 감독, 선수들 대부분이 제 제자들인데 그런 것을 보면 나도 좋은 일을 해왔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웃음). 그래서 아마도 그런 과분한 별명이 붙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대한민국 최초의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끌어내셨는데 이번 러시아 월드컵 전망과 16강 진출을 위해 대표팀이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않고 감동을 주는 것은 선수단 내에 성패가 있다고 봐요. 얼마나 내부적으로 준비를 잘하고 당면한 문제에 잘 대처하는지가 중요하고, 세부적으로 전체가 하나될 수 있는 조직력을 잘 갖춰야 합니다. 수비조직력이 특히 중요하고, 이것은 수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선수단이 유기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조직력의 문제이고 상대방의 키 플레이어들에 대한 대비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조 편성에 대한 부분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옥의 조라고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최상은 아니지만 절대 나쁘지 않다는 겁니다. 우선 독일이 있는 것은 좋습니다.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이 스웨덴, 멕시코를 다 이긴다면 전혀 나쁘지 않죠.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나이지리아, 그리스를 다 이겨서 우리에게 유리했던 것과 마찬가지예요. 결국 독일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이 한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것인데 스웨덴은 플레이오프에서 이태리를 제치고 올라왔지만 실제 경기내용을 보면 이태리에게 많이 당했습니다. 이태리보다 전력이 뒤쳐져요. 강팀이기는 하지만 압도적으로 날카롭고 위력적인 팀이라기보다는 다소 투박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해 볼 만한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멕시코는 저도 대표선수 때 친선경기도 해봤고 98년 월드컵 때도 선취골 후 갑작스러운 퇴장이 없었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멕시코 선수들은 기술이 좋지만 체구가 작고 우리가 멕시코보다 경기력 측면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 볼 만하고 조 편성도 충분히 16강을 노려볼 만 하다고 봅니다.

인터뷰 후기 - 지면에 옮기기에 한계가 있지만 1시간에 걸친 인터뷰 동안 허정무 부총재님의 축구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과 무한한 애정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르신 분의 탁월한 식견을 직접 듣다보니 존경심과 함께 앞으로 허정무 부총재님께서 K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역할을 하시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한국 프로축구의 융성과 허정무 부총재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