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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에지(Black Edge)/『실업이 바꾼 세계사』를 읽고미공개 중요 정보와 기울어진 운동장

국내 상장 기업 총 2,100여 社. 한해 공시 건수 총 34,000여 件(’17년).
주요 언론사·인터넷 뉴스의 보도 내용 및 애널리스트의 기업분석 보고서, SNS까지 증권시장에는 매일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다양한 정보 중에서도 가장 가치 있는 정보, 돈이 되는 정보는 무엇일까? 그것은 ‘나만 알고 있는 정보’이다.
정보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 A제약회사가 “국내 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성공했다”는 정보가 있다. 이는 향후 A회사의 기업 가치가 높아질 것이고, 주가도 상승할 것이라는 합리적 기대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주식시장 참여자들은 A주식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이러한 정보를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B바이오회사는 몇 년간 공들인 ‘바이오제네릭(복제약) 임상시험에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B회사의 주가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B회사의 주주들은 보유 주식을 내다 팔고, 헤지펀드는 공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기업 내부정보는 주가와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다. 특히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중요한 정보가 주가에 반영되기 전 이를 이용하는 경우 정보보유자는 시세 차익을 크게 얻거나 발생 가능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이는 출제 ‘예상’ 문제를 공부한 수험생이 ‘유출’된 해당 시험 문제를 숙지한 수험생을 제치고 합격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논리다. 2017년 2월, 미국을 뒤흔든 월가 역사상 초대형 내부자거래 사건인 SAC 캐피탈의 내부자거래 스캔들 전모를 다룬「블랙 에지(Black Edge)」가 월스트리트의 베테랑 기자인 실라 코하카(Sheelah Kolhatkar)에 의해 출간됐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됐다. 저자는 월가의 헤지펀드가 내부정보를 이용해서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어떤 편법을 쓰는지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헤지펀드들은 다른 투자자보다 먼저 가치 있는 정보를 얻으려고 고군분투했고 이러한 정보를 ‘에지(edge)’라고 칭한다. 특히 시장에 공개되지 않은 중요 정보(공개가 임박한 실적 정보, 인수 합병, 신약 임상시험 결과 정보 등)를 이용한 거래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행위로서, 이러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월가에서는 ‘블랙 에지’라고 부른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에 만연한 내부자거래를 잡아내기 위한 SEC와 FBI의 10년에 걸친 끈질긴 수사, 이를 방어하기 위한 미국 최고의 변호사들과 증권범죄를 뿌리 뽑으려는 뉴욕 남부 연방검찰청의 검사들 간의 치열한 공방이 이 책의 주된 이야기이다. 미국 헤지펀드계의 거물인 스티븐 코언이 소규모 증권사의 야망 가득한 신입 직원에서 출발해 월가의 최정상에 오르기까지의 모습도 생생하게 추적했다. 최고의 교육을 받고, 고소득 금융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젊고 유능한 트레이더들이 수사를 피하기 위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망치로 부수고 전화기를 침수시키는 등 증거를 인멸하고, 구속을 피하기 위해 친구이자 동료를 밀고하는 월가의 비정한 정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책이 제공하는 또 하나의 부수적 이익은 쏟아져 나오는 금융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헤지펀드(hedge fund), 공매도(short selling), 투자은행(investment bank),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2008년 금융위기(subprime mortgage crisis), 다크풀(dark pool) 등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우리나라 증권 금융계 전반에도 통용되고 있는 용어들을 생생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증권범죄, 특히 내부자거래 형사처벌의 구성요건과 관련된 쟁점과 미국 증권 불공정거래 조사 및 수사 절차에 대한 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 및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서 내부자의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제174조). 즉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한 이익 취득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의 처리 절차는 다음과 같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주요 공시 및 주가 변동 등을 분석하여 이상거래 혐의를 포착하여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한다. 자본시장조사단이 사건 분류를 통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자 등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고,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검찰에 혐의를 통보한다. 중대·긴급사건의 경우에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조사절차 없이 바로 검찰에 이첩한다.
외국 투자은행과 헤지펀드가 이미 국내 증시에 참여하고 있고, 국내 기업인들의 내부자거래 사건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경쟁은 투자자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신뢰성 자체를 무너뜨린다. 따라서 내부자거래를 철저히 적발하여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려는 정부 당국의 노력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현 상황에서 미국 월가의 대형 내부자거래 스캔들을 추적한 이 책의 국내 발간시기가 꽤나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자본시장 관련 업계 전문가들에게 내부자거래가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에 대해 중요한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이 책 등장인물의 고백처럼 감옥 갈 위험을 무릅쓸 정도의 가치 있는 거래는 없기 때문이다. 관심 있는 회원님들께 일독을 권해드린다.

 







이은규 변호사

 

청년실업이 대란 수준을 넘어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는 요즘이다. 저출산을 넘어 이제는 비혼식까지... 이 모든 것이 취업 자체가 안 되니 청년들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엄두를 못 내 벌어지는 현상 아닌가. 이쯤 되면 만악의 근원은 실업이라 할 만하다.
6두품 출신인 탓에 당으로 건너가 18세에 빈공과 장원으로 합격한, 신라 최고의 천재 최치원은 황소의 난 당시에 ‘토황소격문’으로 당나라 전역에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 시간에 인물 ‘최치원’과 이벤트 ‘황소의 난’만 배웠지 ‘황소’를 따로 배우지는 않았기에 ‘황소’가 당나라의 과거시험 공부를 하다가 낙방한 룸펜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황소가 실업을 타개한 수단으로 택한 생업은 생뚱맞게 소금장수였다. 자세히 읽어보니 당시의 소금은, 잇따른 반란을 진압하다 파탄난 당나라 재정의 충당을 위해 조정이 독점하여 원가보다 무려 30배나 비싸게 판매하는 ‘관염(官鹽)’이었다고 한다.
이에 황소는 원가의 딱 3배만 받는 ‘사염(私鹽)’을 백성들에게 팔아 막대한 부를 축적하였고, 조정은 재정상의 위협을 느낀 나머지 황소와 같은 소금 밀매업자를 탄압하기에 이른다. 이에 황소는 관군에 맞서 싸우기 위해 자신을 따르는 세력을 결집하였고, 이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당나라의 수도 장안을 함락하여 끝내는 스스로 황제의 지위에 오른다. 치열한 고시 경쟁으로 빚어진 한 인물의 실업이 한 나라의 역사까지 바꾼 것이다.
‘삼별초의 난’은 고려 말 원의 간섭에 맞선 자주적인 대몽항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삼별초’의 실상은, 최 씨 무신정권의 사병(私兵)으로 종사하다 무신정권이 몰락하자 고려 왕실로부터 버림받아 몽골에게 명단이 넘겨진 ‘전직’ 특수부대원이었을 뿐이다. 실업 상태인 것도 모자라 외국 군대에 총알받이로 넘겨질 판이었던 삼별초가 벌인 난은 정확히 표현하자면, ‘외세에대항한 독립운동’이 아니라 ‘정부에 항거한 무장투쟁’이었다.
필자는 일전에 역사적 흥미로 ‘토황소격문’을 검색하다 황소가 소금장수였다는 사실과 역사교사 이승한이 4권의 시리즈로 저술한 ‘고려무인이야기’라는 책을 통해 삼별초의 난이 발생한 실제 이유를 알게 된 바 있는데, 이를 실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이 책을 접하게 되자 실업은 국가적 문제로 전이될 수밖에 없는 개인적 문제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의 스포일링은 할 수 없기에 이 책에 소개된 14가지의 역사적 사례 중에서 두 가지만 소개하지만, 이외에도 세상을 움직인 대량해고, 불황, 빈곤의 사례가 지역과 시대를 넘어 씨줄날줄로 엮여져 왔음을 이 책의 목차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챕터를 다 읽은 직후마다 똑같이 반복되고 있는 이후의 역사가 떠올려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가령 ‘황소의 난’ 챕터를 읽은 뒤에는 현재의 ‘공무원 열풍’이 떠오른다든가 ‘삼별초의 난’ 챕터를 읽은 뒤에는 예전의 영화 ‘실미도’가 떠오른다든지 말이다.
그런데 자신이 저연차 변호사라면, 그리고 어디서 무슨 일을 하며 살든 작금의 법조계에 놓여 있다면, 이 책을 재미있게 다 읽고 난 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울컥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실업의 두려움, 이직의 어려움, 계약직의 설움... 이 책의 내용은 바로 누군가의 자화상과 겹쳐 있지 않은가. 물량공세마냥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들, 취직이 어려워 실업급여를 받는 변호사들, 블랙펌 소문은 나 몰라라 하며 퇴직금도 안 주고 소속변호사를 교체하는 악덕 대표들... 모두 저연차 변호사들이 겪어 본 실상들이다.
취업은 생계와 결혼, 육아의 필수 요소이다. 그래서 실업은 삶의 관문에 대한 연쇄 포기를 유발한다. 이제는 변호사 업계에도 실업이 만연한다. 개업을 하면 된다고 하지만 사업이 망하면 폐업의 수순이요 그게 바로 실업이다. ‘실업이 바꾼 세계사’는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민초가 살기 위해 벌이는 숙명의 몸부림이다. 변호사라고 무에 다를 게 있겠는가.
하지만 민초는 세상의 절대다수이고 역사의 주인공이기에 세계사는 바뀌고 만다. 우리네 변호사들도 너무 많아져서 이 난리가 났다지만 늘어난 만큼 똘똘 뭉쳐 법조계의 주인공으로서 세상을 바꾸어 냈으면 좋겠다.

 







신성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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