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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하지 마세요

절치부심이란 말은『사기』의 형가 열전에서 유래했습니다. 진왕을 암살할 임무를 맡은 형가가 진에서 연으로 망명해 온 번오기에게, 진왕에게 복수를 하려면 그의 목이 필요하다고 하자 번오기는 “此臣之日夜切齒腐心也,[三]乃今得聞教!”라 답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신이 밤낮으로 절치부심(이를 갈고 심장이 썩어들어갈 만큼 고민)하던 일입니다. 이제 가르침을 듣게 되었습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역사 속의 비장한 장면이지만, 자면서 이를 갈거나, 집중할 때 나도 모르게 이를 꽉 무는 분들의 치아에게도 역시 슬픈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치아는 편안히 쉬고 있는 반면, 자신은 밤에도 낮에도 계속해서 일을 하며 과도한 힘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치아를 괴롭히는 이갈이(Bruxism)는 ‘저작근의 수축으로 발생하는 이상기능 활동으로서 이 악물기와 이갈기를 포함한 주행성 또는 야행성의 비기능적 운동’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이갈이는 낮 동안 발생하는 이 악물기(clenching)와 야간에 발생하는 수면 중 이갈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수면 중 이갈이 습관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머리, 치아, 턱관절, 저작근이 아프거나 입을 잘 못 벌리기 쉽습니다. 전반적으로 차고 뜨거운 음식에 치아가 예민해질 수 있고, 씹을 때 시큰거릴 수도 있습니다. 이갈이를 하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아에 과도한 힘이 가해진 결과, 치아가 깨지거나 치아의 수복물이 쉽게 탈락하거나 깨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치아와 저작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상기능 활동이지만, 아직 이갈이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 고르지 못한 치아의 배열, 중추신경장애, 알레르기, 유전요인, 호르몬의 변화, 약물 복용 등의 다양한 원인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원인 규명이 어려운 만큼 진단 과정에서도 난점이 있고, 확실한 치료방법이 있다기보다는 이갈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수면 중 이갈이가 있는지 정확히 진단하려면, 수면다원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비용과 시간의 문제 때문에 활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보통은 수면 시 가족이나 같이 자는 사람이 이갈이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지를 먼저 문진하게 되고, 이갈이의 전형적인 증상 및 징후(비정상적으로 심한 치아의 교모, 기상 시 턱의 불편감, 피로도, 통증, 교근 비대, 턱의 걸림 현상)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통해 임상적 진단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BiteStrip”이란 축소형 근전도 기계를 사용하면, 수면 중 턱 근육 활성도를 감지할 수 있어 환자의 이갈이 빈도를 파악하는 데 유용합니다. 휴대용 EMG 장치를 사용한다면, 이갈이의 수, 길이, 심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 객관적인 수치에 의거하여 이갈이 여부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갈이가 있다고 진단됐다면,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치료법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훈련입니다. 이 악물기, 손톱 깨물기와 같은 습관을 자제하고 오징어나 껌을 씹는 행위를 피하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그리고 평소 치아가 기능하지 않을 때는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떨어져 있도록 유지하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이갈이 환자의 스트레칭 방법을 소개해 보면, 먼저 환자가 입을 최대한 벌릴 수 있는 만큼의 75% 정도만 벌리는 느낌으로 양측 교근과 저작근을 스트레칭한 후, 20초 정도 유지합니다. 입술이 접촉될 때까지 입을 닫고 다시 천천히 20초를 유지하는 행위를 5회 반복 시행하면 근육이 이완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자가요법으로 증상 개선이 충분하지 않은 환자의 경우, 근이완 교합장치를 제작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보톡스를 이용하거나 약물치료를 시행하기도 합니다.
이갈이의 유병률은 깨어있는 시간 동안 이 악물기를 한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자료에 기초한다면 20%이고, 수면 중 이 악물기는 10%, 수면 중 이갈이는 8~16%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갈이 습관을 갖고 있으며, 직업에 따른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발생 확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각 증상이 나타나거나, 이갈이에 관련된 습관을 갖고 있다면, 가까운 치과에 가셔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격무에 쫓겨 미처 하지 못했던 스케일링도 받으시고, 증상은 미미하지만 진행 중인 충치가 있는지도 검사받는 기회로 삼으신다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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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 칼럼은 다음의 논문과 교과서의 해당내용을 요약·정리하여 정보제공에 충실하고자 했음을 밝힙니다.
1. 최유성, 『이갈이 환자의 치과 치료에 관한 임상적 접근을 위한 문헌고찰』, 구강회복응용과학지 제30권 제1호, 2014.03., 36~44면.
2. J. 오케슨, 『악관절장애와 교합의 치료』, 6th, 대한나래, 2009, 157~165면.

 

 

 




박우현 원장
●소울치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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