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에서 하정우가 연기한 주인공 최 검사의 실제 모델이신데요.
검찰을 그만두고서는 한 해가 지나면 한 해가 오는구나 하고 덤덤하게 지내고 있는데 작년에 갑자기 영화를 찍었다고 하면서 연락이 왔어요. 나한테는 제작 당시에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비밀로 한 거지. 나중에 들어보니 내가 반대를 할까봐 그랬기도 했고 제작 당시 정치적 상황이 제작사가 정권에 밉보이고 한 게 있었나 봐요. 그래도 뜻을 세워서 한다고 미리 알려줬으면 자문도 해주고 감수도 해줬을텐데 연락을 아예 안 했어요(웃음). 그래서 작년 12월 27일에 개봉을 하는데 영화 제작자들이 미안할 거 아니에요. 말도 안 하고 만들었으니. 내 역할을 맡은 하정우라는 배우는 출연료라도 받는데(웃음). 12월 중순인가 영화 개봉전에 시사회 초대권을 몇 장 보내주면서 “주변 사람들하고 같이 오십시오” 하더군요. 가서 봤는데 하정우가 연기한 최 검사 캐릭터가 나하고는 많이 달랐어요. 나는 성격이 술도 못하고 얌전한 사람인데 위스키랑 깡소주도 많이 마시고 자기 견해랑 안 맞는다고 속된 말로 조인트도 까고 말이지. 나는 부하들 조인트 까본 적도 없고 그건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잘 안 맞는 이야기라고들 해요. 이렇게 돼버리면 나이들어서 체면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없는데 완전히 터프가이로 만들어 버렸어요(웃음). 나중에 최 검사가 사표 냈던 것도 픽션이고. 하정우 배우는 자기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어서 연기 자체는 참 잘했어요. 제작자하고 감독이 나중에 나한테 와서 죄송하다고 그러더군요. “저희가 영화를 그렇게 안 만들면 흥행이 안됩니다” 하면서, “팩트와 픽션이 합쳐진 팩션 영화로 생각해 주시고 너그러이 넘어가 주십시오”라고 해요. 그래도 영화 끝나고 내가 감수했다고 자막에 나오길래 그건 지우라고 했어요. 사전에 알려주지 않아 감수를 안 했으니 그건 지웠어요. 다른 사람 같으면 하지 않은 감수도 했다고 쓰라고 할 텐데 나는 그렇게는 안 했어요(웃음).

실제로는 어떤 생각을 갖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을 처리하셨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역사의 천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박종철 군이 죽어서 시신으로 나한테 왔지만 살려내서 민주화의 영웅을 만들어라. 이런 역사의 천명이었던 것 같아요.
박종철 군은 죽었다가 민주화의 영웅으로 다시 살아서 나간거예요. 나중에 내가 저세상에서 만나면 박종철 군에게 이 이야기는 꼭 해주고 싶어요.
영화에서 보면 김윤석이 연기한 박 처장을 비롯해서 경찰 대공팀의 위세가 대단하던데 조금 과장이긴 하지만 당시에 경찰이 검찰을 좀 우습게 본 부분은 있어요. 내가 “시신을 내놔라, 부검을 해야겠다”고 하니 경찰에서는 “외상도 없고 쇼크 심장마비로 결론이 난 것을 왜 합니까” 라고 하면서 화장을 할 테니 서류에 도장을 빨리 찍으라는 식이었죠. 나는 아니 그래도 검사인 내 생각이 다를 수가 있다고 하고 시신을 보존하고 부검을 진행했어요. 처음에는 내 도장을 받아가서 박종철 군 시신을 화장해버리고 은폐하려던 게 잘 안되니 사건 축소로 방향을 돌리더군요. 가담자를 두 명 정도로 줄이고 하는 식으로. 그런데 박종철 군 손목 사진을 보니 수갑을 채운 자국이 없어서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박종철 군은 물고문으로 죽은 게 확실한데 수갑을 안 채우고 욕조에 머리를 넣으려면 한 명은 머리를 잡아 욕조에 넣고 다른 두 명이 각각 팔 한쪽씩을 잡았을 거다. 그럼 최소한 세 명 이상이 고문치사에 가담했다는 거다.” 그리고 그게 맞았어요. 실제 가담자가 더 많았던 거지.
그리고 당시에 나에 대한 압력도 분명히 있었어요. 박종철 군 사건은 대통령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압력이 있었지만 나는 “불쌍한 학생 목숨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대통령 돕는 것과 목숨을 바꿉니까” 라고 하면서 타협하지 않았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삼아서 이 땅에서 고문을 영원히 추방하고 금지하는 것으로 합시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압력에 굴하지 않았어요.
검사 생활을 하면서 항상 인권과 정의를 세우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역사에 죄를 짓지 말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박종철 군 사건도 그런 생각으로 처리를 했고. 인권과 정의를 따지지 않으면 박종철 군 사건은 설명이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못 본 척하고 도장 찍고 넘어가는데 왜 너만 유일하게 그러느냐”는 것도 그런 생각으로 이겨냈어요.

법조인이 되신 계기는?
1960년 4·19혁명이 있던 해에 3·15부정선거가 있었고, 마산에서 김주열 군 사건이 있었어요. 김주열 군은 전라도 남원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학생인데 나랑 동갑이에요. 어떻게 마산을 갔는지. 최루탄이 눈에 박힌 채로 시신이 강 위로 떠오른 겁니다. 김주열 군도 부정선거에 대한 규탄을 하려고 데모를 하다가 그렇게 된 거예요. 민주화 혁명 과정에서는 희생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라고. 김주열 군은 그 당시에 행동으로 나서서 열사가 된 거죠. 그때 나는 전주고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잠깐 다른 이야기지만 김주열 군은 최루탄을 앞에서 맞았고 나중에 1987 영화를 봐도 나오지만 이한열 군도 최루탄 직격을 머리 뒤에 맞고 죽었어요. 그런 진압은 안 되는 거예요. 사람을 죽이는 게 진압이 아니잖아요. 그건 전쟁터에서나 가능한 거예요. 다시 돌아와서 그 당시 김주열 군 사건과 4·19혁명을 보면서 마음속에 내가 품은 생각이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라는 것이었어요. 원래는 내가 8남매의 장남이고 어머니께서 다산의 후유증 때문인지 잔병치레가 많으셔서 의사가 돼서 어머니를 돌봐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대 의대를 지망하고 있었는데 생각을 바꾸게 됐고, 결국 서울대 문리대 정치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어요. 제대로 정치학 공부를 잘해서 기회가 돼서 정치를 하게 되면 저렇게는 안 할 거다 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대망의 정치학과에 들어왔는데 1961년에 입학하자마자 두 달 만에 5·16이 났어요. 그때 ‘아, 이거 잘못 온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웃음).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면서 학교를 다녔는데 2학년 때 파주, 문산 지역 기지촌에 우리 여성들이 인신매매로 팔려가고 미군들에게 학대를 당하는 게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어요. 담뱃불로 지지고 음모를 뽑고 그런 만행과 심각한 인권유린이 미군에 의해 벌어진 거예요. 우리나라를 도와주러 와서는 약한 여성들을 괴롭히는 목불인견의 사태가 벌어졌어요. 그래서 대학생들이 나섰죠. 한미주둔군지위에관한협정 그걸 당시에는 한미행협이라고 했는데 그걸 달성하자 해서 2학년 겨울방학부터 3학년 말까지 1년을 해서 성공을 했어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애국심도 고양되고 부녀자들의 인권 보호에 기여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인권이라는 의식이 그때부터 나에게 생겨나고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학생활이 끝날 때쯤 1964년 한일회담 반대시위가 터졌어요. 당시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극렬하게 했는데 내가 시위에 가담할 정도면 당시 대학생들은 거의 다했다고 봐도 됩니다. 하루는 하숙집에서 나와서 학교를 갔는데 당시는 통신수단이 없어서 소식이 느리니까 몰랐는데 문리대 정문을 긴 나무판자로 막아 놓은 거예요. 1964년 6월 3일 계엄령이 발동됐는데 그걸 6·3사태라고 해요. 그래도 들어가려고 했는데 누가 “최환 군”이러고 불러서 보니까 동대문 경찰서 정보과 형사 중에 저를 담당하는 형사였어요. 당시에는 대학생들을 전담해서 감시하는 형사가 다 있었어요. 형사가 하는 말이 “집에 가서 공부나 하라”면서 “굳이 들어가겠다면 잡아서 유치장에 넣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공부를 하란 말입니까” 하니까 몇 달만 지나면 졸업하는데 신문사 기자로 갈 거냐고 물어보길래 그럴 생각이 없다고 하니 그럼 고시공부를 해보는 게 어떤가 하더군요. 당시에 내가 원래 뜻한 바도 있지만 그 이야기를 듣고 개혁을 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결심을 하고 고시공부를 시작하고 검사가 된 거예요.

가치관과 신념을 지켰던 비결이 있으신가요?
제가 가치관과 신념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는 철도공무원으로 재직하셨는데 1949년도부터 구미역장을 하셨어요.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6·25가 발발했는데 피난민 남행열차를 다 보내고 마지막 증기기관차 한 대가 왔는데 그때 아버지가 일하시는 모습을 보고 대단한 깨우침을 받았어요. 당시 북한 인민군이 구미역의 전 전 역까지 와서 포를 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아버지는 피난민들을 다 불러서 태우고 역무원들까지 다 태우고 본인은 신호수 역할을 하시면서 마지막까지 타질 않으셨어요. 역장 가족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를 해준 것도 아니고 같이 기차에 가마니를 깔고 앉아있는데 기차가 ‘빼액’하고 울리면서 출발하자 그제서야 움직이는 기차에 제일 마지막으로 뛰어올라 타셨어요. 마지막까지 다 태우고 타신 거예요. 그게 어린 나한테는 너무나 인상 깊었어요. 아버지한테 전쟁책임은 없어요. 그저 철도원으로서 직무를 충실히 하신 거예요. 어떻게 모든 피난민들을 차에 다 태우고 부하들을 챙기고 마지막까지 본인의 직무를 다하는가. 작은 시골역의 역장을 해도 저래야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내 법조 생활에 밑바탕이 된 장면이었어요.

검찰 시절 굵직한 사건들을 많이 다루셨더군요.
1991년에 대구지검 차장검사를 할 때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이 있었어요. 신기한 것이 제가 가만히 있어도 사건이 찾아와요. 페놀 사건은 당시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려는데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서 세수도 못하고 출근했는데 사무실도 똑같았어요. 그래서 생수를 사다가 먹고 왜 악취가 날까 하루 종일 궁리하고 있는데 밑에 검사들이 하나도 수돗물에서 냄새난다는 이야기를 안 하는 거예요. 이렇게 코가 막히고 둔감한 사람들이 있나 싶어 시작했어요.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사건 일명 용팔이 사건도 1987년에 벌어졌는데 1988년에 서울 남부지청 차장으로 발령받아 사건을 배당받고 보니 용팔이 사건이었어요. 사건에 관해 10페이지짜리 경찰기록만 있고 조사가 하나도 안 되어 있는 거예요. 그 사건이 내가 남부지청에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저를 맞이하더라고요(웃음). 밑에 시보한테 배당하자는 것을 그러면 안 된다고 하고 부장검사를 필두로 해서 팀을 만들어 철저히 수사했어요. 88올림픽 직전에 연루된 정치인과 조폭들을 구속했죠. 이 사건은 당시 안기부장 등이 직접 개입된 조직적 정치테러범죄에 철퇴를 가한 것이고, 민주헌정질서 확립과 사회정의 실현에 크게 기여했다고 봐요.
그리고 전직 대통령 등의 거액 뇌물수수 사건과 12·12 및 5·18 사건 등의 특별수사본부장으로서 수사를 총지휘했는데, 당시 가졌던 생각은 ‘다시는 이 땅에 쿠데타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게 제 신념이에요. 5·18의 경우에도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바르게 규명하려고 정말 철저히 수사했어요. 그때가 1996년이었는데 광주시민들에 의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의미로 ‘광주사태’라고 불리던 것을 제가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명명하고 정식으로 사건 기록에 명시했어요. 이제는 망월동 묘지도 국립묘지가 되고, 거기 계시는 분들이 민주화 인사가 된 거예요.

변호사 활동을 20년 정도 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1999년에 검찰을 나왔으니 변호사 활동은 20년을 했는데 사실 조용하게 지냈어요. 개업 후에 큰 회사의 사외이사라든가 법률고문 제의도 왔지만 이상하게 이야기를 그쪽에서 먼저 해서 서류 내라고 한 다음 2~3일 지나고 나면 없던 일로 하자고들 했어요. 그건 박종철 군 사건 당시에 누구 말도 안 듣던 사람이 거수기 노릇을 해줄 수 있겠나 하는 생각도 있을 테고, 아까 이야기한 권력형 사건들을 다루면서 미움을 받게 된 것도 있어요. 그리고 사실 로펌을 크게 하게 되면 내가 주장하는 정의와 인권에 안 맞는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우려도 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점도 있었어요. 로펌 식구들 먹여 살리려면 많이 받아야 하고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변호사가 되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노근리 양민학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6·25전쟁이 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벌어진 사건이에요. 1951년 7월 26일. 피난민들을 미군이 처음에 호송해 주다가 나중에 전세가 불리해지고 대전 전투에서 딘 사단장이 북한 인민군한테 포로가 되는 등의 사건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미군들이 겁을 먹은 거예요. 당시 한국에 급파된 미군 사병들은 미국 본토가 아니라 일본에 주둔해 있던 점령군들이었는데 1945년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로 일본 주둔 병력이 1년마다 교체가 돼요. 전투 경험이 부족한 거지. 피난민들 오백 명 정도가 내려오니까 처음에는 안내를 해서 교량 밑에 가 있으라고 한 건데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다 보니 피난민들이 볼일도 보고 들락날락하는 것을 도망가는 줄 알았나 봐요. 그리고 그 사건 전에 다른 지역에서 하얀 바지저고리 입고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바지춤에서 총을 꺼내서 검문하던 미군 병사들을 사살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런 오해와 갈등이 있다 보니까 미군들이 거칠게 하면서 자리 뜨는 사람들한테 사격을 했던 겁니다. 거기서 많은 사람이 죽었어요. 이게 내 고향인 충북 영동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나는 검찰에 있을 때부터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미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정부에서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어요. 그 후 1999년에 변호사 개업을 했는데 그해 9월에 AP통신이 이 사건을 보도한 거예요. 나는 뉴스를 보자마자 여기저기 연락도 하고 관계자들을 만나기도 했어요. 그 후에 진상조사에 관한 정부조사단이 만들어지길래 자문위원으로 자원을 했어요. 무보수로. 활동을 해보니 미국 측에서는 경고차원에서 위협사격을 한 거고 일부가 사인이 안 맞아서 죽은 사람이 있지만 전투 중에는 위법성이 조각되고 정당행위가 된다는 식으로 넘어가려고 하더군요. 그런데 내가 미군들과 합동조사를 하러 현장에 가보니 당시 피난민들은 노근리 교각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던 거예요. 위협 사격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서 있는 키 높이와 앉은키 높이가 다른데 1m 50cm가 넘는 부분에서도 탄착흔이 나왔어요. 그래서 미군들에게 “교각에 남아있는 이 높이의 탄흔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냐. 누워있으면 몰라도 앉아있는 사람 머리높이 아니냐.”라고 하니 미군들이 말을 못 하더군요. 팩트와 거기 따르는 증거들을 가지고 따졌어요. 미국이 급하게 우리를 초청해서 두 번 방문하여 펜타곤도 가고 국무성도 갔습니다. 결국에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는 2001년 1월 중순에 한국민들에게 사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어요. 역사적인 공식 사과였고, 한국에 있는 유족들에게 감동을 안겨주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았어요.

변호사업계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문제점이 있을까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완화해야 해요. 같은 변호사업계에서 동지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한 해에 새로운 변호사들이 1,500명에서 2,000명 정도 나오는데 기성변호사들이 신규변호사들을 보듬어 안아야 해요. 후배들을 위해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변호사 집단은 다른 조직과 달라요. 국민들은 우리를 돈을 많이 만지는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내부에서 스스로 후배들을 위해서 역할을 해주는 수밖에 없는 겁니다. 대형 로펌이 돈을 많이 버는데 채용도 많이 늘리고 변호사업계에서 소외되는 젊은 변호사들이 없도록 협회 차원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봐요.

후배변호사님들께 꼭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지만 자신 스스로 자기가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최선을 다하는데 물질적 욕심을 지나치게 가져서는 안 됩니다. 젊어서 돈을 벌어서 노후에 쓰겠다고 큰 욕심 내면 데블스 애드버킷에 나오는 알파치노 같이 잘못된 길로 나아갈 수도 있어요. ‘배고픈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무섭다’는 말도 있잖아요. 마음속에는 안빈낙도의 자세를 가지고 주어진 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후기
소박한 사무실에서 3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최환 변호사님께서는 시종 온화하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들
속에 격동의 현대사 한복판을 헤쳐나온
老법조인의 굳은 심지가 잘 벼린 칼처럼
카랑카랑하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 모든 것이 인간에 대한
애정과 정의로운 인권의식에서
비롯되었던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환 변호사님께서 오래도록 후배
법조인들의 사표가 될 수 있도록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인터뷰/정리 : 김승현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