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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읽고

“책이 참 많네요!”
이사할 때마다 늘 듣는 말이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관심 있는 분야도 여러 가지라 책을 꾸준히 산 결과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차분히 공부하면서 읽어야 할 책들은 읽지 못하고, 책장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는 일이 자료나 기록 등을 검토하고 서면을 쓰는 일이라서 그런지, 독서까지 머리를 쓰지 못하는 것 같다. 대신 만화책이나 추리소설은 거의 단숨에 읽어버린다. 그래서 ‘어머 이런 책이’에 원고를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만화책과 추리소설 사이에서 고민했지만, 얼마 전 우연히 광고 카피에 눈이 가서 순식간에 다 읽은 책(추리소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들이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현명한 아내와 초등학생인 딸과 함께 화목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는 한 평범한 남자에게, 어느 날 도착한 한 통의 편지. 이 편지는 15년 전 이 남자가 했던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을 상기시킨다.
15년 전 범죄조직(야쿠자)에게 쫓기고 있던 주인공은, 우연히 어떤 노부인을 만나게 된다. 갈 곳 없는 주인공에게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던 노부인은, 주인공에게 신분을 바꿀 수 있는 거액의 돈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단,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다는 조건으로.

“내 딸을 죽인 범인들이 감옥에서 나오면, 그들을 죽여주세요.”
노부인은, 자신의 딸(고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죽여 버린 두 명의 범인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받은 것에 대하여 납득하지 못한다. “진정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하여 그들을 죽여야하지만, 자신이 암을 앓고 있기 때문에 얼마 살 수 없어서, 직접 복수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부탁을 하는 노부인. 말도 안되는 부탁이라는 생각에 처음에 거절하였던 주인공은, 상황이 점점 궁지에 몰리고,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결국 승낙을 하게된다. 차마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 약속을 함으로써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노부인의 맘이 편해질 거라고 합리화한다. 노부인은 약속대로 주인공에게 돈을 주었고, 주인공은 그 돈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신분을 바꾸어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지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애써 그 편지를 무시하려고 하지만, 편지는 계속 주인공에게 도착한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당신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겁니다.”
편지에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자신의 딸의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
편지에 이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협박 전화까지 받게 된 주인공은, 약속을 지켜야 할지 경찰에 알려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 자신의 딸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숨겨왔던 과거가 드러나 가족들을 실망시킬까봐 겁이 나기도 한 주인공은, 결국 혼자서 15년 전 노부인의 행적을 추적한다.
호기심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생각보다 매우 무거운 주제를 나에게 던졌다. 범죄피해자의 피해를 진정으로 회복시키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과연 사형제도는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수단인가? 장애, 외모, 사회적 지위 등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에서 차별당한 사람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 또 차별받은 피해자에 대하여 사회는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가해자에게 개인적인 복수를 하는 것은 피해자의 피해를 정말 회복시키는 것일까?
범죄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방법이 부족하고, 증가하는 범죄에 대한 실효적인 대책 마련도 부족해 보이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이 책에서 묘사된 일본의 상황은 상당히 비슷하여 많은 공감을 갖게 했다.
결말이 약간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있지만, 흥미진진한 구성으로 인해 쉽게 읽을 수 있고, 사람
들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을 하고 있는 우리들이 생각해 봐야 할 주제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분들에게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강은옥 변호사
●법무법인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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