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께서는 제20회 사법시험 합격 후 1980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로 법조경력을 시작하신 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제1,3과장, 법무부 검찰 1과장,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1부장, 법무부 정책기획단 단장을 거쳐 2008년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역임하셨습니다. 이후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로 재직하시고, 2012년부터 차의과학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2008년 가을부터 학교법인 성광학원 재단 이사로 선임되어 활동하던 중 2012년에 총장직 제의를 받고, 1주일간 고민한 끝에 수락하였습니다. 당시 저에게 의료는 새로운 분야였지만 검찰에서 조직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학교의 CEO로서 인사, 예산, 조직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 중점을 두어 차의과학대학교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제가 취임한 이후로 차의과학대학교는 2018 교육부 대학평가 최고등급으로 선정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2014년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상(R&D 부문), 2017 한국경제를 움직이는 CEO 수상, 2018 한국을 빛낸 창조경영대상 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과 차의과학대학교 총장으로 세 번째 연임을 통해 탁월한 학교 운영능력을 인정받고 계십니다. 법조인으로서는 다소 낯선 분야인 의료계와 교육계인 차의과학대학교에서의 성공적 경영 비결에 대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차의과학대학교는 3CHA(CHAllenge, CHAnce, CHAnge) 정신으로 도전, 기회,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롭게 추진 중인 3S전략(Speedy, Strong, Special)을 통해 빠르고, 강하게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로 키우자는 가치하에 총장 주재로 매년 1월과 7월에 6개월마다 각 학과별 학과발전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회의를 통해 지난 6개월을 점검하면서 그동안의 실적을 보고하고 향후 6개월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학과마다 Special에 초점을 맞추어 의생명과학과는 세계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줄기세포와 생식(난임)분야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으며, 경영학과의 경우도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특성을 찾도록 요구하여 현재 데이터경영학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기 6개월 전에 미리 대비하고, 변화하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차의과학대학교는 간호학과와 약학과 외에도 의생명과학과, 바이오공학과, 의료홍보미디어학과, 미술치료학과, 상담심리학과, 보건복지행정학과, 보건산업의료학과, 스포츠의학과, 데이터경영학과, 식품생명공학과 등 의학과 생명과학, 사회과학을 결합한 차세대 학문인 의과학을 특화한 전국 유일의 대학교로 알고 있습니다. 그 외 차의과학대학교의 특성 및 장점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차의과학대학교의 설립 모태가 된 차병원그룹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으며, 원활한 산학협력으로 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차병원과 차바이오텍을 비롯한 관련 분야에 학생들의 취업률이 매우 높습니다.
또한 인간의 궁극적인 가치는 ‘행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 학생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고자 차의과학대학교는 일반적인 행정조직 외에 재학생들의 행복을 추구하는 ‘학생행복위원회’가 있습니다. 9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학생이 5명으로 과반수입니다. 학생행복위원회는 위원장인 총장의 주재로 매월 1회 회의를 열고 학생의 행복을 위한 각종 제안들과 학교에서 실현가능한 행복정책을 함께 논의하는 최고의사결정기관입니다. 그리고 집행기관으로서 학생행복본부가 있어 취업지원센터, 학습지원센터, 행복나눔센터 등 각 분야별로 학생들을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선배법조인으로서 걸어온 길에 대해서도 후배법조인들에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연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한 이후 학창시절은 유신시대였습니다. 당시 운동권 써클들도 해체되어 술도 자주 마시며 많이 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3학년 때 우연한 기회로 밤에 삼청동 파출소로 끌려갔는데 대학생임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으로부터 매우 부당한 대우를 받았습니다. 너무 분해서 당시 행정법 과목의 양승두 교수님을 만나 ‘경찰공무원에게 응징을 하고 싶은데 행정절차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양승두 교수님께서는 “너의 분노나 억울함은 시간을 가지고 해결해라. 지금은 소송을 해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이고 네가 다칠까 우려된다.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남용을 감독하고 시정할 수 있는 기관은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검사다.”라고 말씀하시며 제게 사법고시를 보고 검사가 되길 권유하셨습니다.
제가 고시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날은 5월 16일인데, 박정희 대통령이 여의도광장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5·16 기념행사를 하던 것이 기억납니다.
이처럼 제가 검사가 된 계기는 양승두 교수님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검사가 된 이후 경찰수사에 대한 감독과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늘 명심한 채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경찰관들도 애환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동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경찰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변화했습니다.

검사로 재직하시는 동안 대검 중앙수사부과장과 서울지검 특수 1부장을 지내시면서 중요 사건을 많이 다루셨는데요. 기억에 남는 인상깊은 사건들이 있으신가요.
1997년 대검중수부에서 한보비리사건 수사 시 김현철 씨 비리사건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씨는 살아있는 권력이었습니다. 수사 결과 66억 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었고, 그중 절반인 33억 원은 대가성이 밝혀졌으나, 나머지 33억 원은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 수수된 것이어서 법률 적용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시 ‘떡값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검찰 관행이었으나, 33억 원을 떡값이라는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하면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지가 의문이었습니다.
김현철 씨에 대한 수사는 매일같이 언론에 보도가 되는 상황이었고, 구속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당시 수사검사들과 회의를 할 당시, 나 스스로 마음을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과거 미국 금주법시대에 알카포네를 조세포탈 혐의로 수사한 전례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대가성 없는 돈이더라도 금융실명제하에서 차명계좌 등 부정한 수단을 동원하여 은폐한다는 점에 착안하고, 이 사건을 조세포탈로 수사하여 이 기회에 판례를 받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그 결과 김현철 씨는 구속되어 한보비리사건과는 무관하게 개인 비리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조세포탈’은 대가 없이 금전을 수수한 자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가 되었고 이후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에 대해서도 처벌하는 등 검찰 수사의 활로가 트였습니다.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대가관계 없는 돈(이른바 ‘떡값’)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부정부패 수사에 있어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시각과 관점을 달리하여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하였습니다.
97년 김현철 씨에 대한 국정농단 수사를 하면서 검사들과 함께 ‘수사에 실패하면 사표를 내겠다’며 배수진을 쳤는데 그 뒤로 10년을 더 검찰에 재직하였습니다. 그때 작성했던 사표는 지금도 기념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현대증권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자금 2,134억 원으로 시세조종을 통해 현대전자 주가를 인위적으로 상승시킨 사건)도 생각납니다.
당시 대북관계에서 현대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대며 청와대 등에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에 대해 불구속 수사요청이 들어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검찰청에서 열띤 토론 끝에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수사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결국 구속하였습니다. 당시 성역 없는 수사로 검찰은 살아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법조인으로 40년 가까이 계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화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2005년 창원지방검찰청 검사장으로 재직하였을 때, 부인이 술에 취해 귀가한 남편을 목졸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살인죄라 당연히 구속되어 있었는데 여성단체에서 계속 검찰청 앞에서 시위를 하여 이들과 면담하였습니다. 여성단체는 경찰수사 과정에서의 부당성과 가정폭력 사건임을 주장하며 불구속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구속수사가 원칙이고 위 주장들은 정상참작 사안이기는 하나, 가정폭력 피해자이고 어린 자녀가 있는 부인을 구속까지 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어 주임검사 및 부장검사와 함께 논의한 결과 결국 석방하였는데, 민감한 사건마다 구속수사 또는 불구속수사 여부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만 논의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와 법감정에서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외부인사로 구성된 ‘구속심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비록 법적 기속력은 없었지만 구속수사 여부에 대해 상세한 이유가 기재된 결정문을 추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참고하도록 하였습니다. 법원도 구속심사위원회 결정을 매우 경청하였고, 언론을 포함한 국민들은 열렬히 환영하였습니다. 심지어 검찰에 대해 부정적이던 인사들도 위 구속심사위원회에 대해 ‘시민의 참여를 통한 법질서의 실천’이라고 하였습니다. 이후 김진규 검찰총장이 ‘검찰시민위원회’를 창설하여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등 검찰 조직 내부에서도 전폭적인 호응을 받았습니다.
다른 하나는 ‘구속피의자 인권보호상담제도’입니다. 경찰에서 구속된 피의자가 검찰에 송치된 후 희망하는 경우에 변호사 또는 부장검사 이상의 간부가 직접 면담하여 경찰수사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나 억울함을 청취하고 방어권 행사에 대한 법적 조언을 함으로써 수사 절차상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기여하고, 절차적 정의를 실현하는 제도였습니다.

2012년까지 변호사로 일하시면서, 오랜 기간 몸담아 온 검찰에서의 업무방식과 많은 차이점을 느끼셨나요? 그로 인해 어려움이 있었는지, 있다면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검찰 재직 당시에는 대의를 위해 공익적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면, 변호사 개업 이후에는 개인적 법익을 위해 일하고, 의뢰인과의 개인적인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 차이가 있었습니다.
변호사로서 의뢰인과 상담하며 이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의심이 가기도 하였습니다. 심지어 거짓말하는 의뢰인도 있어 과연 검찰과 법원에 서면을 제출할 때 어디까지 반영해 주어야 할 것인가 충돌이 발생하기도 하였고, 한편으로 의뢰인으로부터 받은 보수에 상응하는 만큼 일을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신적인 소화불량에 걸려 있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님께서 ‘사무실에 나가기 싫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심정이 이해가 갔습니다. 이러한 저의 고민은 변호사 생활 중 의료계와 대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총장님께서는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되는 등 사회공헌에도 기여하고 계십니다. 법조인의 사회공헌에 대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법조인이 전문성을 살려서 사회공헌을 하는 경우 다른 직업인들보다 성취도와 보람이 매우 높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미래’는 300억 원 규모의 공익사업을 하는 재단인데 모든 지출내역을 공개하고 있어 회계가 투명합니다. 제가 사회공헌 활동을 직접 해보니 사회에서 아직 법조인을 필요로 하는 분야가 많습니다. 법조인들의 사회공헌은 인생에서의 행복감을 줌과 더불어, 성공 가능성도 높고 보람 있는 일이므로 법조인들에게 적극 권유하고 싶은 분야라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법조인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통적인 법조인 역할에 머물지 말고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금 시대 상황은 많은 분야에서 법조인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차의과학대학교에 총장으로 부임하겠다고 하였을 때 주변에서 반대도 많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본 결과 새로운 보람과 상당한 성취감을 거두고 있습니다.
또한 변호사 업무 수행 시 당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당사자에게 희망을 주되, 아니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법조인으로서의 균형감각은 꼭 갖추고 업무에 임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정리 : 최정민 본보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