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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사건 변호의 어려움

들어가며
5년 차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여러 번 변호인으로 선정된 사건이 바로 보이스피싱 사건이다. 그런데 가장 많이 변호했어도 여전히 가장 곤란하고 어렵다. 피고인이 어떤 입장을 취하더라도 그로부터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피고인에게 그다지 희망적인 말을 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피고인의 입장에 따라 변호인으로서 갖는 어려움을 살피면 다음과 같다.

공모관계를 부인하면서 무죄를 주장할 경우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피고인 측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무죄 주장은, 행위 자체는 인정하되 보이스피싱인 줄 몰라 공모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피해자를 만나 직접 현금을 수거한 수거책, 그 수거책으로부터 자금을 전달받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전달책, 자금을 대포통장에서 인출한 인출책, 자금을 중국으로 송금한 송금책들이 할 수 있는 주장이다. 이들은 주로 인터넷 사이트나 지인들을 통해 ‘고액 알바’를 권유받아 가담하게 된 사람들인데 상선이 이들에게 ‘당신이 하는 일은 보이스피싱 범죄다’라고 말을 해주는 일은 전혀 없다. 따라서 이들은 이 점을 근거로 본인은 무죄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법원은 비록 전체 모의 과정이 없더라도 수인 사이에 순차적·암묵적으로 의사가 상통하여 의사의 결합이 이뤄지면 공모관계가 성립한다는 법리를 근거로(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428판결, 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도9721 판결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단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배상명령신청을 다툴 경우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들이 검거된 피고인을 상대로 피해 금액 전액에 대해 형사배상명령을 신청하는 일도 일반적이다. 그런데 보이스피싱 피고인들은 피해 자금을 손에 넣으면 지시받은 자신의 몫을 챙기고 나머지 돈을 다른 공범에게 전달하면서 돈을 나르는데 그때 피고인이 챙긴 몫은 건당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검거된 피고인 한 명을 상대로 백 단위를 넘어 천 단위에 해당하는 피해 금액 전체에 대해 배상명령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피고인이 실제로 취득한 이득이 미미한바 책임범위가 명백하지 않다.’고 다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피고인이 사기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신이 실제로 취득한 이득과 상관없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피해자의 손해액 전액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고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따라서 배상명령신청을 다투는 것 또한 그다지 실익이 없다.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피해 배상 및 합의를 하려고 할 경우
위와 같이 공소사실이나 배상명령신청을 다투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것은 피고인들 본인도 잘 알고 있는 편이다. 보이스피싱 사건은 거의 대부분 수사단계부터 구속 상태로 진행되는데 피고인들이 구치소에서 다른 보이스피싱 미결수용자들로부터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이러한 피고인들은 처음부터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 배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취한다.
피고인이 피해 배상을 하려고 할 때는 오히려 피해자가 배상명령을 신청한 것이 고맙다. 법원의 허가를 얻어 피해자의 연락처를 얻는 데에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피해가 수년 전의 일이면 피해자의 연락처가 바뀌어 있어 아예 연락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연락이 되더라도 합의를 하는 게 쉽지는 않다. 피해자들은 천 단위가 되는 금액의 손해를 입었으나 피고인이 변제할 수 있는 돈은 그 피해 금액의 절반도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경우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한 변호인은 “내가 당한 피해가 얼마나 큰데 고작 그 돈 받고 합의해달라는 거냐”라는 피해자의 분노를 고스란히 들으며 피해자를 달래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힘들 때는 피해자가 변호인을 아예 믿지 않을 때이다. 한 번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다시 사기를 당할 것이 두려워 변호인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변호인의 신상정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기도 한다. 한 번은 주말근무를 하며 피해자에게 전화를 건 적이 있다. 피해자가 처음에는 변호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 척 하면서 변호사 사무실의 주소를 묻더니 전화 말미에는 “니가 변호사면 나는 대통령이다, 당장 쫓아갈 테니 거기 가만히 있어라”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당연히 변제 및 합의도 되지 않았다.

마치며
위와 같이 피고인으로서는 공소사실이나 배상명령을 다투어도 그다지 실익이 없어 결국 공소사실을 인정할 때가 많은데, 합의를 보려고 해도 다시금 피해자 인적사항 확보나 피해자의 불신이라는 장벽에 부딪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피해자 입장에서도 피고인이 먼저 돈을 주겠다고 할 때 일부라도 받는 게 현실적으로 가장 이익이 된다. 형사 배상명령이나 민사판결로 집행권원을 얻더라도 피고인들에게는 집행할 재산이 없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보이스피싱 사건만큼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공탁할 수 있는 제도가 빨리 마련되기를 바랄 뿐이다.

 

 

 

 



금윤화 변호사
●서울서부지방법원 국선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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