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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보상평가지침’의 기속력과 그 활용방안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두4620 판결

사건의 경과 및 판결요지

원고의 토지가 수용되어 그 수용보상액을 산정하기 위하여 감정을 하였는데 재결감정과 법원감정이 견해를 달리한 사안에서, 피고는 ‘토지보상평가지침’에 따르면 용도지역별 지가변동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1심, 원심, 대법원 모두 한국감정평가업협회가 제정한 ‘토지보상평가지침’은 단지 한국감정평가업협회가 내부적으로 기준을 정한 것에 불과하여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것이 아니라며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결 평석

가. ‘토지보상평가지침’의 제정연혁 및 의의
토지수용 관련 법령에서는 토지수용 시 가격형성요인 및 평가방법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규정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토지수용 시 가격형성요인 및 평가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그 평가의 신뢰도가 낮았다. 이에 한국감정평가업협회(현재 한 국감정평가사협회)는 1993년 판례, 주무부처의 유권해석, 평가관행, 실무에 종사하는 평가자의 의견 등을 종합하여 ‘토지보상평가지침’을 제정하여 공공사업을 목적으로 취득·수용 또는 사용하는 토지에 대한 손실보상을 위한 평가에 관한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 등을 정하였고, 지속적으로 개정하여 2018. 3. 1.부터는 15차 개정된 ‘토지보상평가지침’이 시행 중이다. 
나. 대법원의 ‘토지보상평가지침’ 기속력의 부정 및 하급심 법원들의 편의적 원용
대법원은, “한국감정평가업협회가 제정한 토지보상평가지침은 위 협회 소속 감정평가사들에게 토지평가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법령의 위임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이 아니어서 법원이나 일반 국민을 구속하는 법규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고(대법 원 1994. 3. 11. 선고 93누17195 판결), 이후 대법원 2001. 3. 27. 선고 99두7968 판결, 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6두11507 판결, 그리고 이 사건 대법원판결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토지보상평가지 침’의 기속력을 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급심 법원에서의 수용보상금 관련 재판에서 당사자들이 ‘토지보상평가지침’을 원용하여 감정평가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면, 대다수의 재판부들은 ‘토지보상 평가지침’을 참고하여 감정평가의 적정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위 대법원 판례들을 적시하면서 그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1, 2심 판결들도 마찬가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 감정평가의 적정성 판단을 위한 기준의 필요성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5. 3. 개최한 국제컨퍼런스(“개발우선주의 패러다임을 넘어: 현행 공용수용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서는 학계와 실무의 전문가들이 모여 ‘토지보상가 감정절차는 국토교통부 및 대형 사업시행자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감정평가사들의 감정에 기초해 보상가가 정해져서 사업자친 화적’이라는 비판을 하였다.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감정평가의 적정성 판단에 참고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감정평가의 전문가들이 25년에 걸쳐 판례를 정리하고, 판례가 나오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는 감정인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15회에 걸친 개정작업을 거쳐 구체화, 체계화시킨 ‘토지보상평가지침’은 법원의 참고자료로서 충분히 기능할 수 있다(서울고등법원에서 실무관행을 정리한 「행정소송실무편람」에서도 ‘토지보상평가지침’을 이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법원이 청구의 본안에 관하여 심리하면서 감정평가에 잘못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법원의 직권심리를 보장하는 행정소송법 제26조에 따른 것으로서 타당할 뿐만 아니라 사인의 권리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작용이다. 그런데 법원이 ‘토지보상평가지침’에 기속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감정평가에 관한 조사를 외면하는 것은 사건 처리에 급급하여 국민 의 재산권 보호를 소홀히 하는 행태라 할 것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는, 대법원이 “토지보상평가지침을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액 산정에 있어 이를 참작할 수는 있을지언정 국민과 법원이 토지보상평가지침에 기속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판시함으로써 ‘토지보상평가지침’의 기속력을 부정하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감정평가의 적정성 평가 시 ‘토지보상평가지침’을 참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
라. ‘토지보상평가지침’ 의 발전적 활용방향 
1) 기준규범의 단일화 및 행정지도 등을 통한 활성화 일본의 경우 행정부의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통하여 행정부를 내부적으로 구속하는 것에 불과한 보상기준요강을 임의 취득(일본에서는 공익사업에 필요한 토지도 우선은 당사자 간의 성실한 사전협의에 의한 임의취득의 방식으로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의 경우에 널리 사용하도록 하였을 뿐만 아니라, 법률 개정을 통하여 이를 수용보상의 경우에도 반영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토교통부도 국토교통부령인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른 ‘감정평가 실무기준’ (2013. 10. 22. 국 토교통부 고시 제2013-620호)을 시행하고 있으나, 이 사건 대법원판결은 ‘감정평가 실무기준’도 일반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국토교통부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여 행정지도 등을 통하여 ‘감정평가 실무 기준’ 또는 ‘토지보상평가지침’이 활성화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규범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하여 국민의 재산권이 더 잘 보호되는 것은 아니므로, 공권력으로부터 보다 중립적인 ‘토지보상평가지침’으로 단일화한 다음, 이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2) 감정평가 근거자료의 보존 중국의 건설부가 부동산평가사학회 등의 연구 성과를 수집하여 제정한 ‘국가표준 부동산평가규범’은 평가절차와 관련하여, 평가의 주체로 하여금 평가 대상물의 위치, 주변환경이나 도로에 인접한 상황 등을 조사하도록 하고 그러한 평가 관련 자료들을 보존하도록 하여 수용의 경우에 피수용자는 평가서에 첨부된 현황자료를 보고 바로 평가가 적법한지를 쉽게 확인하도록 마련함으로써 객관적 사실을 은폐하거나 허위의 자료에 기한 감정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우리나라 감정평가서에는 대상물의 현황조사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하여 감정평가의 정당성을 둘러싼 분쟁이 잦고 보상이 지체되기도 하는데, 중국의 경우와 같이 평가의 근거자료를 보존하도록 한다면 이러한 분쟁을 경감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마. 결어 
수용절차에서의 자의적인 감정으로 인하여 피수용자들이 입는 손해는 사회적으로 이미 심각한 문제이다(2008년 숭례문 방화사건의 동기도 토지수용 보상금에 대한 불만인 것으로 밝혀졌다). 하급심 법원들이 이 사건 대법원 판례를 편의적으로 원용하면서 감정평가의 적정성이 흔들리고 있으므로, 대법원에서 ‘토지보상평가지침’의 기속력을 부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보상액 산정에 있어 이를 참작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시를 하여 하급심 법원들이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곽정엽 변호사
법무법인 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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