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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인간의 광기, 자기희생의 이야기

 대학에서 전공과목으로 들었던 헌법개론1 은 기본권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기본권은 국민의 권리로서 법이라는 제도를 전제로 하는 인공적 개념에 해당하여 국가나 법이 없다면 생각하기 어렵지만, 인권은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존엄성과 가치에서 파생되는 선험적인 것으로 간혹 그 앞에 “천부(天賦)”라는 단어가 붙기도 한다. 

 교과서 설명대로라면 인권은 태어난 사람의 수만큼 존재하지만 불행하게도 이것을 누릴 수 있었던 사람들의 수가 언제나 그 시대 인구 수와 일치했던 것은 아니다. 한 나라의 민족 혹은 인종 전체의 인권이 부정되었던 대표적인 사례로는 우리나라 일제강점기의 강제징병과 위안부, 그리고 미국의 흑인노예제를 들 수 있다.  

 ‘톰 아저씨의 오두막’, ‘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같이 후자를 소재로 한 소설이 세상에 나오면서 한 인종 전 체가 몇 세기에 걸쳐 형벌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던 사실은 숨길 수 없는 역사가 되었다. 어릴 때 읽은 소설 속 역사도 충분히 충격적이었는데 최근에 청소년권 장 도서가 차마 전부 담아낼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통해 알게 되었다.  

소설은 백인의 재산으로서 그들을 위해 닳아 없어 져야 했던, 19세기 미국 남부 노예들의 비참한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작중(作中) 코라는 열여섯 살의 흑인 소녀로 아프리카에서 납치되어 온 노예 3세대다. 2세대인 엄마 메이블은 흑인에게 인간이길 포기할 것을 강요하는 랜들 가(家)에서의 삶을 거부 하고 코라가 열 살 되던 해에 지하철도(Under Ground Rail Road)를 통해 탈출을 시도한다. 메이블의 시도는 성공했지만 롤모델의 뒤를 이을 또 다른 기적은 일어 나지 않았다. 코라는 엄마를 제외한 탈주 노예들 전부가 결국 랜들 가로 붙잡혀오고 사람으로서의 형체를 잃은 채 거리에 전시되는 것을 보면서 랜들가에서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동갑인 시저가 코라에게 다가와 지하철도(Under Ground Rail Road)라는 목숨을 건 도박에 동승할 것을 제안한다. 목화 농장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이 도망치다 처참하게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을 깨달은 코라는 6년 전 메이블처럼 짐을 꾸린다. 
 
“밤에 그리로 걸어간다는 것은 자유의 땅 북부로 간다는 것. 그렇게 하려면 제정신은 놓아버려야 한다. 그러나 엄마는 그렇게 했다.”


둘은 지하철도 요원들의 도움으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하고 랜들가에서의 지옥 같은 삶이 끝났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그곳에는 인종 우월주의가 또 다른 형태 - 흑인들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과 흑인 확산을 막기 위한 불임시술(불임시술은 대개 흑인들을 위한 치료로 가장되었고 착각에 빠진 흑인들의 동의 아래 이루어졌다)-로 존재했다.

“진실은 당신이 보지 않을 때 누군가에 의해 뒤바뀌는 상점 쇼윈도의 진열과 같았다. 그럴싸하고 결코 손에 닿지 않는” 

랜들 가에서 파견된 노예 사냥꾼 리지웨이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도착하고 리지웨이 무리의 손에 시저를 잃은 코라는 다른 지하철도 요원인 마틴에 의해 구출되어 노스캐롤라이나에 이른다. 그러나 도망자의 삶이 언제나 그러하듯 코라는 살아남기 위해 죽은 자처럼 살아야 하는 몇 달을 보내고 결국 가까운 이웃의 밀고로 리지웨이에게 붙잡힌다. 흑인을 도운 백인 부부는 백인 사회의 시스템을 위협하고 그들의 재산을 형해화했다는 이유로 이웃의 손에 처형된다. 

나무에 시체들이 썩어가는 장식물처럼 매달려 있었다  “사람들이 이제 이 길을 자유의 길이라고 하지” (중략)
“자유의 길이라고 말씀하신 거, 그건 얼마나 길어요?” 거기에 걸어놓을 몸이 있는 만큼 길어진다고 마틴은 말했다.


리지웨이에 의해 단단히 족쇄가 채워진 코라는 서부를 거쳐 랜들 가로 끌려오다가 극적으로 지하철도 요원들에 의해 구출된다. 코라의 무리는 인디애나 주 (州)의 한 농장에 잠시 정착한다. 이 과정에서 코라는 미래를 함께할 반려자를 만나지만 살아남은 추격자 들이 저지른 방화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과 삶의 터전을 모두 잃는다. 다시 붙잡힌 코라는 리지웨이를 끌어 안고 계단으로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한다. 결국 코라는 살아남아 자유를 찾기 위해 다른 주로 향한다. 정착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코라의 고단한 삶이 계속 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이 소설의 저자는 영미 작가가 받을 수 있는 모든 최고의 상을 받았고 출판되던 해 언론의 찬사를 휩쓸었다. 그 중 하나인 퓰리처상 수상은 해당 작품이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확한 고증과 날카롭도록 섬세한 묘사를 읽어보니 퓰리처상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내용을 요약한다면 ‘어떤 논리로도 막을 수 없던 자유에 대한 갈망, 인종 우월주의와 재물에 미친 인간의 광기, 그 미쳐가는 사회적 광기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려던 지하철도 요원들의 자기희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묘사하는 작가의 표현력을 요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을 만큼 좋은 문장들이 가득 해서 독자가 생각하지 않고 쉽게 넘길 수 있는 페이지를 찾기 힘들다. 천재적인 묘사로 가득한 문장들을 읽으면서 이 책이 현대 소설의 수사적 기준을 바꿔놓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신 매매와 인종 우월주의를 정당화하는 리지웨이의 독백 부분, 인디애나 주의 한 농장에서 흑인 지성이 미국의 현실에 대해 성토하는 부분이 압권이다. 회원들께 시간을 갖고 천천히 일독하시기를 꼭 권하고 싶다.

 

 

 

 

김지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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