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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우는 사람들 Nighthawks, 고독의 소비

 어느 사람이 ‘외롭다’면,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이지도 않다. 누구나 그 약점을 가지지만 외로운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는다. 현대인은 그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지 않도록 배우는 데, 그것은 참 ‘이상한’ 점이다. 

 누구나 ‘죽는다’는 건 명확한 진실이고 무서운 진리다. 죽음을 향해 누구는 뛰어가고 누구는 걸어 갈 뿐이다. 현대인은 모르는 척 행복을 영원히 누릴 듯이 살고 있는데, 그것도 참 ‘이상한’ 점이다. 현대인들은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었다. 현대에서는 편리함이 하나의 습관처럼 붙어 있기에, 위협과 불안 요소를 잊고 지낼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풍요의 정점에서도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정서적인 빈곤을 체험한다. ‘풍요 속의 빈곤’은 사회학과 철학, 정신분석학 등 여러 분야의 미해결 과제다. 경제학자 폴 새뮤얼슨은 “행복은 소비(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것”이라는 공식을 내놓았다. 소비를 통해서 소유하는 것이 커지면 행복해지겠지만 그것은 유한한 것일 테고, 욕망은 관념 속에서 한계 이상으로 커지기에 무한한 것일 테다. 이 공식에 따르면 물질의 풍요(소비)는 욕망이 커지는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일지 모른다.

 이처럼 욕망을 이길 인간이 없기에, 결국 인간이 원래 불행한 것인가? 이제 사회학자나 종교인이 주로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이겠으나, 이 문제를 나름대로 심각하게 고민(?)한 사람들도 있다. 

 미국의 풍요기와 외로운 사람들을 관찰해 온 두 사람,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 7. 22. ~ 1967. 5. 15.]와 가수 톰 웨이츠 [Tom Waits, 1949. 12. 7. ~ ]다. 한 사람은 정갈한 신사 풍모에 판화와 디자인화를 그려왔던 관록 있는 화가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담배나 마약에 푹 담근 듯 목소리마저 짐승처럼 가릉가릉거리는 거친(?) 가수다. 얼핏 다른 조합 같다. 그런데 그들의 작품세계를 보면, 호퍼와 톰 웨이츠의 그림과 음악은 닮아있다.


  호퍼의 그림은 사실주의라고는 하지만, 지극히 평면적이고 활동감이 적다.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광고판이라던가 우연히 찍어버린 스냅사진이랄까. 초기에는 정물이나 풍경도 그렸지만, 역시나 그의 수작 (秀作)은 인물화에 있다. 작품에서 몇몇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앞 그림). 각자 뭔가를 하고 있지만, 어색한 공간에서의 힘든 공존이랄까. 누구는 신문을 누구는 책을 읽고, 누구는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거나 누구는 담배를 피운다. 그렇지만 그들에게는 생기(生氣)나 대화(對話)가 없다. 

 때론 호퍼의 작품에서는, 홀로 된 주인공이 있다(아래 그림). 그런데, 그들의 동작은 자유롭거나 방종하지 않다. 수줍고 공허하다. 허름한 공간이 아닐진대, 그들의 모습은 외로움과 허전함으로 가득 차 있다. 개성 있는 인물들이 아닌데도 그들은 스스럼없이 모델이 되었고, 역시나 헛헛한 모티브만을 남겨주고 있다. 정장을 차려입은 중년부인이든 아파트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젊은 여성이든. 연인과 밤을 보낸 남성과 대로변의 상점 주인남자도 그렇다.

 톰 웨이츠는 오랜 기간 많은 음악을 남겼고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수작들은 그의 20대, 30대의 작품들로 손꼽힌다. 독특한 창법은 유명 한데, 사포(沙布)로 목을 긁어 놓은 사람이거나 혹은 사람 행세를 하는 사자로 표현된다.


 홀로 더럽히고 버려진 인생을 주저리 읊고 ‘처참한 인생은 방탕의 대가’라는 술회를 늘어놓는 <Tom Traubert’s Blues>라는 곡은, 고독과 허무를 짓이겨 그윽한 쓸쓸함을 만든다. 젊은 날(20대)의 회고라고 하기에, 나이의 켜 (테)가 무척이나 굵고 선명하다. 

 때론 그도 연인을 만나 사랑을 한다. 하지만 방탕한 삶에서 만취한 상태 의 그를 좋아할 리 없다. <Warm Beer And Cold Women>이라는 곡은 ‘미지근해진 맥주와 차갑게 변한 여심’을 잘 드러낸다. 바(Bar)에 남겨진 그가 울부짖든 청승을 떨든 아무튼 ‘안 되는 날’이다. 

 누군가 ‘행복은 소비(소유)를 욕망으로 나눈 것’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종종 밤을 새우며 고독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행복한지 불행한지 가늠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밤을 새우는 사람들 ‘Nighthawks’가 있다. 그림 속 주인공이건 술집의 가수이건 그 사람들이 있다. 쓸쓸한 그들에게 행복공식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고독(Solitude) 엘라 휠러 윌콕스(Ella Wheeler Wilcox)

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Laugh, and the world laughs with you)
울어라, 너 혼자만 울 것이다. 
(Weep, and you weep alone)
낡고 슬픈 이 땅에선 환희는 빌려야만 하고 
(For the sad old earth must borrow it's mirth)
고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득하니까. 
(But has trouble enough of its own.)
노래하라, 언덕들이 응답하리라. 
(Sing, and the hills will answer)
탄식하라, 허공에 흩어지고 말리라. 
(Sigh, it is lost on the air)
메아리들은 즐거운 소리에 춤을 추지만 
(The echoes bound to a joyful sound)
너의 근심은 외면하리라. 
(But shrink from voicing care.)
기뻐하라, 사람들이 너를 찾으리라. 
(Rejoice, and men will seek you)
비통해하라, 그들은 너를 떠날 것이다. 
(Grieve, and they turn and go)
사람들은 너의 즐거움을 원하지만 
(They want full measure of all your pleasure)
너의 비애는 필요로 하지 않는다. 
(But they do not need your woe)
즐거워하라, 그러면 친구들이 늘어날 것이다. 
(Be glad, and your friends are many)
슬퍼하라, 그러면 그들을 다 잃고 말 것이다. 
(Be sad, and you lose them all)
네가 주는 감미로운 술은 아무도 거절하지 않지만
(There are none to decline your nectared wine)
그러나 너 홀로 인생의 쓴 잔을 마셔야 한다. 
(But alone you must drink life's gall)
축제를 열라, 그럼 너의 집은 사람들로 넘쳐나리라. 
(Feast, and your halls are crowded)
굶주리라, 세상이 너를 외면할 것이다. 
(Fast, and the world goes by)
성공하여 베풀라, 그것이 너의 삶을 도와주리라. 
(Succeed and give, and it helps you live) 
하지만 아무도 죽음은 막지 못한다. 
(But no man can help you die)
즐거움의 방들엔 여유가 있어 
(There is room in the halls of pleasure)
길고 귀족다운 행렬을 들일 수 있다. 
(For a long and lordly train)
하지만 좁은 고통의 통로를 지날 때는 
(But one by one we must all file on)
우리 모두는 한 줄로 지나갈 수밖에 없다. 
(Through the narrow aisles of pain)

 

 




유재원 변호사
● 법률사무소 메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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