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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를 당한 조합원의 가족채용에 관한 단체협약과 사회질서에 위반서울고등법원 2016. 8. 18. 선고 2015나2067268 판결

01 사실 관계

소외 망인은 1985년 2월경 기아자동차에 입사하여 2008년 1월경까지 간이금형반에서 금형세척작업을 고유업무로 수행하다가 2008년 2월경 현대자동차의 남양연구소에 전직되어 근무하였다. 망인은 2008년 8월경 급성백혈병으로 진단받고 투병 중 2010년 7월경 사망하였고, 산재법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어 망인의 처와 자녀 2명은 유족급여를 지급받았다.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노동조합과 체결한 각 단체협약에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1인에 대하여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망인의 처와 자녀 2명은 기아자동차에 대해 작업과정에서 화학물질인 벤젠노출기준을 위반 및 미교육 등으로 근로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이와 병합하여 그 중 자녀 1명은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기아자동차(주위적)와 현대자동차(예비적)에 대해 채용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이하, ‘채용청구’)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02 법원의 판단

1) 1심 판결
법원은 피고 기아자동차에게 망인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며 손해배상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위 망인의 자녀가 피고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에 대한 채용청구에 관해서는 근거가 되는 단체협약을 무효로 판단하여 기각하였다.

2) 2심 판결(대상판결)
원고들은 1심의 패소부분(채용청구)을 항소하였고, 피고 기아자동차도 패소한 금전 부분에 항소하였는데, 2심 법원은 채용청구 부분에 대해 1심 판결과 거의 유사한 취지와 내용으로 판단하였다. 우선, 판결요지이다. 단체협약은 그 내용이 강행법규나 사회질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단체협약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하는데, “회사는 조합원이 업무상 사망하였거나 6급 이 상의 장해로 퇴직할 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중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 이내 특별채용하도록 한다”라는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다.

2심 법원이 채용청구를 기각한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고용계약은 사용자와 노무자 간의 특수한 인적 신뢰관계가 전제되는 계약이자 장기간 계속적 급부의 제공을 내용으로 하는 계약인데, 이와 같은 성질의 고용계약을 장래 불특정 시점에 불특정인과 체결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은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②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되어있다. 최근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고, 20~30대 청년들의 기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좌절감과 분노가 유래 없이 커져가고 있는 지금의 상황 속에서, 취업기회 제공의 평등에 관한 기준은 종전보다 엄격하게 정립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서처럼 결격사유가 없는 한 유족의 채용을 확정하도록 단체협약을 통하여 제도화하는 방식은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 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③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또는 5·18민주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보훈보상대상자 지원에 관한 법률, 특수임무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등에도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취업지원 규정은 취업지원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 법률의 형태로 규정되었다는 점, 국가 또는 민주주의를 위한 희생 및 공헌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 단순히 채용시험에 가점을 부과하거나 채용비율만을 정하여 일정 수준의 경쟁을 전제로 하고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이 채용의무를 바로 발생시키는 것은 아닌 점 등에서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다르다고 할 것이다. ④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으로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경우 유족의 생계보장은 금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채무불이행에 의한 손해배상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이고, 그것으로 상당부분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물론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에 따라 금전 외의 적절한 배상방법이 마련될 수 있으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방식을 통한 배상은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를 희생한 결과 얻어지는 것이므로, 그 인정 여부 및 인정범위를 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⑤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의 취지는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유족의 생계보장을 위한 것으로서 일응 그 타당성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조합원의 유족에게 생계보장이 필요한지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지지 아니한 채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직계가족 1인에 대한 채용의무를 부과할 뿐만 아니라, 그 요건에 관하여 살펴보더라도 결격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한 근로자의 능력적 측면에서는 어떠한 요건도 요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채용의무를 부과함으로써 과도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규정을 두게 되더라도, 재능과 노력 이외의 것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은 사회구성원의 충분한 합의 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요건 설정을 통하여 예외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단체협약 규정의 하나에 의하여 무제한적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03 평석

1) 채용조항의 사회적 이슈로 발전
이 사건에서 중요한 쟁점인 단체협약의 채용조항이 사회적 이슈로 발전한 것은 최근이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4월경 한국노동연구원의 「단체협약 실태조사」의 결과에 기초하여, 회사매각 등 기업 변동 시 노조 동의 조항을 둔 경우, 조합원 가족들의 우선·특별채용 등을 제시하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결여하거나 과도한 인사·경영권의 제약으로 인력운용의 경직성을 담고 있는 규정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앞으로 임·단협 체결과정에서 노사가 불합리한 규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위법한 협약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등을 통해 개선해 나가겠다”며 구체적인 일정까지 밝혔다. 오래전부터 일부 공기업 또는 대기업에서는 장기 근속한 자 또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녀의 채용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으로 우대하거나 업무상 재해를 당한 조합원의 가족들을 채용하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두어 왔다. 오늘날 청년층의 취업률이 저조하고 대기업 또는 공기업에 고용되는 것은 더욱 어려운 현실에서, 이러한 단체협약상 채용조항에 관해 “고용세습 또는 현대판 음서제도”라며 노동조합의 활동을 비판하는 움직임이 있다. 특히, 조직력이 강한 대기업 생산직 노조가 활동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그 비판은 매우 강한 것 같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와 여당이 노동조합을 길들이기 위한 목적에서 나온 위법적인 조치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2) 검토
우선, 1심에서는 이 사건 단체협약상 채용조항을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에서 이를 변경하여 단체교섭의 대상으로 인정한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채용조항에 대해 1심과 2심 모두 사회적 질서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고용노동부가 단체협약의 실태를 근거로 지도하고 시정명령을 통해 개선하겠다는 것은 현행 노동관계법의 해석을 기준으로 할 때 타당한지가 문제된다. 이때 주로 단체협약의 자치와 한계, 단체협약의 대상 여부, 채용규정의 유형과 사회적 질서의 위반이라는 기준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대법원에서 진행 중인 사건이고 지면의 사정상 자세한 검토를 할 수 없으나 법리적 관점에서 위 판결에서 설시한 이유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단체협약에서 오래 근무한 조합원의 가족을 특별채용하거나 가산점을 준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이고 안정된 직장인 피고
기아차와 현대차에 취업하려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형평성이 의심스러워 단체협약의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둘째, 업무상 재해를 당해 가족의 생계에 영향을 받게 된 조합원과 그 가족을 위해 특별 채용하도록 노동조합이 활동하고 노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사합의를 통해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의 가족을 채용하기로 한 단체협약의 내용은 민법 제103조의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만약, 이를 사회질서에 위반으로 무효로 파악한다면, 사회질서의 범위 또는 내용을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이고, 노동조합의 활동범위를 매우 제한하여 단체협약의 자치를 축소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된다.

 

평석 요약

대상판결은 “업무상 재해를 당한 조합원의 가족채용에 관한 단체협약의 내용은 사용자의 고용계약 체결의 자유를 완전히 박탈하고 일자리를 물려주는 것이어서 사회질서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나, 단체협약의 자치를 축소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며 사회질서의 의미를 너무 확대해석하였다.

박수근 교수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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