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법률판례 나의 소송이야기
판결 선고에 대한 감회

  

판결 선고를 듣기 위해 법정에 가는 발길은 언제나 무겁다. 승패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승소할 것으로 예측한 사건이 패소 판결을 받으면 그 당혹감과 낭패감은 말할 것도 없다. 패소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건에서 승소해도 당혹감은 마찬가지다. 패소하리라는 예측이 잘못된 것인가 하는 자책감과 함께 상소심에서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 때문에 걱정부터 앞선다.


사무실 직원을 법정에 보내 선고 결과를 전해듣거나 대법원 사이트에서 선고 결과를 확인하
는 것과 직접 법정에 가서 선고를 듣는 것 사이에는 사뭇 큰 차이가 있다. 직원의 전언이나 사
건 검색 사이트의 검색 결과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긴장감은 없다. 이에 비해 선고기일에 법정의 방청석에 앉아 선고를 기다리고 있으면 평소의 리듬을 잃어버린 심장의 박동을 느끼게 된다. 


기억나는 것은 개업한 지 4년 차 무렵, 해고무효확인 소송의 판결을 선고받던 날이다. 의뢰인
이 평소 알던 사람이기도 하고 정성을 기울인 사건이기도 해서 직접 선고를 듣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 법정 방청석에 앉아 재판 시작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벌써 손에 땀이 나고 가슴은 쿵덕쿵덕 뛰기 시작했다. 재판부가 입정하여 판결을 선고하기 시작하자 언제 내 사건이 호명되는지 귀를 기울이는 동안 심장 박동이 최고조에 이르러 그 소리가 옆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까 염려할 정도였다. 다행히도 그 사건은 해피엔딩이었다.


십 년 전쯤에는 최악의 선고일을 맞이했던 적도 있다. 개업 이후 같은 날 두 사건의 선고가 겹
친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날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 각각 선고가 예정되어 있었다.


오전에 선고가 있었던 북부지방법원의 사건은 원고 대리 사건이었는데, 승소 예측은 하면서도
인용 금액이 궁금하여 직접 선고를 듣고자 법정을 찾았다. 선고 결과는 청구금액의 1/10 정도에 그친 턱없이 적은 액수였고, 눈앞이 막막했다. 제3채무자에 대하여 추심명령을 받았는데, 제3채무자가 추심에 응하지 않아 제기한 추심금 청구소송이었다.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게 부품대금을 지급해야 할 채무가 있었지만 이를 채권자가 추심하는 소송에서는 부품에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로 부품대금에 대한 상계의 항변을 한 사건이었다. 제3채무자가 직접적 거래관계 없는 채권자에게 납품받은 부품에 하자가 많아 부품 대금을 대폭 감액해야 한다고 항변한 데 대하여 채권자는 채무자로부터 입수한 거래장부를 토대로 하자로 인해 반품되어야 할 부품은 극히 일부에 그친다는 재항변을 한 사건이었다.


의뢰인에게 뭐라고 선고 결과를 설명해야 할것인지 의기소침한 기분으로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래도 오후에 선고가 예정된 서울중앙지방법원 사건에서는 승소하리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오후 사건은 피고 대리 사건이었는데, 주식반환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가 기각될 것으로 예측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웬걸, 원고 전부 승소, 피고패소로 선고되었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모두 예측을 빗나간 판결이 나를 망연자실케 했다. 악몽의 날이었다. 그 후 두 사건은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사실상 결과가 모두 뒤집혔다. 북부지법사건은 항소심 조정절차에서 원고 전부 승소와 동일한 결과가 되었고, 중앙지법 사건도 조정절차에서 피고가 흔쾌히 동의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되었다.
 
형사사건은 판결 선고일에 좀처럼 법정에 나가지 않는다. 의뢰인이 친구라고 하더라도 법정에 나갔다가 결과가 나쁘면 그 충격이 두렵기 때문이다. 형사사건의 선고결과가 예측을 빗나간 경우, 특히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예측하였는데,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 구속이 된 경우 그 낭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번은 업무방해로 불구속기소 된 사건에서 업무방해 여부에 다툼이 있고, 피해 정도도 크지 않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예측한 사건이었다. 의뢰인이 판결 선고일에 전화로 법정에 가는 중이라고 연락을 해 왔을 때, 선고를 듣고 나서 그 결과를 전화로 알려달라고 얘기했다. 그런데 선고 시간이 지나 30분, 1시간이 되었는데도 연락이 없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를 않는다. 아차, 법정 구속이 된 것 아닌가 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부랴부랴 선고 내용을 물어보기 위해 법정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때 재판부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피고인이 변호인에게 연락을 원했다면서 법정 구속이 되었다고 했다. 그 다음 날 바로 서울구치소로 접견을 가서 나의 예측이 안일했음을 사과했다. 피고인이 항소심 변호까지 맡겨 항소심이 끝날 때까지 서울구치소를 왕래했고,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를 받았다. 의뢰인에 대한 비밀보호 의무 때문에 사건을 자세히 소개하기는 어렵지만 1심의 실형 선고와 법정 구속은 괘씸죄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금도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소송대리인 또는 변호인으로서 판결 선고일의 법정에서 겪은 나의 긴장감을 되돌아보면 선고일에 느끼는 소송당사자와 피고인의 스트레스는 나의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짐작한다. 특히 심급에 따라 승패 또는 유·무죄가 교차하는 사건에서 소송당사자와 피고인이 느끼는 심장의 고동소리와 정신적 긴장은 엄청날 것이다.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사건에서 소송당사자와 피고인, 그 대리인과 변호인이 겪는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하다.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는 시소(seesaw) 판결은 인간의 판단 능력의 한계 때문인가, 사법제도의 불완전성 때문인가에 관해서도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더구나 최근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서 보듯 인간의 판단 능력의 한계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사심 때문에 판결 결과가 달라진 사건의 경우 그 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느끼는 사법부와 이 사회에 대한 분노와 불신의 정도는 피를 토할 지경일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강병국 변호사

강병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