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회원칼럼
정치자금 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선진국 사례를 중심으로

Ⅰ. 서설
 노회찬 의원의 투신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치자금 규제 문제가 새삼 화두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자금의 조달을 정당 또는 정치인에게 맡겨 두고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면 정치권력과 금력의 결탁이 만연해지고, 필연적으로 기부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금력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에게 유리한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민주주의의 기초라 할 수 있는 1인 1표의 기회균등원리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으므로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필연적 귀결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10.5.27. 2008헌마491, 헌재 2011.4.28. 2010헌바232 결정) 위와 같이 우리 정치 자금법의 역사는, 정경유착을 차단하기 위해 기업의 기부금을 금지하거나 제도화하는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자금의 조달통로를 양성화하면서도 그 투명성을 위한 법적 장치 역시 강화해 온 과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상당한 제도적 개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비제도화된 형태의 비공식적 정치자금이 조달되면서 사회적·정치적 파장과 불법 전과자 양산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후원금 액수의 지나친 비현실적 제약(대통령 선거 1,000만 원, 국회의원 500만 원 상한)이나 법인, 단체 등이 후원금을 아예 기부할 수 없는 규제 및 정당 후원회가 전면 금지된 상황에서, 그러한 규제로 인한 피해는 노회찬 의원의 사례와 같이 군소정당과 그 소속 정치인 이 입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개선의 필요성이 더더욱 큰 상황이다.


Ⅱ. 정치자금 규제에 관한 비교법적 검토
 영국은 2006년에「정당·선거 및 국민투표법」이 개정되면서 정치자금에 대한 공개를 더욱 강화하여 정당의 지출내역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기부 상한액은 없으며, 단지 중앙당에 연간 5,000파운드(약 950만 원), 지구당에 연간 1,000파운드(약 190만 원) 이상을 기부하면 그 기부자의 이름과 금액이 공개될 뿐이다. 또한 기업이 정치자금을 기부할 때 사전에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고 4년마다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치자금 기부가 특정 경영인의 자의적 판단이나 개인적 이해 관계에 의해 이뤄짐으로써 기업에 손해를 입히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승인 대상에는 현금뿐 아니라 공간·시설 무료 제공 등 간접적 지원 비용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의 조달이나 지출의 주체인 정당의 매분기별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였고 선거기간에는 매주 선거관리위원회(Electoral Commission)에 정치자금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또한 정당은 선거일 후 3개월 이내에 보고를 해야 하며 후보자 역시 선거결과가 발표된 시점으로부터 35일 이내에 정치자금내역을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한편, 미국은 1900년대 중반까지 수정헌법 제1조의 이념에 따라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하여 정치자금에 관한 규제가 거의 없었으나, 워터게이트 사건 등이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선거자금의 모금과 지출 등에 관하여 제한하기 시작했다. 즉, 미국 연방선거 운동법(Federal Election Campaign Act, 1971, ‘FECA’)제431조는 기부를 하는 주체와 기부를 받는 주체에 따 라 그 범위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었으며, ‘국립은행 또는 기업체, 노동단체’의 기부(제441조의b)를 특별히 금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 조항은 2010년 연방대법원이 Citizens United States v. FEC 판결에서 위헌으로 결정 되었다. 또한, 미국 초당파선거운동개혁법(Bipartisan Campaign Reform Act of 2002)“BCRA” 제441조(기업 의 정치자금 후원금지) 규정과 관련하여, 2010년 Citizens United v. FEC 판결에서 위헌 결정을 하였다. 위 판결에서 대법원은 위와 같은 규제조항이 정치적 의사의 왜곡을 방지하며 부패를 막는 수단으로써 의미가 전혀 없다고 판단하면서, 주주보호를 이유로 비영리기업을 포함하여 모든 기업에 대해 일률적으로 정치자금 후원을 제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의 이념에 반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판결은 영리, 비영리를 불문하고 모든 기업 및 노동조합 등 단체가 공직선거과정에서 정치활동 관련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 연방헌법 수정 제1조의 의해 보호된다고 판시한 최초 판결이다. 그 후 2014. 4. 연방대 법원은 McCutcheon v. FEC 사건에서 기업과 단체의 정치자금 후원 및 개인의 기부금 총액제한 규정은 위헌무효라고 판시였다. 총액제한을 통해 탈법적 행위를 방지 하고자 모든 기부행위를 무분별하게 금지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이익에 불균형을 초래하므로 수정헌법 제1조 상의 권리에 대해 불필요한 침해를 방지할만한 대안을 연방의회가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기본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는 직접적인 동시에 광범위한 다른 대안들이 얼마든지 있다고 보았고, 그 대안으로, ‘기부금 공시제도’를 통해 거액의 기부금과 지출내역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모두 공개함으로써 부정부패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현재, 미국은 선거에서 한 개인(법 인 단체 포함)이 금액의 제한을 받지 않으며, 선택의 제약을 받지 않고 다수의 선거후보자, NPC, PAC 등에게 무제한적으로 다중의 기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위 판결로 인해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 경로가 소프트머니뿐만 아니라 하드머니 영역까지 확장됨으로써 부자들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되며, 다른 측면으로는 부자들의 기부경로가 이전보다 분산됨으로써 ‘Super PAC(억만장자로 구성된 정치자금 비영 리민간단체)’와 같은 이익집단의 영향력 행사가 올바르게 순기능적으로 재정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독일의 경우 단순한 모금 액수보다는 투명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어, 연간 총액이 10,000유로(1,500만 원)를 넘는 기부금의 경우에는 그 기부자의 이름과 주소 및 기부총액 등을 회계보고서에 기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개별적인 기부금의 액수가 50,000유로를 넘는 경우에는 곧바로 기부와 관련된 상세사항들이 연방의회 의장에게 보고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정치자금 에 대한 사후투명성 확보에 초점을 두어 후보자 개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에 관한 규정이 없는 대신「정당법」에서 정당의 수입과 지출내역을 정리한 회계장부의 작성 및 연방의회 의장에 대한 보고의무(정당법 제23조 내지 제24조), 회계보고를 매년 하여야 하며, 그 공개는 2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도록(정당법 제23조 제1항 및 제 4항) 규정하고 있다. 만약 회계보고서에 기부금 내역이 부정확하게 작성되어 국가보조금의 내용이 부적합하게 확정된 경우 독일연방하원의장의 권한으로 기부금에 기초해 지급된 국가보조금의 확정액을 환수하거나, 회계보고서에 부정확하게 기재된 금액에 대해서는 그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벌적 부과금으로 징수하고, 자산과 관련하여 부정확한 사항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자산의 가치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벌적 부과금으로 징수하도록 하며, 위법한 기부금에 대해서는 해당 기부 금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징수하는 한편, 미공개 기부금에 대해서는 해당 기부금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을 징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는 특유의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수단으로써 재정대리인 제도를 두고 있다. 즉, 프랑스의 경우 후보자에 대한 개인후원금은 한 선거당 4,600 유로(약 700만 원)로 제한되며 후보자는 정당과 마찬가지로 재정대리인을 지정하여 자금을 관리해야 하고, 모든 수입 및 지출내역은 정치자금 및 선거회계 국가위원회의 감독을 받게 된다. 재정대리인은 정당에 의하여 임명되는데, 단체 혹은 자연인의 형태로도 임명될 수 있다. 단체로 재정대리인을 두는 경우는 선거법(Code électoral) 제 52-14조에 규정된 국가선거운동경비 및 정치자금통제위 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가선거운동경비 및 정치 자금통제위원회는 임기 5년의 9명의 위원들로 구성이 되는데, 3명은 행정최고재판소의 사무국의 심의를 거쳐 부소장이 전·현직 행정최고재판소 재판관 가운데 추천하며, 3명은 대법원의 사무국의 심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전·현직 대법관 가운데 추천하고, 3인은 회계원의 각 국의장의 심의를 거쳐 회계원장이 전·현직 회계심의관 가운데 추천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프랑스는 재정대리인제도를 시행하여 정당 정치자금의 수수와 지출 창구를 단일화해 통제하기가 용이하고 이를 통해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Ⅲ. 결론
 현실적으로 정당이 국민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운영경비, 조직활동비 등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즉, 정당이 국민의 의사결정에 적절히 참여하기 위해서는 그 재정의 건전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당의 정치자금을 규제하는 것에만 초점을 둘 경우, 이는 국고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정당의 의사만 반영되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 정당재정이 불안정한 소수정당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국가의 정책결정에 온전히 반영하지 못할 경우, 이 역시 국민의사가 왜곡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정당의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를 함에 있어서는 일률적으로 정당의 수입이나 조달원을 통제하기보다, 적정한 수준에서 정당의 정치자금원을 허용한 후, 다만 그 조달과정이나 지출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통제과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선진국들의 정치자금 규제가 자금 모금 자체보다는 사후 회계보고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측면은 우리가 경청할 만하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선거 자금(정치자금)에 관한 규제를 보다 완화하여 개인은 물론 단체(법인)의 기부금 제한을 해제하는 한편, 기부금 액수도 현실적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며 그에 대응하여 선진국들의 제도를 적극 벤치마킹하여 단순 형사처벌보다는 사후 정치자금의 용처에 대한 투명하고도 엄격한 회계감사와 보고를 통한 사후 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성중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