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시인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는 그의 ‘오이디푸스왕 3부작’ 중 한 편으로, 법철학적으로 최초의 자연법과 실정법의 대립 및 최초의 시민불복종을 다룬 문학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무엇인가에 대해 반대ㆍ저항하다라는 의미의 ‘안티’(Anti)가 바로 이 작품에서 유래한 말인 만큼, 이 작품은 ‘저항하는 자’ 들에 대한 최초의 문학작품으로도 의미가 깊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저항의 법사상’을 담은 작품으로서의 『안티고네』의 의미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전작『오이디푸스왕』에서 이어지는『안티고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가 부친 살해 및 모친과의 근친상간이라는 자신의 비밀을 깨닫고 스스로 눈을 찔러 맹인 방랑자가 된 이후, 그의 두 아들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왕위를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다 둘 다 사망하고 만다. 새로 테베의 왕이 된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만 장례를 치러주고, 타국의 군대를 이끌고 조국을 공격한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은 매장하지 못하게 명령했다. 그러나 두 왕자의 여동생인 안티고네는 죽은 혈족의 장례를 치르는 것은 천륜이라고 주장하며 위 명령을 어기고 오빠의 시체를 매장했다. 이에 크레온은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석굴에 가두었는데, “천륜을 어기면 아들 하이몬이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들은 그는 겁을 먹고 결국 그녀를 사면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이는 그녀가 이미 목매달아 자결한 후였으며, 그녀를 연모하던 아들 하이몬은 크레온을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안티고네를 따라 자결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안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자살하고, 혼자 남은 크레온은 이 모든 비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빨리 죽기만을 원하게 된다.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들은 다양하다.1) 인간론에 있어서는 “인간은 무엇인가?”, “인생에 의미가 있는가?” 등이며, 정치철학적ㆍ법철학적 문제에 있어서는 “국가권력이 개인의 인권보다 중요한가?” “개인과 국가 간의 정치적 상황에서 개인이란 무엇인가?” “개인의 양심과 행복을 파괴하는 비이성적 권력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정치구조는 무엇인가?” 등이다. 그 질문들 중 우선 법철학적 질문, 즉 자연법과 실정법의 대립의 문제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안티고네는 양심(자연법)과 국왕의 명령(실정법)의 대립 속에서 양심 (자연법)을 선택하여 오빠의 시체를 매장하려 했다. 국왕 크레온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국가법의 우월성을 노래한다. “불복종보다 심한 잘못은 없다. 불복종은 도시를 폐허로 만들며 우리의 가정을 무너뜨린다. 만일 사람이 인간답게 산다면, 그 이유는 법이 그를 구원하기 때문이다.” 다만 크레온은 “국가가 정한 위치에서 사람은 그 명령이 옳거나 심지어 옳지 않을 때도 복종해야 한다.”라고 까지 주장하는데, 이 부분에서 그가 극단적인 법실증주의자의 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저항하는 안티고네는 개인의 양심의 상징, 혹은 실정법을 초월하는 자연법을 상징하는 존재로 해석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서『수사학』에서 안티고네를 자연법의 대표자로 평가한 이래 많은 학자들이 이 작품에서 나타난 자연법과 실정법의 대립을 분석하였는데, 그중 대표적 인물은 바로 헤겔이다. 헤겔은 저서『정신현상학』 (1807)에서 안티고네를 국가법에 대항하는 자연법의 대변자로 평가하면서, 이 작품을 가리켜 “예술작품 가운데 가장 찬란하고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안티고네에 대하여는 “천상의 안티고네, 일찍이 지상에 나타난 인물 가운데 가장 찬란한 인물”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안티고네는 또한 역사상 “저항하는 자들”의 상징이 되어 왔다. 역사적으로 권력에 저항하는 약자들은 자연법을 근거로 자신들의 저항을 정당화하였으며, 따라서 역사상 최초로 자연법을 근거로 권력에 저항한 안티고네가 그들의 상징이 되는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프랑스의 극작가 장 아누이는 1944년 독일 점령기의 파리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면서 안티고네를 독일 점령군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의 상징으로 그려낸 바 있으며,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전 대통령이자 흑인 인권운동으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넬슨 만델라는 “우리의 투쟁을 상징하는 인물은 안티고네였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21세기 중동과 아프리카의 ‘재스민 혁명’을 주도한 아랍인들까지도 안티고네를 그들의 저항의 상징으로 받아들이며 ‘안티고네’ 를 곳곳에서 공연하고 있다는 사실2)을 볼 때에도, 안티고네가 인류 역사에서 그야말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저항의 상징이 되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안티고네는 단순히 자연법에 비춘 실정법의 부당함을 외쳤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에 저항하여(오빠 시체의 매장이라는) ‘행동’을 하였다는 점에서 ‘최초의 시민 불복종자’로도 평가받는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저서 『전체주의가 어쨌다구?』(2001)에서 불복종에서 중요한 것은 ‘말’보다 ‘행동’이라고 서술하며, 안티고네의 불복종 행동은 ‘자율성’과 ‘수행성’을 보여주었으며 또한 결과적으로 권력자를 파멸에 이르게까지 하였다는 점에서, 안티고네를 ‘시민불복종의 전형적 사례’일 뿐 아니라 ‘저항과 민 주주의의 상징’으로까지 평가했다.

  한편 여성주의 학자들은 이 ‘최초의 시민불복종 자’였던 안티고네가 바로 ‘여성’이라는 사실에 착안하여, 안티고네의 투쟁을 ‘가부장주의 질서에 맞선 여성의 투쟁’ 으로 해석한다. 철학자 퍼트리셔 밀스는 저서『헤겔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해석』(1996)에서 안티고네를 ‘가부장적 지배에 의식적으로 저항하는 인물’로 규정했으며, 사회학자 뤼스 이리가레는 저서『성적 차이의 윤리』(1984)에서 안티고네를 ‘여성은 본질적으로 수동적 존재’라는 남성 중 심적 사유에 도전하는 인물로 보았다. 철학자 주디스 버틀 러는 저서『안티고네의 주장』(2000)에서 안티고네를 자신 의 흔들리는 정체성으로 ‘우리들의 단단한 정체성, 공적인 영역의 우월성’에 의문을 던지는 존재로 평가했다. 이처럼 수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분석되어 온 만큼,『안티고네』는 미국의 ‘법과 문학’(law and literature) 강의에서도 가장 많이 강독되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3) 인류의 가장 오래된 걸작 문학작품 중 하나이면서 법철학ㆍ법문학의 가장 중요한 텍스트 중 하나이기도 한『안티고네』가 우리 변호사들에게도 중요한 문학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본 작품의 일독을 권한다. 작중 인물들의 치열한 고민과 투쟁을 접하는 것을 통해 법철학적 고민을 심화하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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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철현,「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주간조선, 2017. 2. 23.자)
2)  Roberta Pennington,「Antigone as the Arab Heroine」(The National, 2015. 11. 6.자)
3)  민윤영,「안티고네 신화의 법철학적 이해」,『법철학연구』, 제14권 제2호, 2011, 69면.

임준형 변호사
● 법률사무소 메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