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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의 법률가와 소통한다는 것

필자는 2006년에 화학회사 대졸 엔지니어로 입사한 뒤, 현재 같은 회사 지적재산권 부서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에 관한 분쟁이나 협상이 외국 회사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의 법률가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많으며, 해외의 문헌이나 분쟁 사례를 조사하는 일도 잦은 편이다.
외국과 관련된 업무가 많다는 것은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일하는 변호사들의 공통점이다. 한국 지적재산권 변호사협회(Korean Intellectual Property Lawyers Association, 이하 “KIPLA”)는 회원들의 해외에 대한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지적재산권 전문가들과 매년 굵직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2018년으로 창립 4주년을 맞이한 KIPLA는 처음으로 일본 IP NET 와 함께 교토에서 해외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개최되는 행사이다 보니, 참가 인원을 모으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도 들었고, 숙박이나 교통 등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할 숙제들이 있었지만, 일본에 대해 능통하신 선배 변호사님들께서 서로 자청하여 도움을 주신 덕분에 행사를 순조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약 3개월의 준비기간이 지난 뒤, 공동 세미나를 개최하는 4월 20일이 되었고, 다른 변호사님들과 함께 행사장까지 무사히 이동하였다. 택시에서 막 내린 교토 현지는 벚꽃이 막 저문 4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30도의 기온을 보이고 있어 마치 초여름 날씨와 같았다.
세미나는 양국 법관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되었는데, 일본의 시미즈 미사오 소장이 디자인법, 부정경쟁방지법, 저작권에 관한 일본 디자인 분쟁 사례들을 소개하였고, 발표 자료 중에서는 한국의 분쟁 사례와 유사한 사건들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국의 한규현 부장판사는 전자소송 등 한국 지적재산 소송제도의 특징을 소개하였는데, 한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전자소송시스템은 일본 변호사들의 놀라움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다음으로 토론이 이어졌고, 첫 번째 토론 주제는 영업비밀이었다. 김원 변호사, 호시 다이스케 변호사, 전응준 변호사, 하야카와 하사시 변호사의 발표와 토론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두 번째 토론 주제는 디자인 보호였고, 오스미 히로시 변호사, 곽부규 변호사, 스에요시 와타루 변호사와 홍동오 변호사가 양국의 사례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각국의 사례 중, 비슷한 사실 관계에서 동일한 결론을 내린 사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세미나 이후에는 KIPLA와 IP NET 회원들이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가 이어졌다. 별도로 정해진 좌석 없이 편안한 분위기로 저녁 행사가 진행되었고, 모두들 명함을 주고받으며 양국의 지적재산권 실무에 대한 관심사나 궁금증을 묻고 답하였다. 그리고 다음 날에는 KIPLA와 IP NET 회원들이 교토의 명소를 함께 관광하였다. 버스를 타고 다니며 전날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변호사들과도 대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관광행사를 끝으로 세미나 참가단은 일본 변호사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짧은 여정을 마쳤다. 귀국 이후 일본 변호사들에게 일본어 자동 번역과 스마트폰 메신저를 활용해 저작권 사례에 관하여 문의해 볼 수 있었던 것은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한편, 필자는 2018년 8월부터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American University 에서 LL.M. 과정을 밟으며 미국 로스쿨 교수, J.D. 과정 학생들을 비롯하여 남미, 아시아, 유럽 등에서 온 타국의 법률가들과 각종 법률 쟁점을 논의하고 있다. 필자의 부족한 외국어 능력으로 사실이 잘못 전해질까 우려하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가 아직 겪지 않은 사례를 다른 나라에서 찾거나 우리 나라가 먼저 경험한 사례를 다른 나라에 알려주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지면을 빌어 올해 개최된 일본 세미나를 비롯하여 매년 주요 국가들과 국제 세미나를 열성적으로 준비해 주시는 KIPLA 소속 변호사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지적재산권에 관심을 가진 많은 분들이 KIPLA의 활동에 동참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전한다.

 

 

 

 

 

 

박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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