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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자리 흩트리기김동연 지음/쌤앤파커스

 11세에 아버지를 여의고 판잣집에 살다가 천막촌까지 밀려났다. 상업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은행원이 되어 할머니와 어머니, 세 동생을 부양하는 소년가장이 되었다. 지독한 가난 속에 은행에 들어간 것도 큰 성과였지만, 더 나은 삶을 갈망하며 주경야독으로 대학을 졸업하였다. 다시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합격하여 공무원이 되었고, 장학금을 받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였다. 귀국 후공직으로 돌아와 승진가도를 달리다가 대학의 총장이 되었다. 학생들보다 더 젊은 정신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지지하여 역대 어떤 총장보다 학생들로부터 사랑받는 총장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부총리이자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김동연 부총리.
 그의 이력을 쫓아 보면,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오르막길만 달려온 것처럼 보인다. 처참한 밑바닥에서 시작하였으나 크게 곤두박질쳐본 일 없이 오직 올라서기만 한 성공일로의 삶. 고난을 헤치고 일어선, 용기와 투지와 열정으로 가득한, 보통사람들에게는 멀기만 한 신화적인 삶.
 그러나 그의 그런 성공일기 뒷면에는, 인간 만사를 한번에 다 적었다 해도 과하지 않을, 삶의 다른 모든 기쁨들을 상쇄해 버리기에 족한 가슴 아픈 사건이 있다. 2013년 10월, 그가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고 더없이 자랑스럽게 여겼던 큰아들이 급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간으로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 스물일곱이었다. 아들에게 골수이식을 한 날도 주변에 알리지 않았고 발인을 마친 오후에도 출근하였으나, 9개월 후 그는 공직을 떠났다.

 그의 책「있는 자리 흩트리기」는 문학적으로 유려하고 아름다운 글도, 현란한 지식과 논리로 무장한 글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선배의 세상 사는 이야기, 다정한 아버지의 격려, 자상한 선생님의 조언 같은 소박하고 담담한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의 많은 부분에 깊이 공감하고 때로 함께 가슴이 아팠다. 나는 우리들의 경제부총리가 어려운 처지와의 격렬한 투쟁에서 어떻게 승리하여 별처럼 솟구쳐 올라왔는지 보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잃고 식구들의 끼니를 걱정하며, 나이가 들어서는 아들을 잃고 삶을 지탱하기 위하여 얼마나 깊은 탄식과 고통의
순간들을 겪었을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깊이를 얻었을지를 생각하였다. 단장을 끊는 아픔의 결과이니 그는 원하지 않았겠지만, 인간으로서의 깊이 그것이야말로 성공이 아닐까. 진정한 자아를 찾고 나와 주변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하자는 의미에서 책 제목은 “있는 자리 흩트리기”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는 있는 자리를 흩트리고자 고통스러운 삶을 흩트림 없이 지탱해 온 사람이다. 젊은이들에게, 자녀를 둔 부모에게, 불현듯 삶을 흩트려버리고 싶어지는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채정원 변호사
● 법무법인 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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