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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변호사 인터뷰

인터뷰/정리 : 김용우 본보 편집위원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변호사님께서는 주역에 상당한 식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역에는 어떻게 입문하시게 되었나요?
1996년, 제가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때인데요. 당시 대법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재판연구관들이 단학수련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약 3개월 가량 수련하던 중, 지인이 풍류도(風遊道)를 권하더라고요.

풍류도는 고조선시대부터 전해 내려오던 수련법으로 원광선사(圓光禪師)께서 사부로 계셨습니다. 풍류도는 기본적으로 정공(靜功)과 동공(動功)으로 수련을 합니다. 정공의 대표적인 수련법의 하나가 태공유수(太空有水)라는 자세를 잡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 자세를 5분, 10분을 지속하기도 힘든데, 1시간은 태공유수의 자세를 잡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루에 1분씩만 늘려보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25분~30분과 40분~45분 사이가 고비였습니다. 그 후 1시간 동안 자세를 잡게 되었습니다. 그때까지 약 3개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열심히 하니, 권해주었던 지인 및 도반들이 ‘현직 법관이 이렇게 열심히 나오는 것을 처음 보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보통 수요일 일과 후와 일요일에 수련을 하였는데, 매주 일요일 오전에는 구파발역 근처 이말산 정상에 올라가 2시간 수련을 하고 내려왔습니다.

풍류도의 수련 자세를 주역의 괘(卦)로 설명하기도 했는데, 그 괘가 주역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역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풍류도를 권해주었던 지인으로부터 심신(心身)을 단련하는 수단으로, 신(身)은 태공유수로, 심(心)은 주역으로 단련을 하면 좋다는 권유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대산(大山) 김석진 선생님께서 대학로 흥사단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주역 원전 강의를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역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훈장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식처럼 쉽게 강의하였습니다. 또 강의 때마다 약 150여 명의 좌석이 가득 찼는데, 지인이 맨 앞줄에 제 자리를 잡아주니 도저히 안 갈수가 없더라고요(웃음). 법학은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면이 없지 않은데, 주역은 인문학이라서 그런지 법학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한두 번 다니다 보니 계속 다니게 되었고, 매주 화요일에는 아예 야근일정을 빼고 다녔습니다. 대신 밀린 재판연구관 업무는 주말에 가서 하였지요. 그렇게 1년 3개월을 다니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주역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주역은 음양의 조화로 사물을 설명하는 것으로만 막연히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떠한 학문인가요?
예전에는 보통 천자문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천자문을 떼고, 소학(小學)을 공부한 후,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공부하였다고 합니다. 사서삼경은 대학(大學), 중용(中庸), 맹자(孟子), 논어(論語),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의 순서로 배웠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마지막에 공부하는 것이 역경인데, 중국 주(周)나라 때에 이루어진 역경이어서 주역(周易)이라고 부릅니다. 주역은 흔히 ‘만학(萬學)의 제왕(帝王)’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다른 학문에서도 주역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역은 동양의 인문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주역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음
양학(陰陽學)입니다. 풀어서 설명하면 음양의 대립과 화합을 통하여 중정(中正)·중용(中庸)을 추구하는 학문이고, 또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시대에 과거를 보는 선비들은 주역 공부를 잘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주역이 고시 과목에 없
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네요(웃음). 다만 관상감에서 실시하던 음양학과에서는 시험을 봤다고 합니다. 선비들이 주역에 대하여 본격적인 공부는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공자님이 주역을 해설한 계사전(繫辭傳) 등은 명문장(名文章)으로 이루어진 것이어서 공부했다고 합니다.

 

주역이라고 하면 흔히 점ㆍ사주팔자 등이 연상되는데, 관련이 있는 것인가요?

흔히 사주(四柱)를 보면서도, 이를 ‘주역으로 본 올해의 운수’라고들 하는데 정확한 설명은 아닙니다. 주역과 사주는 다른 것입니다. 사주명리(四柱命理), 관상(觀相), 성명학(姓名學), 풍수지리(風水地理) 등은 주역의 파생학문입니다. 이 역시 주역의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기본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켈젠(Kelsen)의 법단계설을 원용하여 설명드리자면, 주역은 헌법이라고 보면 됩니다. 나머지 사주명리, 관상 등은 민법, 형법 등이라고 비유해 볼 수 있겠네요. 민법, 형법을 잘 안다고 해서 헌법을 잘 안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사주, 관상을 잘 본다고 해서 주역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다만, 헌법은 가장 근원적인 근본규범이고 민법, 형법 등은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사주, 관상도 주역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은 물론입니다.

 

주역을 공부하시고 실천하시면서 법조인으로서의 생활도 많이 변화되셨나요?

주역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중정(中正)입니다. 중(中)은 소성괘(小成卦) 중 가운데 있는 것이고, 정(正)은 홀수자리에 양(陽)이 오거나 짝수자리에 음(陰)이 오면 정(正)이고, 반대로 홀수자리에 음(陰)이 오거나 짝수자리에 양(陽)이 오면 부정(不正)입니다. 즉 내 자리에 내가 바르게
거(居)한 것이 정(正)입니다. 또한 중과 정이 잘 자리 잡은 것이 가장 좋은 효(爻)가 됩니다. 그런데 이 중정을 강조하면 사람의 욕심이 없어집니다. 중(中)이라는 것은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으니, 너무 위를 보려고 하지 않고, 아래로 가더라도 실망하지 않게 됩니다. 정(正)이라는 것은 부정한 말이나 행동을 잘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지요. 법조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정을 가지기 위해서는 남의 말을 잘 들어야 하고, 소통도 잘 해야 합니다. 즉 중정지심(中正之心)의 마음이 되는 것인데요. 말처럼 쉽지 않지만 누구나 가져야 하는 것이지요. 이 중정지심은 법관으로서도 꼭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주지방법원장과 수원지방법원장 시절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법관과 직원, 조정위원들을 상대로 주역원전 강의를 했었습니다.

 

혹시 주역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실 만한 입문서가 있을까요?

글쎄요. 시중에 주역에 관한 책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 중에서 선별해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굳이 추천한다면 대산 김석진 선생님이 쓰신 책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한길사에서 나온 대산주역강의가 3권까지 있습니다. 물론 강의를 듣는 것이 좋겠지만, 여유가 없다면 두세 시
간이라도 입문강의를 들은 후에 책을 읽으면 독학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 주역 외에도 다른 취미도 있으셨나요?

제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근무할 당시인 1988년에 ‘대우 르모’라는 8비트 컴퓨터를 구입하고 컴퓨터 학원에 다닌 적이 있습니다. 이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286AT 컴퓨터를 200만 원 이상의 큰돈을 주고 샀는데, 용량은 겨우 40메가바이트에 불과하였습니다(웃음). 그 컴퓨터로 한글 최초 버전부터 시작해서 디베이스Ⅲ, 로터스123 등을 공부했습니다. 그 때 공부해 놓은 것이 나중에 판결문을 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에서 강봉수 부장판사님이 만든 ‘LX’(법고을의 전신)에 판결문 자료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아래아 한글 파일을 아스키 파일로 변환해야 했는데, 제가 아래아 한글의 매크로기능을 이용해서 직접 변환하여 입력한 적도 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배석판사 시절에는 선
후배 법관들이 컴퓨터 사용 시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시절에도 단조로웠던 보고서 양식에 머리말, 꼬리말, 제목 등 다양한 포맷을 하여 제 스타일대로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런 양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니 어느새 그 양식이 재판연구관들 사이에서 표준양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컴퓨터는 0과 1로 된 2진법 언어로 되어 있는데, 주역도 음(--)과 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라이프니쯔가 2진법을 만들고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고안한 것도 모두 주역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전주지방법원장 시절, 여성 법관이 출산휴가로 자리를 비우자 손수 소액재판을 처리한 적이 있다고 들었는데, 법원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소액 사건을 직접 처리하셨던 소감은 어떠하셨나요?

네, 맞습니다. 아마 약 4~5개월간 같은 법원에 근무했던 부장판사님들과 함께 재판일정을 나누어 재판에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액사건에서는 판결문을 잘 쓰지 않지만, 쟁점이 복잡한 사건이나 손해배상의 범위 등 판결주문을 도출한 경위를 간략한 메모형식으로 판결이유를 작성했습니다. 제가 맡은 사건은 모두 전자소송 사건이어서 일일이 판결문은 입력·확인하고, 서명도 전자서명을직접 입력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법원장은 행정적인 업무가 주된 것이었지만, 법원장도 판사이므로 출산휴가 등으로 판사의 결원이 있을 경우에 법원의 사무분담으로 직접 재판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원지방법원장 시절에도 정신건강을 위한 우울증 특강을 주최하신 적이 있으신데, 후배 법조인들이 우울증을 예방을 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제가 수원지방법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법원직원 중에 우울증 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법관과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우울증 예방 특별강연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습니다. 우울증 예방의 핵심은, ‘일에 너무 매몰되지 마라’는 것입니다. 일이 끝나면 툭툭 털고 기분 좋게 퇴근을 해야 하는데, 계속 그 일을 생각하고 심지어 잠자기 직전까지도 그 일에 파묻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일이 많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당시에 전자소송이 도입되는 시기여서 직원들의 일이특히 많았습니다. 음양의 조화를 추구하는 주역에서 보면, 우울증은 중정을 잃고 한쪽으로 너무 치우친 결과로도 볼 수 있습니다.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또한 고독하게 지내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말씀드린 중정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데, 주역 공부를 하는 것도 우울증 예방에 좋겠지요(웃음).

 

변호사 생활을 시작하신 지 4년째 되시는데, 판사 생활과는 많이 다르시지요?

많이 다릅니다. 판사는 주어진 사건만 잘 처리하면 되었는데, 변호사는 사건을 파악하여 법률적으로 구성해야 하는 것이니 매우 역동적이지요. 의뢰인을 잘 만나는 방법, 설명하는 방법, 설득하는 방법, 결국은 모두 소통인 것 같습니다. 의뢰인으로부터 어떻게 신뢰를 얻느냐, 결국 의뢰인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판사 시절보다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변호사는 의뢰인과 직접 대면하고 의뢰인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도 판사와는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할 뿐이지 법정 밖에서 당사자를 직접 만나 설득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법조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현재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라’라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법원에서 근무할 때에도 후배판사님들과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였던 말인데요. 일부 직원이 자신의 선호도에 따라서 현재의 보직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저는 그럴 때마다 그분들께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결국 인정받는다고 조언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요새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한 가지 취미라도 꼭 가져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컴퓨터에, 그 다음에는 주역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것들이 제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오랜 기간 법관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요새는 취미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본업을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에서 취미생활을 즐기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물론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잘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만의 생활을 잘 하는 것 역시 변호사로서 롱런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 김병운 변호사 약력

1975 대전고등학교 졸업
1980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1980 제22회 사법시험 합격
1982  사법연수원 제12기 수료
1982 ~ 1985   군검찰관
1985 ~ 1995   춘천지법, 강릉지원, 성남지원, 인천지법, 서울고법 판사
1995 ~ 1999   대법원 재판연구관
1999 ~ 2005 의정부지원, 북부지원, 서울지법 부장판사
2005 ~ 2005 대전지법 수석부장판사
2005 ~ 2011   대전고법, 서울고법 부장판사
2011 ~ 2011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2011 ~ 2011   서울고등법원장 권한대행
2011 ~ 2013   전주지방법원장(광주고법 전주재판부 부장판사 겸임)
2013 ~ 2014 수원지방법원장
2014 ~ 현재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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