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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걷고 싶어지는 감동 실화 영화! "와일드"

“아무렇게나 흘려보낸 시간들은 얼마나 야성적인가?” 영화 속 주인공이 혼자 읊조린 대사 중 하나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우리도 그런 삶을 산 기억이 있을까? 나를 비롯하여 법조인 등 대한민국의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대답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고행(苦行)’을 깨달음의 한 방법으로 선택하여, 매일매일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극한의 상황에 놓이도록 하는 종교적 수련법이 있다고 한다.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극한의 사막횡단이나 몇 백, 몇 천 Km의 도보 대장정 등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오직 자신이 현재 처한 심적 고통을 끝맺고 새로운 자신의 발견이라는 목적이라면 결코 객기나 허세가 아닌 누구나 한 번쯤 도전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자신의 문제를 직시하고, 해결 또는 어떤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선택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극한의 도보여행은 어떨까? 오늘 소개할 영화가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 와일드는 최근 미국에서 주목받는 여성 작가 중 한 명인 ‘셰릴 스트레이드’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자전 소설인, 『와일드』를 그대로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자전적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도 드라마틱하다. 헐리웃에서 한 몸값을 하고 있는 여주인공 ‘리즈 위더스푼’은 우연히 비행기 안에서 자서전 형식의 에세이 한 권을 보게 된다. 작가 ‘셰릴 스트레이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삼고자 도전한 PCT 횡단의 94일간의 기록을 담은 위 ‘와일드’란 책이다. 리즈 위더스푼은 이 책을 보자마자 작가 셰릴을 찾아내어 만나서 영화로 만들자고 설득했다. 제안이 성사가 되어 리즈는 제작자 겸 여주인공 ‘셰릴’역으로 영화제작에 돌입한다. 영화촬영 내내 여배우 리즈와 작가 셰릴이 함께 PCT 횡단에 참여했다고 한다. 드디어 2015년에 영화가 개봉되고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게 되면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까지 되었다.

영화 와일드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작가 셰릴은 26세의 젊은 나이에 인생의 모든 것을 잃었다. 어릴 적 아버지의 학대에서 어머니와 남동생과 세 가족이 가까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한 기쁨도 잠시, 처절하게 가난했지만 꿈과 행복을 잃지 않도록 격려해 준 엄마가 40대 나이에 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렇게 천천히 어둡고 어두운 절망과 방황이 찾아왔고, 남은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성인이 되어 자신을 많이 아껴주고 사랑했던 남편과도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였다. 결혼의 파경 이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래에 그녀는 끝도 없는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고, 마침내 미국 서부 횡단 트래킹으로 유명한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홀로 걷기로 마음먹는다. 가녀린 등에 배낭을 지고 9개의 산맥과 사막, 황무지, 인디언 부족의 땅으로 이루어진 그곳을 향해 그녀는 무작정 걷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걸었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은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까지 4,285km에 이르는 장대한 도보 여행 코스다.
참고로, 아래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애팔래치아 산맥을 따라가는 동부의 AT(Appalachian Trail), 로키산맥을 따라가는 중부의 CDT(Continental Divide Trail) 그리고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하여 시에라산맥을 따라 캐나다 국경이 위치한 ‘신의 다리’까지 종단하는 서부의 PCT(Pacific Crest Trail), 이렇게 세 개가 미국의 유명한 트래킹코스라고 한다.

 다시 영화로 돌아오면, 영화 속에서도 주인공 셰릴은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온갖 가정폭력과 학대를 겪으며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셰릴과 남동생을 위하여 엄마는 이혼을 결심하고 아버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면서도 자신과 동생을 학교에 보내고, 항상 행복한 모습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영화 속 엄마는 낙천주의자다. 아니 낙천주의자가 아니라 자신을 보고 잘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있어서 행복했고 또 아빠 없이 자라는 어린아이들에게 더 많은 웃음을 주고자 애썼던 것이다. 비록 생활은 최하층의 곤궁한 생활이라도 세 가족은 행복했다. 그런 행복도 잠시 엄마는 45살의 젊은 나이에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만다. 자신과 남동생의 삶의 전부였던 엄마가 죽자 셰릴은 심하게 방황한다. 힘들게 결혼하였지만 남편에게 보란 듯이 마약과 음주를 하며, 난잡한 생활로 누군지 알 수도 없는 아이를 임신하는 등 방탕한 삶을 이어갔고, 결국 사랑하는 남편과도 이혼을 한다. 자살을 통해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까도 생각하던 셰릴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당신 이름을 모래에 새겼어..”
“당신을 만난 이후로 쭉 모든 해변에서 그래왔어..”
“하지만 이제는 안할꺼야..”
“난 내 인생을 옮길 준비가 됐어..”

 

라고 새롭게 다짐하는 마음으로 PCT 종주라는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가지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에 이르기까지 4,285km에 이르는 길을 걸으며 폭염과 폭설, 아름다운 들판과 끝 모를 사막, 무성한 숲과 풀 한 포기 없는 황무지를 지나고, 맹독을 품은 전갈과 방울뱀, 숲속의 야생 곰과 퓨마(아메리카 라이언)를 만나기도 하면서 시련과 모험, 용기와 도전으로 빨려 들어간다. 도보여행 초반 숲속에서 수상한 사냥꾼들을 만나 성폭행의 위험에 처해 도망치며 절규하는 장면은 여성 혼자서 PCT를 종주하는 일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처럼 예측불허의 모험 길 위에 한 가녀린 여자가 자신보다 더 큰 배낭을 메고 홀로 서 있었다. 그녀는 그 길에 들어서기 전에 있었던 인생의 밑바닥에서 인생의 가장 높은 곳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필사적으로 온갖 위험을 무릅 쓰고 다가간다. 중간중간 크고 다양한 위험에 처하는가 하면, 맘씨 좋은 지역 주민들을 만나 마을 파티에 초대받아 흥겨운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가정집 욕조에서 따뜻한 물로 냄새나는 몸을 씻으며 행복해하기도 하고, 잠깐 새로운 남자를 만나 사랑에도 빠지는 등의 삶을 살다가 다시금 남은 종주를 향해 걸어간다. 그렇게 치열하게 몇 달을 살면서 그녀는 상실의 삶에서 회복의 삶으로 나아갔다. 그 길의 끝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새로운 인생이었다.
우리 내면에 숨겨진 거칠고 무자비한 진실과 삶의 찬란한 상처들을 겁 없이 내보이면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저자의 논픽션은 감동 그 자체이다. 누구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고, 누구도 엄두조차 낼 수 없었던 길을 걸었던 저자의 경험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우리 자신의 내면을 고찰하게 한다. 주인공은 도보여행 내내 암울했던 과거의 상처와 싸운다. 이 여행은 어린시절 아버지의 학대, 가난, 엄마의 고통스러운 암 투병, 마약, 남편과의 이별 등등 외면하고 싶고 애써 피하고 싶은 삶의 진실 앞에 주인공을 서게 하고 이는 주인공 셰릴이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걷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이런 이야기는 비단 영화 속 주인공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살면서 고통과 고민, 아픔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인생에서 너무 지치고 힘들었다면, 모든 것을 걸고 한 번 그 길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종단 길 곳곳에 비치된 방명록에 셰릴은 자신의 희망의 메시지를 적어가며 육체적 어려움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에너지를 얻으려 노력한다. 그때그때의 감정과 심정들을 기록해 두면 뒤에 오는 여행자들이 그것을 읽었을 때 내용과는 상관없이 이 끝없는 길에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힘이 생길까? 영화 말미 드디어 94일간 4,285Km의 대장정이 ‘완주’라는 찬란한 결말을 맺는다. 대장정의 종착역은 일명 신의 다리(Bridge of the Gods)로 불리는 캐나다와 국경이 맞닿아있는 다리이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4,285Km의 횡단을 마친 그녀의 표정과 심정은 벅찬 감동과 환희에 차있을 것도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의외로 너무 담담한 표정이다.
영화 속 다리 위에서 내가 왜 이토록 긴 여정을 해야만 했는지 주인공 셰릴은 이렇게 독백한다.


“ 트래킹을 시작한 이후에 난 비통해하는 내 자신을 자연 속에 완전히 잃어버렸어...”
“ 그동안 나는 내 삶이 어디로 가는지 전혀 몰랐어...”
“ 내 여행의 마지막 날에 그곳에 당도하게 되면서 비로소 어둠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았어.”
“ 고마워, 이 길에서 날 가르쳐 준 모든 것들에게...”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영화를 보는 이들은 충분히 알 것이다. 이렇게 담담하고 잔잔하게 영화가 끝을 맺는다. 인생의 긴 길을 걸어가다가 길도 잃고 사고도 좀 치면 어떤가? 그것도 인생이거늘...야생의 자연보다 더 험난하고 리얼한 인생을 열심히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지금 이 모습도 기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하루 곤고한 모든 이들에게 영화 ‘와일드’를 추천해 본다. 또 언젠가 나도 PCT를 횡단해 보고 싶은 꿈을 꾼다. 혼자도 좋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성중탁 교수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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