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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오디세이아

 가을이 익어가고 도토리가 한창 떨어지는 10월, 어느덧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 실무수습을 시작한 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첫 출근의 떨리는 마음가짐은 어느덧 흐릿한 기억이 되어 대강의 윤곽만 남아 갓 실무수습을 벗어난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안줏거리로 회자될 뿐이고, 아직까지 따끈따끈한 첫 단독 출정의 긴장감은 친구와 가족들에게 내세울 수 있는 하나의 무용담이자 훈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갓 변호사로서 등록을 마치고 법조인으로서 진정한 첫 발을 내딛는 지금, 지난 6개월간의 짧은 실무수습 기간을 돌이켜보고 앞으로의 법조생활을 생각해보면 얄궂게도 호메로스의 서사시인「오디세이아」가 떠오른다.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인 오디세우스는 고향인 이타카(Ithaca)로 돌아가던 도중 포세이돈의 아들인 폴리페무스의 눈을 찌른 일로 포세이돈의 분노를 사, 트로이에서 약 보름간 항해를 하면 닿을 수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년 넘게 미지의 바다를 표류한다. 모든 것이 합리적으로 설명되고 예측 가능한 고향에 도달하지 못하고 예측 불가능한 온갖 기이한 일이 일어나는 미지의 세계를 떠도는 10년간 오디세우스는 본인의 능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거대한 스케일의 역경과 고난에 처하나, 그때마다 타인 혹은 오디세우스를 후원하는 신들의 도움과 조언으로 위기를 극복한다.

만약 오디세우스가 혼자였다면,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만 역경을 극복하려 하였다면, 오디세이아의 줄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리 뛰어난 지략과 튼튼한 체구를 갖춘 전쟁영웅이라도 미약한 인간 혼자 몸으로는 거센 운명을 거스를 수 없는바, 아마 지중해 끝자락에서 물고
기 밥이 되어 명계에서 트로이 전쟁에서 전사한 영웅들과 투닥거리는 결말을 맞지 않았을까 싶다.

지난 6개월간의 짧은 실무수습을 돌이켜보면 옆에서 응원하고 지켜보는 선배변호사님들, 동기변호사들, 스태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다. 혼자만 끙끙 앓고 있던 어려운 법리도 선배변호사들의 적절한 조언으로 이해할 수 있었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던 사건도 동기변호사와의 대화를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인생이라는 긴 항해 속에서 어떠한 고난에 맞부딪힐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항상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들어오고 새로운 사고방식이 요구되는 법조계에서 어떠한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6개월간 짧은 법조 인생에서 배운 교훈은 옆에 있는 동료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떠한 고난이 닥치더라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박현민 변호사
●법무법인 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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