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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IUnderwater Accident Investigation

버킷리스트란 사람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입니다. 잭 니콜슨 주연의 2007년 영화 ‘버킷리스트’상영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운운하면서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시도해 보는 것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최근에 저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죽기 전에 이건 꼭 해놓아야겠다 싶은 일”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죽기 전에 이건 꼭 해놓아야겠다 싶은 일” 중의 하나가 바로 UAI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수영을 좋아했고, 운명철학관에서 사주팔자를 봐도 사주에 물이 부족해서 물이 많은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워낙 물을 좋아하는 저였기에 1992년부터 3년 6개월간 제주지방법원에 근무하는 동안 스쿠버 다이빙에 입문해서 열심히 다이빙활동을 하였습니다. 당시 조기 축구회처럼 조기 다이빙회에 참가하여 날씨가 허락하는 한 매일 새벽 다이빙을 했는데 1년에 230여 회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그동안 부끄럽지만 스쿠버 관련 잡지 등에 스쿠버 다이빙과 관련하여 수십 편의 짧은 글도 연재하였고,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스쿠버 관련 사고에 관해서 상담도 하고 소송 수행도 하여 왔습니다.
제가 담당했던 사건들이 경제적으로 크게 도움이 되는 사건들은 아니었지만 저의 취미활동과 관련된 사건들이라 사건마다 애착을 가지고 열심히 소송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상당수의 사건에서 재판부나 소송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데 대한 저의 능력에 높은 한계를 느꼈고 지금까지도 아쉬움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때마다 제가 절실하게 필요로 했던 것이 바로 UAI입니다.

UAI라고 하면 “수중 사건 조사원”정도로 번역될 것입니다. 교통사고의 경우 우리나라 교통경찰의 사고원인 분석능력도 뛰어나지만 그에 대응해서 사설 교통사고원인분석 연구소도 상당수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의 수중 사건, 사고에 대해서는 공, 사를 막론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설명해 주는 기관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쿠버 다이빙 사고 관련 소송을 시작하게 되면, 스쿠버 다이빙이 무엇인지, 장비는 어떤 것이 있고, 다이빙 활동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와 같이 기본적인 다이빙 매뉴얼부터 설명해야 하고, 또한 증거재판주의에 의하여 이런 설명에 모두 증거를 대야 하고, 가끔 수사기록에 첨부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보고서는 사건 해결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장해물이 되어 그 오류를 입증하기 위해서 헛된 노력을 낭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국내 다이빙 관련 사망사고가 급증하여 한 해에 10여 건에 이르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최근에도 동해에서 free diving을 하던 다이버 한 명이 폐그물에 엉켜서 사망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문득, 제가 제주도의 차귀도 앞 바다 수심 20미터에서 폐그물에 걸렸던 일, 스스로 풀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폐그물이 각종 장비에 올가미처럼 조여 왔던 일, 버디해 주시던 사부가 제가 따라 오지 않은 것을 알고 돌아와 10여 분에 걸쳐서 제 장비에 엉킨 그물 코를 하나 하나 풀어 주던 일, 시간이 너무 걸려 공기가 고갈되어 익사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던 일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지금도 저는 당시 그물을 풀어주신 사부님의 부드럽고 섬세했던 손길이 없었으면 이 글을 쓸 기회도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와 같은 사고의 원인이야 아주 다양하겠지만, 저에게 가끔 문의가 오는 사건의 경위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건에서 초동 조사가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 꼭 필요한 증거나 정보가 영원히 소실되었다는 안타까움, 사건 경위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왜곡되고 진실이 숨겨졌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이에 저는 영리를 떠나서 또 봉사활동을 한다는 명분도 떠나서 일단 제가 “죽기 전에 이건 꼭 해놓아야겠다 싶은 일”로서 UAI를 만들어 최소한 시작이라도 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제 생각은 일단 법조인이 주축이 되어 한 달에 1회 정도 세미나를 열고, 그 발표물을 모아서 다이빙 사고 발생 시 조사 매뉴얼 등을 편찬하고, 그다음 단계로 다이빙, 수중 의학, 수중 물리학, 수중 포렌식 등의 전문가들을 참여시켜 수중 포렌식 조사 매뉴얼 등을 편찬하고, 그 사이에 국내외 각종 다이빙 관련 정보를 수집하여 집대성하는 일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너무 방대한 업무가 될 수도 있지만 저는 제가 힘이 닿는 대로 초석이라도 놓아야 누군가 이 일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여러 변호사님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제가 소속된 법인 내 변호사님들을 상대로 동참 의사를 타진해 보았는데 현재 5~6명이 참여 의사를 표시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서울지방변호사회보에 마침 이런 제안, 호소를 할 수 있는 칼럼이 있다고 하여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씁니다. 혹시라도 UAI 활동에 관심이 있는 회원님들은 저에게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디 많은 회원님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UAI 참여 jwhong@barunlaw.com

 






홍지욱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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