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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발자국 - 창의성과 새로고침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tvN 알쓸신잡」 등으로 유명한 저자는 그간 도처에서 활발한 강연을 펼쳐 왔다. 이 책은 저자가 기업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온 뇌과학 강연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강연 12편을 묶어 각 내용을 보충하고 새롭게 수정하여 담아낸 작품이다. 다만 일관적인 서술이 아니라 12개의 옴니버스식 구성인지라 흐름의 초점은 다소 흐려질 수 있다.
대신 12편을 통해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주제는 명확한데,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이다.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 등 인간의 다양한 행동에 대해 저자가 뇌물리학자로서 읽은 책들과 연구한 결과들을 실생활의 사례에 비유하고 적용하면서 대중적으로 쉽게 풀어쓴 강의록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저자는 ‘창의성’과 ‘새로고침’의 필요성을 시종일관 역설하고 있다. 이에 필자도 이번 서평은 새로운 방식으로 써보고자 한다. 이 책의 구성처럼, 이 책을 읽고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중점을 두어 한 문단씩 할애하되 이를 연결 지어 서술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인간의 뇌는 1.4킬로그램을 차지하지만 체내 에너지의 23퍼센트 이상을 먹어치우는 폭식꾼이다. 그래서 산술적으로 깨어있는 시간 내내 뇌를 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체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경험상 시험을 치고 온 날이면 그날은 일단 잠이라도 자든지 아니면 쉬면서 다른 일을 해야 했다. 저자는 뇌에 에너지가 충만할 때 뇌를 한껏 쓰기 위해 아침잠이 많던 생활패턴까지 바꿔가며 밤 10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9시까지 집중해서 한 가지 일을 한다고 한다.

사실 밤샘 벼락치기는 암기형 객관식, 단답형 주관식에서나 통하는 것이지 창의력을 평가하는 서술형이나 독창성을 추구하는 예술 영역에서는 오히려 부적절하다. 전업 수험생도 컨디션 조절을 위해서는 휴식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하듯이 사회인도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도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 신경과학상으로도 입증된 것이다. 이에 저자는 워라밸만큼이나 몸(바디)과 뇌(브레인)의 균형, 즉 ‘바브밸’을 중시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한편 이전까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공한 사람들은 위험 감수(risk-taking) 성향이 위험 회피(risk-averse) 성향보다 높다고 알려져 왔다. 그런데 사실 창업을 통해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은 위험을 무릅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위험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빌 게이츠는 학교를 중퇴하지 않고 장기휴학을 했으며, 휴학도 회사를 창업하고 1년 뒤에 했다고 한다. 무턱대고 휴학한 것이 아니라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한 뒤 일을 저질렀고 최악의 경우 다시 학업에 복귀할 수 있는 플랜비(Plan-B)를 준비했던 것이다.

성공과 관련한 또 다른 통념으로, 창의적 인재는 보통 20~30대에 이미 대성한다는 말이 있다. 수학계의 필즈상이나 물리학계의 노벨상은 보통 40살이 넘어서는 받기 힘들다는 정설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실제 통계를 보면 20~30대에 일어난 성취가 40퍼센트이고 나머지 60퍼센트는 40대 이후에 일어난 성취라고 한다. 즉, 그 분야에 대한 충분한 기간 동안의 학습, 경험, 훈련이 있다면 늦은 나이에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투자할 때 항상 ‘High Risk, High Return’을 외치지만, 그것은 시기별 관리나 종목별 분산이 전혀 없다는 면에서 밸런스가 붕괴된 행동이다. 오히려 소소하지만 안전하고, 느릿하지만 확실한 성과를 위해서는 ‘Long Manage, Late Return’의 자세로 꾸준히 한 분야에 매진하는 것이 더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지혜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흔히들 ‘창의성’은 천재의 번뜩이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새로고침’은 습관을 탈피하여야만 가능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이 책 덕분에 어느 정도 통념을 바꿀 수 있었다. 인간의 뇌는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고 하나 신체의 에너지를 과다 소모하는 유한한 한계가 있기에 마냥 번뜩일 수만은 없다. 새로고침은 기존 환경을 벗어나기만 하면 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1만 시간의 법칙’처럼 오랜 숙고와 노력 끝에 비로소 도달할 수 있다. 결국 창의성도 훈련을 통해 기본적인 소양이 축적된 뒤에야 결정적인 순간에 영적으로 발휘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쭙잖게 저자를 흉내 내며 연결서술을 시도해 보았는데 어째 마뜩지가 않다. 아마도 필자의 창의성이 부족한 탓일 테니, 이 책을 읽은 다른 변호사님들은 더욱 훌륭한 통찰과 훨씬 기발한 착상으로 이 서평을 각자 나름대로 새로고침하실 것으로 기대한다.

 






신성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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