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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리걸테크 시대

디지털 정보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업무에 사용하는 이메일을 비롯해 카카오톡, 삼성페이와 같은 디지털 매체와 플랫폼을 활용한다. 디지털 정보는 정보화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자원의 지위를 가지며, 특히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 리걸테크(legaltech)에서도 중요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초기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령·판례 검색 등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지칭했다. 최근엔 ICT 활용과 관련된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를 총칭하는 의미로 확장됐다.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과 전자증거개시(E-Discovery)를 활용한 전자소송 제도는 리걸테크의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 인수합병(M&A)에서 활용하는 가상데이터룸(VDR), 인공지능(AI) 변호사 등도 법률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포렌식 사이언스라고 칭하는 법 과학에 디지털이 합성된 디지털 포렌식(과학적 증거분석기법)은 휴대폰이나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에 내장되어 있는 정보를 분석해서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한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의 단서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물증을 잡기도 했다. 또한 BMW 차량 화재 사건부터 연예인 리벤지 포르노 사건까지 디지털 포렌식 결과를 받아 경찰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법률 시장이 리걸테크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일상생활의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되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증거는 형사절차에서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을 통해 중요한 증거로써 사건의 향방을 결정하고 있고, 민사절차에서는 e-Discovery를 통해 증거 확보를 보장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증거재판주의의 현실화를 가져올 것이다.

리걸테크의 영역 가운데 빅데이터 분석 기술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들의 연계성 있는 구조화가 이루어짐으로써 연관성 높은 검색이 가능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핵심이다. 현재 리걸테크의 영역에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은 법률정보의 수집·관리와 증거자료의 검토 및 판별 분야, 그 외에도 M&A 과정에서의 기업실사 등 다양한 법률문제 해결 과정에 널리 이용되고 있다.

인간이 AI 정보량을 따라갈 수가 없고, 법률체계가 고도화되면서 다루어야 할 문건이 많아졌기 때문에 앞으로 법률 시장에서 리걸테크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중요해질 것이다. 실례로 한 로펌이 고객 회사 서버 6대와 PC 6대의 서류를 전부 출력하니 A4용지로 약 20만 장, 거의 2t 트럭 2대 분량의 문서가 나오기도 했다.

개인 간 혹은 소규모 분쟁이 늘어나면서 ‘타이니로(Tiny Law)’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생활법률 문제 해결에 적합한 변호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도 대중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온라인으로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법률과 판례를 효율적으로 검색하고 법률 자문과 전략을 수립해 주는 또 다른 법률 서비스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리걸테크는 법률 서비스의 높은 벽을 낮출 해결의 실마리로 각광받고 있다. 소액 사기 사건, 금전적 피해가 없는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이나 모욕 사건, 소규모 저작권법 등은 범죄 피해 사실은 분명 존재하지만 변호사 선임료를 지불하기에는 적당치 않아 권리구제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리걸테크의 플랫폼을 통해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쉽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리걸테크는 일상생활에서 쉽고 편리하게 생활법률 정보를 제공하며 법률 서비스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해 가장 보수적이라 일컬어지는 법률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면서 지난해 비트코인 광풍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가상화폐는 개인 간 거래(P2P)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시스템이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할 수 있고, 은행을 통한 고비용의 보안시스템이 필요하지 않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람들에게 기존 은행시스템의 존재에 의문을 갖게 했다. 이런 금융업계 변화는 특유의 폐쇄성으로 기술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법조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과 새로운 시장 개척,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위해 법조계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필연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법제처의 AI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알 수 있듯 리걸테크는 법률시스템 변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에 발맞춘 관심과 투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리걸테크 발전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법조계도 이런 변화에 발을 맞춰야 할 때이다.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 기존 법률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던 인적·물적·지리적 시장의 개척,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고부가가치를 가진 주변 산업 발달의 촉진, 금융 등 다른 분야와의 연계 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를 법조계에서도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많은 만큼 법조계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파도에 휩쓸리기 전에 그 파도에 올라타야 할 것이다.

 






안진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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