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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종료선언의 경험

필자는 장기군법무관으로 10년간 군에서 활동을 마치고 전역하여 현재 변호사로 개업한 지 5년 차이다. 군법무관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레 군에서의 형사사건, 군관련 일반 민사, 행정사건, 군인과 관련된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반 변호사님들이 접해보지 못한 사건들을 접하는 경우가 있는데, 작년에 겪었던 사건에 관한 이야기이다.

의뢰인은 나보다는 어린 나이인 것으로 보였는데, 폐암 4기의 환자라고 했다. 군에서 통신장교로 복무하던 중, 통신선로 공사로 인해서 석면을 흡입하여 폐암에 걸렸다고 했다. 군 생활을 10년 이상 한 나로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필자가 대구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하던 2009년 당시 인부들이 방진마스크를 쓰고 우리 사무실 천장을 뜯어내는 공사를 하는 것을 보았고 전국적으로 군부대 천장에 석면을 써왔기 때문에 국민 건강상 일체 교체를 실시한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의뢰인은 본인 소송으로 1심을 진행하다가 패소판결을 받고 찾아왔는데, 인과관계만 입증된다면 충분히 승소 가능성이 있어 보여 사건을 수임하였다. 1심 판결의 논리는 의뢰인의 근무시간과 석면 노출 가능성 및 폐암의 잠복기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폐암 발생과 근무와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것이었고 이를 깨뜨리기 위해 항소심에서 부단히 노력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때 의뢰인의 안도하는 표정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의뢰인은 이 판결로 인해 국가에서 매달 상이 연금으로 160여만 원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서 나아가 의뢰인은 국가유공자로 등록되기를 희망하였다. 국가유공자로 등록될 경우 상이 연금과 별도로 예우를 받고 금전적인 이득도 생기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국가유공자 등록신청은 거부되었고, 의뢰인은 필자에게 행정소송을 의뢰하여 여세를 몰아 승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다. 어차피 적용 법률은 달라도 거부 사유는 상이연금지급거부처분 취소소송과 동일하였기 때문에 행정소송에서도 승소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 보였고, 재판부에서도 그와 유사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였다. 여기까지는 정말 해피했다.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취소소송이 거의 한 기일 정도 남은 올해 4월이었다. 의뢰인은 지난 소송에서도 본인이 직접 아픈 몸을 이끌고 기일에 출석하기도 하며 소송에 온갖 열정을 쏟아왔는데, 이번 소송에는 몸이 안 좋아졌는지 통 보이지 않다가 마지막 기일에 꼭 출석하고 싶다며 필자와 통화를 하였다. 다음 주에 법정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기일이 열리기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의뢰인의 쌍둥이 동생인데 형이 위급하다고 기일에 참석을 못 할 것 같다는 연락이었다. 잠시 후 문자가 왔다. 형이 사망했다는 문자였다.

폐암 4기라는 말을 처음에 들었지만 가끔 만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정도로 보였고, 법정에 출석도 가능하여 회복되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 사건을 어찌해야 하는지 막막하였다. 한 기일만 하면 끝날 것 같은데 의뢰인의 사망사실을 나만 숨기면 판결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다. 결과는 소송종료선언. 민사소송법을 공부할 때 소송종료선언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사법시험에도 출제되었던가 예상문제였던가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내가 직접 소송종료선언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재판의 수계도 검토해 보았지만, 일신전속적권리이기 때문에 유족에게 수계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의뢰인은 그리 좋지 않은 형편에 아내와 갓난아기를 부양하고 있는 가장이었고, 폐암으로 오랜 기간 병원에서 투병을 해오면서 세상을 뜨기 바로 전까지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였고, 자신이 죽고 난 후 가족들의 생활을 염려하여 이 소송에 사활을 걸고 있었다는 사실을 필자는 의뢰인이 사망한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하여 안타까운 의뢰인의 사연을 들은 많은 국민들이 국민청원도 해주었고, 이를 접한 신문사, 국회의원실에서도 필자에게 연락이 와 어떤 방법으로든 유족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보훈처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유족등록신청을 하라는 것뿐이었다.

본인이 살아서 다투는 동안에도 국가유공자 등록을 해 주지 않았는데, 본인이 사망한 이후에 국가유공자의 유족임을 과연 확인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며칠만 더 살아주었다면,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이 유족에게 수계만 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변호사로서 더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무력감이 들었고, 법은 살아있는 사람의 편이라는 것에 대해 새삼 깨달았으며, 살아 있기 위하여 오늘도 발로 뛰고, 머리로 뛰고, 가슴으로 뛴다.

 






심형훈 변호사
●법무법인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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