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 회원의 상념
금도끼, 은도끼

나무꾼은 왜 그날 거기에 갔을까.
왜 하필 연못가에서 도끼질을 했을까? 연못가 바로 옆이라면 도끼질을 할만한 굵은 나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나무가 있으려면 연못가에서 적어도 6~7미터 정도는 떨어져 있지 않을까. 그래도 그 나무는 습지에서 생육되었을 것이므로 그다지 굵지 않았을 것이다. 굵은 나무가 자라지 않는 연못가에서 나무꾼이 도끼질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미스터리하다. 게다가 하필 그 도끼를 미끄러져 놓친다? 그리고 그 미끄러져 놓쳐버린 도끼가 연못에 풍덩 빠진다? 생각해 보자. 연못가에서 최소 5미터 정도, 제법 떨어진 곳에서 나무꾼은 하필이면 연못 방향으로 도끼질을 한 것이다. 숙련된 나무꾼이 손에 익은 그 도끼를 들고 나무를 꽝꽝 찍는데, 하나, 둘...세 번째 즈음에 ‘아뿔싸...’ 하면서 손에서 도끼가 미끄러진다. 그리고 그 도끼는 붕붕 날아 연못에 풍덩하고 빠진 것이다. ‘이 금도끼가 네 도끼냐...’ 하며 홀연히 나타나는 산신령까지 갈 것도 없이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 것 자체가 조작의 냄새가 난다. 산신령 등장에 포커스를 맞춰서 읽다가 놓쳐버린, 매우 엉성한 조작의 대목인 것이다.

10월의 어느 따뜻한 가을날.
나는 클럽하우스가 화려하기로 유명한 아난티서울클럽 골프장에 갔다. 올 들어 고작 세 번째 라운딩. 십여 년째 늘 좌절감만을 안겨주는 나의 라운딩. 이번 역시 새로울 것은 없다만, 늘 한결같은 라운딩을 앞둔 그 초심, 기대감. ‘그래도 이번만은…’ 하는 마음으로 며칠 전 ‘술 잘 사주는 아는 형님’으로부터 벼락치기 레슨을 받았다.
“골프는 어드레스가 80%야. 그리고 힘을 빼야 해...힘을 빼고 땅 바닥을 후려치는 거야.”
두어 시간의 레슨과 이어지는 술자리에 걸쳐서 참 많은 것을 배웠지만, 골프장에 갈 때는 한 가지, 최대 두 가지만 기억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나는 머리 속에 딱 두 가지만 넣어 두었다.

“어드레스와 힘 빼기”
하지만 티박스에 서는 순간 머릿속은 하얗게 변한다. 이런 내 머릿속에 지우개 현상. 이 역시 익숙하다. ‘내 오늘 저놈을 후려쳐서 저 푸른 필드 한가운데로 날아오르게 할 것이다. 네놈이 내 말을 듣나 안 듣나. 어디 보자.’ 눈을 부릅뜨고, 후려갈긴다. 외워야 할 두 가지를 잊어 버린 채, ‘후려친다.’는 말만 떠올린 것이다.
그러면 그 순간 이놈의 공은 마치 ‘아 짜증나~~’ 하면서 나를 뿌리치듯, 티박스를 날아올라, 내 바램과는 상관없이 우측으로 비행을 한다.

“회원님, 첫 홀이라서 몸이 아직 덜 풀리셨나봐요.”
나도 캐디님 그 말씀이 맞기를 간절히 바란다만, 2,3 홀을 거듭해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렇게 좌절할 때쯤, 다 내려놓고 싶을 때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에라 모르겠다.. 대충 치고 집에 가자.’ 하며 휘두른 공이 “깡~”하며 필드 가운데를 아름답게 날아오른다.
고생하던 나를 애처롭게 바라보던 동반자들이 유독 큰 소리로 외친다. “굿~~샷~”
아... 감격스럽다. 그래, 나도 이 정도는 한단 말이지. 마치 이런 굿샷은 나에게 흔히 있는 일인 양, 이것이 나의 원래 모습인 양, 나는 덤덤하게 표정관리를 한다. 한 번의 굿샷에 미소를 흘리면 초보 같아 보인단 말이지.

굿샷을 통해 약간의 자신감을 회복한 나는 다음 홀을 향해 결연하게 걸어간다. 그리고 ‘아는 형님’의 제 맘대로 레슨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굿샷을 또 한 번 이어가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길게 심호흡을 하고 티박스에 선다.
아... 그런데... 하필 저 멀리 작은 연못이 보인다. 이른바 워터 해저드라고 하지.
내 공이 저기까지 갈리 만무하다만 일단 초보는 물이 눈앞에 어른거리면 울렁증이 밀려온다. 그리고 또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저기 하늘 높이 가즈아...’하는 내 헛된 욕심을 가득 담아 공을 후려친다. 그러면 또 공이 화를 낸다. 팽~~ 하는 소리를 내며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저기 옆, 깊은 숲속으로 사라진다.
“고객님, 해저드 티가 연못 바로 앞에 있어요. 편하게 치시면 돼요.” 이런 상황에 익숙한 캐디님의 기계적인 위안 멘트.
“아..네..네.. 그러겠습니다.”

세컨드 샷을 위해 연못 앞에 있는 해저드 티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세컨드 샷은 연못을 넘겨 그린 위에 안착하는 것이 임무. 크지 않은 연못이다. 충분히 해 볼 만하다. 티샷의 창피함을 만회해야 한다. 할 수 있다.
걸어가는 동안 나는 생각한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며칠 전 ‘아는 형님’과의 레슨에서 나는 분명 감을 잡았는데, 오늘 또 왜 이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방금 전 드라이버 샷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점검해 본다. 무엇이 문제였단 말인가. 그리고 그 순간 떠올랐다. ‘아...맞다. 힘을 빼라고 했지. 몸에 힘이 너무 들어갔어. 그래서 샷이 제 방향으로 가지 않는 것이다! 힘만 빼면 된다. 드디어 깨달았다!’

캐디의 안내처럼 나 같은 골프 지진아를 위해 골프장은 친절하게도 빨간색 해저드 티를 최대한 연못 가까이로 빼놓았다. 9번 아이언이면 충분히 건널 수 있는 거리. 평소 자신이 있는 9번 아이언. 그리고 나는 나의 문제점을 이제 간파했기에 자신 있게 어드레스에 들어갔다. 아는 형님의 조언을 다시 한번 곱씹으며, 그립을 점검하고, 공의 위치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발의 위치를 조정하면서 조심스럽게, 세밀하게, 신중하게 어드레스에 임한다. 그리고 어깨를 한번 툭툭 털어주면서 몸의 힘을 최대한 뺀다. 공을 매섭게 노려보며 침을 꼴깍 한번 삼킨 후 나는 자신 있게 바닥을 향해 힘차게 스윙을 하였다.

그 순간....
나는 “악” 하고 소리를 질렀고, 나를 지켜보던 동반자들과 캐디는 “어..어...” 하며 소리를 질렀다.
흰 공은 힘차게 땅을 박차고 올라 연못 위를 멋지게 가로지르는데, 연못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하얀 공만이 아니었다. 나의 9번 아이언도 공과 함께 연못 위를 날아올랐다. 가벼운 공은 연못을 건넜지만 무거운 아이언은 연못을 건너지 못하고, 연못 위 허공에서 붕붕붕~ 3회 전을 하더니 연못 가운데에 “풍덩~” 하며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빠졌다.
타격 후 그립을 놓친 것이다. 몸에 힘을 뺀다는 것이...손에도 힘을 뺐나 보다.
이를 지켜본 캐디와 동반자들. 웃음과 당황이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나는 너무 허탈한 나머지, 창피한 나머지, 갑자기 싸해진 이 분위기를 깨기 위해 어색한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 그 순간 문득, 금도끼, 은도끼 동화가 생각났다.
‘아....나무꾼이 이런 식으로 도끼를 연못에 빠뜨린 거구나...’
9번 아이언을 잃어버린 나는 그 순간 도끼를 빠뜨린 나무꾼의 마음이 된 것이다.
“회원님, 경기운영부에서 곧 출동하여 꺼내드릴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놀란 나를 안심시키려는 캐디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에 제 것 말고, 다른 아이언을 몇 개 더 건져와서 어느 것이 고객님 것인가요? 라고 물으면...이거..이거.. 바로 금도끼 은도끼 스토리 되는거 아입니까? 더 비싼거를 제 것이라고 해야 되나요..핫핫핫....”
아마 캐디는 속으로 그랬겠지.
‘내 평생 캐디하면서 연못에 아이언 빠뜨린 놈은 첨 봤다. 네거라도 찾으면 다행이야....’

집으로 돌아오는 길, 골프장 운영팀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저희들이 아이언 찾으려고 연못 바닥을 계속 긁고 뒤졌는데... 아직 아이언을 못 찾았습니다. 연못에 작은 배를 띄우거나, 스킨스쿠버를 동원해야 되는데요.... 연못이 깊고, 그래서... 많이 힘들 것 같은데, 어떡하죠?”
“네? 스킨스쿠버요?...아..네....핫핫...뭐...괜찮습니다. 찾기 어렵겠죠. 제가 죄송하죠... 핫핫핫... 잘 알겠습니다.”
‘금도끼, 은도끼’를 꿈꾸던 나에게 산신령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함지원 변호사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경영지원실

함지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 글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