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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영현 기자 인터뷰

안녕하세요. 인터뷰 들어가기에 앞서 제가 기자님에 대한 존칭을 팀장님, 앵커님, 기자님 중 어떻게 부르는 것이 편하신지요.
저는 기본적으로 기자이고, 앵커는 보직의 개념입니다. 임무를 맡으면 해당 보직으로 호칭되지만 어떤 보직을 가더라도 제가 기자임에는 변동이 없습니다. 보직이 국장일 때는 국장이라고 불리다가 국장으로서의 임무가 끝나면 다시 기자로 돌아오고, 팀장일 때는 팀장이라고 불리다가 팀장으로서의 임무가 끝나면 다시 기자로 돌아옵니다. 앵커는 국장, 팀장과 같은 보직 중 하나로 보시면 됩니다. 앵커가 끝난 후 저는 뉴스제작3부의 팀장이 되었으나, 어느 보직에 있든 저는 기본적으로 기자이니 기자라고 불리는 것이 편하고 좋습니다.

기자분들은 취재할 때 항상 녹음을 하시나요.
최근에는 거의 무조건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은 ‘아’와‘어’ 하나 가지고도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혹시 모를 소송에 대비하여 미리 기사 내용의 출처에 대한 근거를 남기고, 후에 방어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대부분 녹음을 합니다. 또한 녹음은 기사의 정확성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들은 내용을 모두 기억할 수는 없으므로 일단 녹음을 했다가 나중에 기사를 쓸 때 참고하여 작성하기도 합니다. 기자들과 대화하실 때 이 점을 항상 유념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와 비교할 때 취재 사정이 어떤가요.
예전에는, 특히 법조 기사를 취재할 때는, 검찰청에서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나 음식 배달하시는 분께 정보를 얻기도 하고 변호사로부터 정보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워낙 초상권 등 권리의식도 높아지고 취재원이 스스로 조심하는 편이라 취재환경이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또한 요즘에는 사람들이 다른 경로를 통하여 기사보다 빠르게 정보를 접하면서 더 부담이 되는 것 같습니다.

기사가 나간 것을 보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지요.
네 아주 많습니다.

명예훼손 등으로 형사처벌 될 여지가 없도록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지요.
우선 근거를 확실히 가지고 기사를 씁니다. 이미 A가 진실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사실도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기사를 내보냅니다. 그리고 KBS에서 송출되는 모든 기사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변호사의 검토를 거친 후 나갑니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경우 반론을 함께 기재하고 취재원이 원하면 가능한 실명을 적시하지 않고 이니셜 처리를 해줍니다.

변호사로부터 기사를 검토 받는다고 하셨는데 사내변호사에게 검토받는 것인지요.
외부 자문변호사들로부터 검토를 받고, 사내변호사로부터는 고용관계 등 회사 내부 문제를 자문 받습니다. 외부 자문변호사는 약 10명 정도 계시고 당직제도 운영으로 자문변호사들이 순번대로 돌아가면서 검토를 해주고 계십니다.

글을 잘 쓰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법률 용어는 한자어가 많아 잘 읽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쉽게 풀어쓰는 것이 상대방을 이해시키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긴 문장보다는 짧은 문장이 힘이 있고 전달력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게 중요한데 저의 경우는 좋은 글을 베껴 써 가며 글쓰기를 연습한 적도 있습니다.

KBS에 기자로 입사하신 것으로 아는데 앵커가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방송기자의 경우 다른 기자에 비해 활동 영역이 넓습니다. 취재와 보도가 기자의 기본이지만 방송기자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하고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기도 하고 앵커가 되기도 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해 보고 싶어 앵커에 지원했던 것입니다.

 앵커는 어떤 기준으로 선발되나요.
앵커는 멘트, 글 쓰는 능력, 외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선발합니다. 앵커는 앵커가 말하는 모든 멘트를 본인이 직접 작성합니다. 따라서 앵커는 기본적으로 문장력이 있어야 하고, 기사를 보고 무엇이 핵심인지 파악하는 능력, 기사를 분류하는 능력,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는 능력 등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 종합적인 능력을 요구하다 보니 앵커가 기자의 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지만요.(웃음)

기자와 앵커 각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앵커는 타인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를 좋아하고, 어느 자리에 가나 진행하고 싶어 하는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직업입니다. 또한 업무강도가 높은 취재기자와 비교할 때 앵커는 워라밸이 보장되는 편입니다. 하지만 앵커를 하면 생방송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큽니다. 실제로 특보가 있을 때 한 번에 3~4시간 동안 집중해 방송을 이끌어야 합니다. 또 본인의 취재원을 늘리지 못하고, 전문성을 잃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기자로서 필드에 있으면 그 분야에 대해 공부가 되면서 전문성이 생기는데 앵커를 하면 필드에 있는 것보다 전문성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앵커가 되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경우가 있어 옷차림 등까지 신경 쓰이게 되는 단점도 있습니다. 편하다고 아무거나 입고 다니면 뭐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어떻게 작성하시나요.
클로징 멘트의 경우 앵커로서는 굉장히 중요한데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특성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KBS가 생각하는 국민들 가운데는 보수 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고 진보성향을 가진 분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의 경우는 민감한 사안, 특히 정치 사회적 문제의 경우는 중립적으로, 큰 틀에서 언급할 때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강렬한 주장이 섞인 멘트를 하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건강이나 날씨이야기 등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현재는 KBS 뉴스제작부의 팀장으로 계신데 뉴스를 내보내는 순서는 어떻게 정해지는지요.
우선 가장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것 같은 뉴스를 먼저 내보냅니다. 그다음에는 궁금해하지는 않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뉴스, 그다음에는 새로운 내용이 담긴 뉴스 순으로 내보냅니다. 이것은 제 기준일 뿐 다른 기자들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 각 방송사마다 판단이 대체로 비슷합니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순서를 정하다 보니 비슷한 결론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다른 언론사의 기사들도 보시나요.
네. 매일 아침마다 각 부서에서 올라오는 기사들은 물론이고, 다른 회사의 기사들을 전부 봅니다. A회사는 이런 기사가 있는데 왜 우리는 이런 기사가 없는지, B회사는 a라고 하는데 왜 우리는 b라고 하는지 등을 체크합니다.

언론사의 참된 모습은 무엇일까요.
언론사는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자유롭게 펼치되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근거와 의견을 가지고 국민에게 설득해야 하는데, 일부 언론사의 경우 일부만 가지고 진실을 왜곡하거나 거짓말까지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기자는 기사를 작성할 때 합리적인 의심을, 일리가 있다고 이해될 수 있는 만큼 근거를 들어 기사를 써야 합니다. 본인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하거나 자신의 조직인 언론사의 사익을 위해 기사를 작성하기보다는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진실을 담고 책임감을 갖고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KBS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KBS는 보수와 진보 양쪽을 어우를 수 있는 공정한 비판자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진보성향 언론사는 진보 독자들이 대부분이니 진보 입맛에 맞는 기사만 쓰고, 반대로 보수성향 언론사는 또 보수적인 독자를 생각해 그들 입맛에 맞는 주장만 보도하는데 KBS는 중립적인 비판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진실을 담아야 합니다. 당장은 양쪽에서 욕을 먹을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언론사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까요.
책임을 지는 언론이 많이 없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인정되어야 하지만, 언론사의 책임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합니다. 언론사라고 도저히 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라고 칭하며 운영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매우 우려스럽습니다. 협박을 하거나 기사를 가장한 광고로 돈을 버는 데만 집중하는 언론사가 많이 존재합니다. 언론이 자신이 잘못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합니다.

어떤 앵커 혹은 기자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저를 기자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 휴대전화로 119에 신고를 하면 무조건 해당 시도의 소방본부로 연결이 됐습니다. 1997년 제가 입사 1년 차였을때 경기도 하남의 한 가정집에서 불이 났습니다. 집주인은 휴대전화로 119에 전화했는데 이 전화가 경기도 소방본부로 연결됐습니다. 그래서 경기도 소방본부는 하남 소방서에 출동 지시를 내렸는데 문제는 화재 장소가 하남 소방서에서 40분가량 떨어진 곳이었고 오히려 서울 강동 소방서에서 5분 거리에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진화작업이 늦어졌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는 무조건 소방본부로 연결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고 이후 휴대전화로 119에 화재 신고를 할 경우 가장 가까운 소방서로 연결되도록 시스템이 갖춰지게 됐습니다.

이처럼 언론을 통해 제도가 개선되는 일이 많아지고 이와 같은 언론의 순기능이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님들께 한 마디 전하신다면
기자도 그렇고 변호사도 그렇고 사회의 약자를 위해 있는 사람이니 강자가 되려 하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약자는 어디에 있나 고민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는 사회적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에게 제기되는 의혹을 끊임없이 살펴서 억울하게 사회적 생명력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인터뷰/정리 : 주영글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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