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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변호사의 셀프 반성문

올해로 6년 차 변호사가 되었다. 여러 법조 선배님들 앞에서 털어놓기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눈 딱 감고 5년만 변호사 업무에 올인 해보라”는 내용이 담긴 모 변호사님의 책을 읽은 후로 내 스스로 변호사로서 최소한의 숙련 기간을 만 5년이라고 정해두고 조금 더디더라도 기본기를 잘 쌓겠다는 심정으로 나 자신을 토닥여온 시간들이었기에 6년 차 변호사가 된 2019년은 내게 조금 특별하다. 변호사 업무에 ‘올인’하지 않고 틈틈이 연애를 한 덕분에 변호사 5년 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가정을 꾸리게 된 것 역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만 5년이 마법의 주문도 아니고, 해가 바뀌어 6년차 변호사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깊은 혜안이 생기거나 서면 작성 능력이 탁월하게 향상된 것은 아니기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였으나 앞으로 갈 길이 구만리인 변호사 생활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시작될 무렵 마침 결혼 후 첫 명절로 구정을 맞이하게 되었다. 천주교를 신봉하는 시댁의 명절 문화는 차례를 약식으로 지내는 대신 차례를 지내기 전에 성당 미사를 참례하는 것인데, 이번 구정 연휴의 경우 구정 당일 새벽 6시 미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본래 아침형 인간이 아니거니와 로펌에 근무하며 밤에 일하는 것이 익숙해지다 보니 새벽 기상에는 영 재주가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전날 낯선 시댁에서 잠을 청하느라 꽤 늦은 시간까지 뒤척였음에도 핸드폰 알람 없이 새벽 5시에 눈이 떠지는 기적을 경험하였고 다행히 새벽 미사에 참석할 수 있었다(나 역시 천주교 신자이기에 이는 ‘시댁의 힘’이 아니라 기적이었다고 믿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참석하게 된 미사는 뜻밖에도 지난 5년간의 나를 뒤돌아보고, 변호사 업계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변호사 6년 차를 맞게 된 나 자신을 다독이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미사가 특별히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젊은 신부님이 강론 중 꺼낸 “소명(召命)”이란 화두 때문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저 남을 돕고 싶다는 생각에 막연히 법조인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연수원에서 진로를 결정할 즈음 사람을 좋아하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성격상 합당한 보수와 사회적 대우도 보장되는 변호사를 업(業)으로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쉽고 후회되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연수원 수료 후 만 5년간 로펌에서 나름 열심히 일을 하였다. 그런데 일상의 바쁨과 고단함 속에 빠져 있다 보면 가끔 내가 처음 그토록 법조인이 되고 싶었던 그 마음, 소명의식이 약해진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변호사 업계가 무한경쟁에 내몰린 상황에서 갈 길이 구만리인 청년변호사로 살다보니 불현듯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아니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사회적으로 더 높은 곳, 더 큰 성공을 바라는 데에 익숙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 변호사님의 조언대로 지난 5년의 시간들 덕분인지 녹록하지 않은 로펌 생활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외부 연수 기회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전술한 복잡한 감정들 속에서 나름 6년 차 변호사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과제를 하는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혀 있었던 나는, 난생처음 가 본 새벽 미사를 통해 어렴풋이 그 과제의 해답이 그저 법조인이 되고 싶었던 어릴 적 그 순수한 마음에 집중하여 오늘 하루를 최대한 즐겁게 살아가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어려워질지 모르는 변호사 업계에서 변호사로서의 소명의식이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항상 깨어서 소명감을 갖고 욕심을 버리려는 마음가짐은 아직 젊은 변호사인 내게 매년 반드시 필요한 예방주사란 생각이 든다.

이경진 변호사
●법무법인(유) 바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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