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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불행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

필자가 이 사건을 접한 것은 2017년 12월 무렵이다. 연말이라 바쁘기도 하거니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른 사람들처럼 들떠 있었는데, 이 사건 기록을 보고 피고인에게 닥친 불행이 너무 충격적이고 안타까워 연말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있다.

피고인은 8세 여아(피해자)의 계모로 지적장애 3급인 피해자를 욕실에서 밀쳐 넘어뜨림으로써 상해를 입게 하였고, 그 즉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방치함으로써 피해자가 연수 눌림으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사망케 하였다는 것이 공소사실이었다. 검사는 피고인을 폭행치사,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및 아동유기·방임)으로 기소하였고, 1심 법원은 이들 범죄를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아 징역 5년에 처하였다. 항소심 법원은 폭행치사죄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지만, 폭행치사죄와 부작위범인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3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한 것이다.

검사는 이 사건의 피해자가 아동인 점에 착안하여 피고인을 폭행치사죄와 아동복지법 위반죄의 경합범으로 기소한 것이나, 이 사건 범죄는 부검 결과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연수 압박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것으로 밝혀졌고, 피고인이 즉시 구호조치를 취하였더라면 살릴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여 피해자가 사망한 것이 아니므로, 이를 폭행치사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의 경합범으로 기소한 것은 잘못이라 할 것이고, 재판부가 연수 눌림에 의한 사망이라는 감정 결과(=거의 즉시 사망)를 채용하면서도 양 죄를 경합범으로 처단한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나아가 아동복지법의 처벌 규정보다 형법 제262조의 폭행치사죄의 법정형이 더 무거워 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할 여지도 없었다.

수사기록상, 검사는 피해 아동의 몸과 손 등에 난 상처 등에 대하여 이를 평소 학대의 흔적으로 보고 수사한 흔적도 엿보이나, 피해자는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까지 할머니의 손에 자랐는데, 할머니의 증언에 의하면, 자신이 피해자를 키울 때에도 예를 들어 세수를 한다거나 무엇이든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하게 하면 피해자 스스로 꼬집고, 앞도 안 보고 뛰쳐나가는 습성이 있었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식탁이나 장애물에 부딪혀 멍이 들기도 했는데, 어린이집에서 이들 상처를 보면 친엄마가 아닌 할머니가 키우니까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라 오해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였다고 하였다. 결국 피해 아동의 몸에 난 상처는 피고인의 학대로 인한 것이 아니었다.

‘목이 과도하게 뒤로 꺾이는 것을 과신전(hyper-extention)이라 하고, 과도하게 앞으로 꺾이는 것을 과굴절(hyperflexion)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운동이 순간적으로 연이어 일어나면 빠른 운동속도와 긴 운동반경 때문에 더욱 심한 손상이 일어난다. 피해자에게 나타나는 대뇌와 소뇌 전반에 지주막하 출혈은 과신전·과굴절이 강하게 일어날 때 나타날 수 있는 소견이다. 본건 피해자는 가슴이 밀려 뒤로 넘어지며 뒷목이 욕조의 턱에 걸려 목의 과신전·과굴절 손상을 입고, 이에 따라 심장중추와 호흡중추가 있는 연수가 눌려 거의 즉시 사망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것이 감정의견의 요지였다.

사건은 2017. 3. 14. 남편이 새벽에 출근하고 난 오전 7시경 욕실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앞머리를 잘라주고 있었는데, 피해자는 평소 하기 싫은 일을 할 때 보이는 나쁜 버릇, 즉 양손 손가락을 모아 꼬는 형식으로 앞가슴까지 올리는 행동을 하자,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손을 친다는 것이 피해자를 밀치게 되어 피해자가 뒤로 넘어지면서 욕조 가장자리에 목 부위가 심하게 굴절된 것이다. 차라리 뒤통수가 욕조에 부딪혔다면 머리에 작은 혹이 생기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나 하필이면 목 부위가 닿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피고인의 남편은 평범한 9급 일반직 직원으로 전처와의 사이에 피해자를 낳았다. 전처는 피해자의 발달지연 등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고, 급기야 다른 남자와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발각되어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전처의 부정행위로 충격을 받아 하루하루 지옥같은 세상에서 방황했는데, 우연히 동호회에서 마음이 따뜻한 피고인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혼한 사실, 장애를 가진 여아가 있다는 사실을 숨겼으나, 더 이상 속이고 싶지 않아 모든 사실을 얘기하고 이별을 요구하였는데, 피고인은 오히려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고 한다(탄원서 내용). 친정부모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으나, 피고인은 이를 무릅쓰고 결혼에 이르렀고, 피고인이 피해자를 친엄마 이상으로 따뜻하게 보살펴준 결과, 할머니 손에 양육될 때 옷의 앞뒤도 구분하지 못하고 잠을 잘 때에도 항상 기저귀를 차야 했던 것에 비하여 큰 변화를 보이게 되었다.

피해 여아는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심실중격결손으로 심장수술을 받았고, 지적장애 3급의 장애를 안은 채 다른 어린이처럼 초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유치원만 3년을 다녔다. 피해자는 생모에게서조차 버림받고, 이후 할머니의 손에 의탁하여 자랐다. 피고인은 이 여린 생명을 불쌍히 여겨 자신의 딸로 키우기로 작정했고, 남편과의 사이에 새롭게 잉태한 아기의 임신과 출산을 마친 2017. 2. 22.부터 함께 살게 된 것이다.

평범한 꿈을 꾸며 너무나 소박한 삶을 살려고 했었는데, 홀연히 엄습한 불행으로 피고인은 여린 생명을 죽인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피해자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을 뿐만 아니라, 한 번 피어 보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였고, 피고인의 선의가 결과적으로는 여린 생명의 목숨을 빼앗은 것이 되어, 어떻게 이렇게 불행한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피고인도 피해자도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었다.

그 여리고 가여운 생명이 갑자기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면서 목 부위가 심하게 젖혀졌을 때 얼마나 아프고 놀랐을까, 또 연수가 눌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었을 때 얼마나 답답하였을까, 마지막 남은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을 때 피고인의 심정은 어떠하였을것이며, 품 안에서 죽어가는 여린 생명을 돌이킬 수 없었던 피고인의 후회와 자책은 얼마나 극심한 고통이었을까, 피고인은 이후 단 한순간이라도 이 장면을 뇌리에서 지울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 보면, 피고인은 살아있는 것 자체가 형벌을 받는 것과 같다 할 것이다.

짧은 생을 살다 가는 길일망정, 보내는 어미로서는 딸이 제일 좋아하는 예쁜 옷을 입히고 함께 읽은 동화책이라도 묻어주었더라면 여한이라도 없었으련만, 불쌍한 여아는 고운 모습으로 가지 못하고 차가운 해부실에 발가벗겨져 머리와 가슴이 다 갈라지고 저미어져 피투성이 덩어리로 조각조각 나누어지고 말았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죽은 육신이지만, 어찌할 도리 없는 어미의 마음은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피고인을 화상접견으로 처음 만났다. 추운 겨울 어린 아기를 안고 화면에 나타난 모습에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그녀는 평범한 모습의 여자였고, 너무 평범한 그의 인상과 달리 그가 처한 상황이 너무 기구하게 느껴져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검사가 상고한 사건은 상고기각으로 끝이 났지만, 나는 그 이후의 이야기는 알지 못한다. 바라옵기는 부디 그녀가 평화와 안식을 찾아갈 수 있기를, 3년의 시간이 가여운 딸을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되기를, 형을 마친 후에는 이전보다 더 화목하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린다.

박재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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