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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천 변호사 인터뷰

 이번 3월호에서는 검사로서 오랜 기간동안 재직하신 뒤, 2018년 12월 15일 변호사 의무연수에서 변호사로서 ‘검찰수사실태와 변호인의 역할’로 인상 깊은 강의를 해주신 심재천 변호사님을 만났습니다.

변호사님께서 검찰에 계셨을 당시 ‘변호인이 검찰 조직과수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피의자나 피고인을 변호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취지로 변호사 의무연수에서 말씀해 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가 있었고 사건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검찰에 있을 때 만나 본 상당수의 변호사들이 의외로 검찰의 수사시스템이나 관행 등에 대하여 무지를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검사 이미지를 떠올리고 온 변호사들도 있었고요.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동료 또는 후배 검사들에게서도 많이 듣던 이야기였습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뿐만 아니라 사법연수원 출신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건 검찰 실무수습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게 아닐까 싶긴 한데... 어쨌든 이렇게 되면 동등한 법조인으로서 대우를 받기보다는 한 수 아래로 취급받기 일쑤고... 당연히 의뢰인의 이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지요.

그래서 검찰에 있을 때부터 변호사분들을 상대로 형사소송법 교과서나 사법연수원 교재에도 잘 나오지 않는 검찰의 정말 실무적인 부분들에 대하여 알려 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용케 기회가 생겨 그와 같은 내용으로 강의도 하게 되었습니다.

검찰에 재직하는 동안 처리하셨던 사건 중 기억에 남는 사건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검사나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이런 질문을 받으면 보통 자신들이 인지수사했던 사건들을 나열하기 마련인데.. 저는 제가 인지했던 사건보다는 초임검사 시절 공판을 담당할 때 겪었던 사건인데요.

오토바이 1대에 3명의 10대 소년이 함께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나서, 그중 1명이 사망한 건인데... 검찰에서 기소한 소년 1명과 나머지 생존한 소년 1명 간에, 서로 상대방이 운전하였다면서 크게 다툼이 있던 사건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CCTV도 거의 없고, 블랙박스 같은 것도 당연히 없던 시절이다 보니 교통사고 분석자료 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긴 상당히 어려웠죠. 이것저것 다 해보다 최후 수단으로, 재판장이 두 소년에 대해 거짓말탐지기 감정을 해보자고 했는데... 놀랍게도, 감정하기로 한 바로 전날에, 당시 기소되지 않았던 소년이 자살을 해버렸습니다. 결국 사건은 무죄가 선고되었고요.

당시 업무 경험도 별로 없었던 저로선 상당히 쇼킹했고, 사건 하나의 처리 방향에 따라 이런 비극적인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느낀 바가 컸습니다. 사건을 수사하며 바라보는 시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변호사 입장에서, 평소 검사들이 변호인을 대하는 과정에서 이런 점은 고치거나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부분이 있다면?
후배 검사들을 보면 너무 여유가 없어졌다고나 할까... 일단 변호사에 대한 적대적인 시각이 늘어났다는 느낌이 먼저 듭니다. 변호사가 찾아와 면담을 요청하면 자기 시간을 빼앗기게 되니 일단 귀찮은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한데... 고소사건이든 인지사건이든 처음부터 변호사라고 하면 귀찮은 존재, 나아가서 마치 수사를 방해하는 존재처럼 여기고 대하는 검사들이 실제 종종 있었습니다. 사실 변호사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취득할 수도, 새로운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도 있고 오히려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수사기관에 목적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허다한데 너무 편협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변호사들이야 의뢰인이나 그 가족들로부터만 정보를 취득하다 보니 사건의 실제 내용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이런 동떨어진 쟁점을 논한다면, 듣는 검사 입장에서는 판사가 석명권을 행사하듯 교정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그냥 상대방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수사과정에서 쟁점화해서 확실한 결론을 내는 편이 검사에게도 유리한데 말이죠. 그대로 아무런 언급 없이 속으로 비웃듯 넘어가는 사례가 몇 번 있었습니다.

수사과정에서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이 피의자신문에 입회하거나, 담당검사를 면담하고 의견서를 제출할 때 유의할 점이 있는지요.
담당검사를 면담할 때 변호사 입장에서 흔히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려고만 애쓰는 경우들이 많은데, 사실 변호사의 의견 전달은 꼭 면담이 아니더라도 의견서 등을 통해 더 충실히 전달할 기회가 있는 만큼, 그것보다는 상대방인 검사(또는 경찰관)로부터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수사단계에서는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검사의 입을 통해 사건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취득할 수 있고, 또 검사의 사건에 대한 심증이나 수사 방향 등을 알아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죠.

피의자 신문 입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부분적으로나마 기록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고, 또 역시 조사 과정을 통해 검사나 수사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변호인으로서 실체진실의 발견을 위해 어떠한 점을 더 신경써야 하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우선 나무보다 숲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너무 세세한 쟁점에만 매달려 논쟁에 휩싸이기보다는, 한 발짝 물러나서 사건의 서사적 흐름이랄까... 전반적인 총론적 시각에서 사건을 살펴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너무 구체적인 부분에만 매몰되거나 주장에 대한 타당성의 근거를 숫자로만 많이 나열하다가 스스로 모순에 빠지는 경우를 많이 봐와서요.

또 한 가지는 만약 형편이 된다면 사건과 관련된 현장을 꼭 가보기를 권합니다. 이건 어떤 변호사 관련 외국 드라마를 보다가 저도 깨달은 바였는데요. 그냥 기록으로만 사건을 접하는 것과 실제 그 현장에서 마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검찰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는지요.
물론 도움이 많이 됩니다. 특히 수사단계에서는 기록을 열람할 수가 없기 때문에 제한된 범위 내에서 사건을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텐데... 예를 들어 항고사건을 담당하는 경우라면 오로지 검사의 결정문만을 토대로 사건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 경우엔 아무래도 검사, 특히 부장검사라는 결재자로서 경험하였던 것이 큰 도움이 되지요.

마지막으로 후배 변호사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격려 말씀 부탁드립니다.
경력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우선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할만한 자격이 있는지부터가 의심스럽습니다만 굳이 말씀을 드리자면...
변호사라는 사회적 지위가 예전 같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다들 어려움이 있으시리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전문가’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긍지와 자부심을 잊지 마시고 활동해 주셨으면 합니다.

인터뷰/정리 : 최정민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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