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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오 감독 인터뷰

 이번 호 인물탐방은 픽사 출신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유명한 에릭 오(오수형) 감독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먼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애니메이터 Erick Oh(오수형)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부터 다소 실험적인 예술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에릭 오 감독님을 검색해 보면, 가장 많은 수식어가 바로 ‘픽사’ 출신이라는 점 같아요. 그만큼 전 세계 애니메이터들이 원하는 꿈의 직장 같은 곳인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실제로도 애니메이터들에게 꿈의 직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아티스트들을 위한 최
적의 환경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거장들도, 처음 업계에 발을 디딘 젊은 아티스트들도 아낌없이 아이디어와 재능을 공유하며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스스로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모두에게 제공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요.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개인으로써 또 시스템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픽사에서 재직 중일 때, 여러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에 참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와 가장 힘들었던 캐릭터 각 하나를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와 힘들었던 캐릭터가 겹칩니다. 애증이 뒤섞여서 그런 듯한데요, ‘니모를 찾아서(2003)’의 후속작이었던 ‘도리를 찾아서(2016)’의 문어, 행크입니다. 행크는 부모님을 찾아 나선 도리를 돕는 츤데레 문어로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일도 하고, 폭소를 자아내는 장면에도 주로 등장한 최고 씬 스틸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 초기부터 제가 직접 참여해 행크의 성격과 움직임, 방향을 잡는 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문어라는 생물 자체가 굉장히 유연하고 자유롭기 때문에, 픽사 최첨단 기술로 구현한 캐릭터로 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데, 문어를 공부하기 위해 수족관에 직접 방문해 문어를 만져보기도 하고, 전문가에게 강의도 듣는 등 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들인 시간과 노력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물이 작품으로 완성되어 영화관에 상영되고, 많은 관객분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었지요.

감독님이 픽사에서 참여했던 작품과 개인적으로 만든 작품들은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더라도 큰 차이가 있어요. 개인적으로 작품을 만들 때는 어떤 부분에 더 신경을 쓰시는 편인가요?
픽사에서 참여한 작품은 상업 장편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제 개인 작품은 순수 예술작품에 가깝기 때문에 제 생각과 감정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표현하는 것에 가장 집중하는 것 같아요. 설령 많은 분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제가 실험하고자 하는 것들 혹은 새롭게 도전해 보고 싶은 것들을 시도할 수 있는 저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랄까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 작품은 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저를 채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렇게 자유롭고 부담 없이 만들어진 작품들이라 그런지, 인상깊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고요. 그런데 물론 겉보기에는 픽사에서 하는 일들과 개인적으로 작업한 결과물이 큰 차이가 있는 듯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사실 둘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해요. 결국 어떻게 풀어내느냐의 문제이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개인 작품에서 발견한 것들을 픽사에서 하는 일에 응용하기도 하고, 픽사에서 배운 것들을 그대로 개인 작품에 대입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것 같아요.

작년에 애니메이션계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안시’에서 한국인 최초로 TV프로덕션 최고상을 수상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안시 영화제에 대한 소개와 상을 받은 작품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시 영화제는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 중 하나고요. 오래전 칸 영화제의 일부로써 존재하다가 독립된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애니메이션 계의 칸 영화제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그런 영화제에서 제 작품이 상영뿐만 아니라, 수상까지 했다는 것은 지금도 믿기 어려운 큰 영광입니다. 수상을 한 작품은 ‘피그: 더 댐 키퍼 포엠즈(Pig: The Dam Keeper Poems)’ 라는 TV 시리즈 입니다. 어린 피그가 검은 먹구름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풍차 댐을 지키는 내용입니다. 어릴 적 떠나가 버린 아버지를 한없이 그리워하면서도, 씩씩하게 주변 친구들을 돕고 아픔을 이겨내는 돼지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애니메이션이지만, 삶의 아름다운 면이나 행복한 부분뿐만 아니라, 어두운 면과 현실적인 측면도 담고 있습니다. 그 점을 안시 영화제에서 긍정적으로 봐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안시 영화제 TV프로덕션 최고상 수상

수상하신 ‘피그: 더 댐 키퍼 포엠즈(Pig: The Dam Keeper Poems)’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댐 키퍼(The Dam Keeper)’의 TV시리즈로 알고 있는데요. 저도 영화관에서 댐 키퍼를 본 적이 있는데, 환경 오염에 대한 영화로 기억하면 너무 단편적인 걸까요?
‘댐 키퍼’의 세계관은 사실 많은 내용과 주제들을 담고 있습니다. 기본 줄기는 결국 주인공 피그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지요. 가족, 꿈, 희망, 슬픔, 우정, 관계 등의 삶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을 함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와 더불어 이 내용과 주제들을 표현하기 위해설정한 세계관에서는 질문하신 대로 사회시사적인 부분도 담고 있습니다. 먹구름이라는 설정은 대자연과 환경오염에 대한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고요. 피그가 학교생활을 하는 장면에는한국에서도 큰 문제로 다뤄지는 왕따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관객분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나설 때 우리 사회와 삶에 대한 많은 중요한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댐 키퍼가 워낙 에릭 오 감독님의 대표작인데다 여러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이라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데에도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요.
‘댐 키퍼’의 세계관은 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동료 아티스트들과 함께 탄생시켰습니다. 때문에 완전히 홀로 새로운 작품을 구상하고 제작하는 데에 큰 부담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지요.하지만 더 재미있고 즐겁게 작업하기 위해 노력하며, 최대한 저다운 작품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주로 활동하시는데, 미국은 저작권 관련 법률이 굉장히 강한 편이잖아요. 저작권과 관련한 법률적인 이슈를 경험한 적이 있었나요? 혹은 저작권자로서 변호사들에게 궁금한 점이나 바라는 점 같은 것이 있을까요?
미국에서 법률적으로 문제를 겪은 적은 없습니다만,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당연히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문화가 잘 자리 잡혀 있기 때문에 계약 초기에 혹은 작업이 되기 전에 회사와 개인, 혹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라이센스, 수익배분, 방영권 등에 대한 협의가 충분히 진행이 됩니다. 때문에 부득이한 경우가 아닌 한 저작권 문제로 피해를 보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처음 일을 시작하는 아티스트들 입장에서는 그 부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조금 더 잘 갖춰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합니다. 특히, 요즘 젊은 아티스트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온라인에 창작물들을 많이 올리는데, 인터넷상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합니다. 저 역시도 가끔은 편안하게 사진 올리듯이 제 그림을 종종 올리곤 하는데, 그 게시물들에 대한 저작권을 큰 어려움 없이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더 알려져서 문화로 자리 잡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회원님들 중에 ‘애니메이터’가 장래희망인 자제를 두신 분들도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학창시절에 어떤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까요?
그림을 열심히 그리고, 연습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라 제쳐두고 이야기하자면, 애니메이션이 언뜻 보기에 과장된 만화적인 요소나 상상을 기반으로 한 재미있는 기법이라고 많은 분들이 편안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삶과 원리를 깊이 이해하지 못하면 구현할 수 없는 것이 애니메이션입니다. 때문에 많이 관찰하고, 삶에 대해서도 성찰하는 자세가 첫 번째라고 생각이 됩니다. 캐릭터를 움직이고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결국 애니메이터가 하는 일인데, ‘생명’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시작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우러나와야 합니다.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또 그런 모든 순간순간에 즐거움을 느끼며 애니메이션을 입시 공부하듯이 공부한다는 마음이 아닌, 삶을 즐기고 경험한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하면 어느덧 ‘애니메이터’로서의 자질을 충분히 갖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가장 큰 계획은 제가 현재 속한 스튜디오, ‘톤코하우스’가 올해 5월부터 4개월간 서울에서 처음 큰 전시를 열게 됩니다. 작품 상영과 전시, 제작과정 소개 등 이 인터뷰에서 다룬 많은 내용들을 작품으로써 보여주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피그: 더 댐 키퍼 포엠즈(Pig: The Dam Keeper Poems)’도 그때 한국에 출시가 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밖에는 다음 차기 작품들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비디오 설치 작품도 올해 완성이 될 예정이고요. VR 콘텐츠도 개인적으로 시도해 보려고 하고 있고,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구상도 시작하고 있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아직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도전을 꾸준히 계속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인터뷰/정리 : 정지원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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