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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에게 물어라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두(茶頭), 아름다움의 정점에서 죽음을 명(命)받다

모든 책은 가치 있는 것이지만 수많은 책 중에서 내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때문에 책을 읽고자 어렵사리 마음을 먹고 끝내 한 권을 집어 들기까지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부분 역시 ‘어떤 책을 읽어 볼까’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다행히 쉽게 선택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친구의 서재를 구경하던 중 ‘좋은책’이라며 건네받았는데, “아니 이 책을 모른단 말이야?”하는 친구의 도발과 나름 궁금증을 유발하는 제목에 끌려 ‘그럼 한 번 읽어보지 뭐’ 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말해 달라고 한다면 “일본 다도를 세운 ‘센노 리큐’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라고 대답하겠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다두였던 리큐는 따라올 수 없는 심미안을 가지고 있었고, 소신과 집념으로 그만의 다도를 만들었는데, (괴팍한 구석이 있는) 권력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리큐를 질투하면서도 그의 마음을 얻지 못해 결국 리큐에게 할복을 명하고, 아름다운 것에만 고개를 숙이는 리큐는 깨끗하게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으로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이 책의 구성은 흥미로운데 소설의 시작은 리큐가 죽음을 맞는 날 아침부터 시작해서 한 달 전, 1년 전, 3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가는 구성 방식으로 리큐가 왜 할복하게 되는지, 리큐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아름다움의 절정이라는 향합(香盒)은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인지 계속 궁금증이 이어지게 한다. 또 리큐를 비롯한 여러 인물들의 관점에서 에피소드를 다루어 리큐라는 인물이 어떠한 성격의 사람인지, 그가 다도에서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른 것인지, 그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준다. 다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작가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묘사, 절제된 표현으로 일본 다도 문화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리큐는 그만의 기준으로 세상과 다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다. 그랬기 때문에 리큐는 아름다움의 정점에 있을 수 있었고, 죽음에 이르면서도 당당할 수 있었다.

槿花一日自爲榮
(무궁화는 하루뿐이나 스스로 영화를 이룬다)
何須戀世常憂死
(어찌 늘 세상에 연연하고 죽음을 근심하랴)

항상 고결한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갈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생각이나 마음과 관계없이 세상에 쓸려 다니며 과시와 안위만을 바라고 사는 것은 아닌지, 양보할 수 없는 나만의 가치와 기준이 있는지 돌아본다.

‘리큐(利休)’라는 이름은 ‘날카로운 것을 쉬게 한다’는 뜻이다. 어지럽고 날카로운 세상의 날 위에 있는 분들에게 잠시 내려와 쉬면서 따뜻한 차 한잔 하라는 마음으로 권하는 책이다.

문예림 변호사
● 롯데렌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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