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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당일 새벽의 고민들

정신 차리고 보니 지금은 ‘회원의 상념’의 (연기된) 마감 당일 새벽입니다. 이것 저것 해야 할 일은 많고 시간은 빠르게 떠나가고, 나이는 먹고 뚜렷한 성과는 없고 참 고민입니다. 그래서 기네스를 한 캔 마십니다.

송무는 처음 3~4년 동안 일을 빡세게(?) 해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고 하는데 어느 세월에 그 실력이란 것이 키워질지,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이 많습니다. 머릿속으로는 간단해 보이는 사건도 서면을 창작해 내는 데 1주일을 족히 써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매분 매초 지나가는 시간에 숨이 막히고 나가지 않는 진도에 답답함은 차오르지요. 쓸 내용과 의미는 명확하지만 문장이 완성되지 않습니다. 소처럼 단어, 단어를 뽑아내 고되게 문장을 완성합니다. 그나마 문장이 모이면 매끄러운 문단을 위해 또다시 고치느라 그 자리에서 되새김질을 한참 합니다. 써야 할 서면들은 쌓여 있지만 속도가 안 납니다. ① 느지막이 써서 드린 서면이 그 퀄리티도 좋지 아니하여 초안이 남아있지 않은 새로운 서면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 ② 저의 느린 속도로 인해 파트너 변호사님이 직접 서면을 쓰시는 모습을 보는 경우 저의 부족한 능력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일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다이어트는 언제 성공할지 고민입니다. 저를 비롯한 동기들을 보면 고된 업무를 하며 로스쿨 때 비축한 지방을 빼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업무가 힘들면 보통 유일한 즐거움은 먹는것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열심히 근무하고 나면 정신적 에너지가 고갈되어 운동할 의욕도 없고요. 왜 이렇게 고민이 많을까요. 사춘기도 아닌데.

그런데 주위 선배 변호사나 동기들을 만나면 고민이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아직 변호사 후배는 없네요). 개업한 변호사 선배는 영업, 육아 등이 걱정이고, 어쏘 변호사들은 월급, 경력, 연애 등으로 한숨을 쉽니다. 선망받는 직업이었던 변호사들도 다들 이렇게 고민이 많으니,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별로 높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는 156개국 중 57등이고, GDP는 11등입니다. 경제적 풍요로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행복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밀린 서면들 때문일까요?

변호사에 대한 보수적인 시각도 예전보다 다소 자유로워지고, 변호사의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법조시장이 어려워진 만큼, 일부는 새로운 진출을 모색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변호사라는 직업의 틀에 자신을 맞추기에는 그 틀이 충분하지 않으니 자기자신을 더 크게 만들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나=변호사’라고 보면 슬플 것 같고 ‘나>변호사’라고 간주하고 더 큰 가능성을 품는 것이 그나마 발전할 수 있는 실마리인 것 같습니다. 착한 어린이의 결론 같지만, 저는 송무변호사로서 남부끄럽지 않은 기본기와 실력을 갖추고 여러 가지 응용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삶은 정답이 없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춘 각자의 삶이 있는 것이지만요.

김응철 변호사
●법무법인 더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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