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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의 『통치론』과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들어가며
4차 산업혁명은 최근 인류의 가장 중요한 화두이다. 그 이유는 이 혁명이 인류의 삶에 그 전모를 예측할 수 없는 비가역적ㆍ본질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중 가장 우려스러운 전망은, AI의 발달로 인해 현재 인류 노동력의 약 80%가 불필요해진다는 예측이다. 이는 생산성의 측면에서는 기적적 진보라고 할 것이지만, 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려야 하는 대부분의 인류에게는 충격적인 재앙이다. 게다가 인간은 직업을 통해 단순히 생계만을 꾸리는 것이 아니라, 직업을 통해 비로소 사회적 자아를 형성하고 사회적 시민으로 성장하며, 이를 통해 결국 사회가 유지되고 구성된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직업의 80%가 사라진다는 것은, 인류가 더 이상 ‘사회’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인류와 노동의 미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따라서 이 개념을 최초로 제시한 독일에서는 ‘산업 4.0’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그 위기 대응을 위한 ‘노동 4.0’에 대한 연구를 2015년에 범사회적으로 시작했고, 이에 독일 정부가『노동 4.0 백서』(2017)라는 결과물을 발표한 적도 있다. 위 담론의 요지는, 기존의 사회계약으로는 더 이상 세계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으며, 이제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위 논의의 선구적 저술인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2016) 역시 바로 이 ‘새로운 사회계약’에 대한 논의를 담고 있다. 아마 4차 산업혁명 이후 우리가 ‘사회’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우리가 이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대로 체결해낼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로크의 『통치론』과 기존의 사회계약
‘새로운 사회계약’의 예측을 위해 기존 사회계약의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대적 사회계약론의 탐구는 인류가 계몽주의의 여명기에 사회에 대한 과학적 고찰을 추구하며 시작되었으며, 이것이 근대 시민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근대세계를 만들어낸 이중혁명(시민혁명과 제2차 산업혁명)은 서로가 서로를 추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바로 지금 4차 산업혁명의 목전에서 위 혁명들의 기반이 된 ‘사회계약’을 재검토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위와 같은 ‘사회계약’을 탐구한 대표적 저술로 로크의『통치론』(1689)을 들 수 있다. 영국의 철학자·법률가인 로크는 이 저서에서 ① 인민에게 생명·자유·재산에 대한 불가침의 권리(인권ㆍ기본권)가 있다는 점, ② 인민은 바로 그 기본권 보호를 위해 인민 간 계약을 통해 국가를 정립하였다는 점, ③ 국가의 목적은 기본권 보호이므로 권력분립을 통해 그 권력남용을 견제해야 한다는 점, ④ 국가가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인민은 혁명을 통해 국가와의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점(저항권 사상)을 제시하였는데, 이 4가지가 바로 로크의 사회계약론의 핵심이며, 근대 헌법의 핵심원리이기도 하다.

로크의 권력분립론은 몽테스키외에게, 저항권 사상은 루소에게 계수되었고, 특히 저항권 사상과 자유주의 사상은 미국 독립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미국의 독립선언문과 프랑스 대혁명의 인권선언문은 로크의 정치사상의 요약에 불과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로크는 이와 같은 사상적 기여를 통해 자유주의·민주주의·자본주의의 정립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기에 근대 세계의 성립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상가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특히『통치론』에서 로크가 소유권의 정당화를 논증한 ‘재산권에 대하여’라는 챕터는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사상적 기초 중 하나로 평가된다. 그에 따르면 자연 상태의 재화는 인류 공동의 소유이지만, 개인이 자연에 자신의 인신을 사용한 노동을 부가하면서 소유권이 성립된다. 이는 사적 소유가 없는 자연 상태에서도 개인 자신의 인신에 대해서는 배타적 소유권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로크는 이 논증에 대한 예상 반론 2가지에 대하여도 논하는데, 우선 “배타적 소유권의 인정으로 인해 사람들이 필요 이상의 재화를 소유하여 재화가 썩고 낭비되는 폐해가 발생한다”는 반론에 대하여, “인간이 필요를 초과하는 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 인간의 노동은 투입량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 의해 소유의 한계가 설정된다”고 재반론한다(다만 이 전제는 현재 AI의 노동에 의해 무너진다). 이어서 “개인의 배타적 소유를 확정하는 순간 타인에 대한 피해가 발생한다”는 반론에 대하여, 로크가 “세계에는 인류가 소유할 수 있는 재화가 무한하기 때문에 피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재반론한다(이 전제 역시 현재 무너졌으며, 특히 토지의 경우 전혀 해당되지 않는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사회계약
이상과 같은 기존의 사회계약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그 기초된 사정에 중대한 변경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슈밥의『제4차 산업혁명』및 여러 논자들의 논의를 통해 그 사정변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통치론』의 재산권 논의의 전제가 무너진 점에 대하여는 앞서 검토한 바와 같다).

우선 로크의 사상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근면하게 노동하여 자연에서 가치를 생산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 의해 그 전제는 무너진다. 인류 직업의 80%가 사라지고 이들이 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세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논의되는 처방의 핵심은 기본소득이다. 미래학자들은 기본소득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80%의 인간이 직업을 잃은 데다 생계까지 꾸릴 수 없게 될 경우 이들이 대부분 범죄자가 될 것이고 그 충격을 사회가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본소득의 수준이 문제가 된다. 인간은 겨우 기아를 면하는 정도의 소득으로는 자아탐구도 실현도 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일정 수준 이상의 기본소득이 제공된다면, 인류는 생계를 위한 노동에서 해방되어 그 전원이 학문·예술의 탐구와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아실현에 매진하는 유토피아가 펼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며, 현재 인류의 과세 체계로는 이와 같은 재원의 확보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새로운 재원 확보의 방안으로 로봇(AI)세, 혹은 연대세(solidarity tax)가 논의된다. 연대세는 초고액 자산가의 자산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토마 피케티가 이미『21세기 자본』(2013)에서 주장한 바 있다. 그 요지는 현재 자본주의 세계의 지나친 불평등이 오히려 자본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소득뿐 아니라) 자산에 대한 과세를 통해 그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 현재 그 위기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이는 재화의 지나친 집중을 경계하고 그 폐해 여부를 소유권의 한계로 설정한 로크의 사회설계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다만 위 논의들은 현재 자산가들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므로 그 실현은 요원하다.

나가며
4차 산업혁명 이후의 미래가, 생계 노동에서 해방된 인류가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에 매진할 수 있는 유토피아가 될지, 아니면 극소수 부유층이 재화를 독점하고 대다수가 극빈에 시달리는 디스토피아가 될지는 새로운 사회계약이 어떻게 체결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이 논점이 그 중요성만큼 충분히 논의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재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며 그 완료 역시 그리 멀지 않았다.

임준형 변호사
● 법무법인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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