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성공의 가치

날마다 새로워지는 하루들을 느낀다. 50년 전의 가난했던 시절을 겪으면서 살아오며 오늘의 발전을 바라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큰 성장을 하고 있는지 누구나 알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빛과 그늘이 너무 짙어진 현실을 우리는 안타까워하고 걱정한다. 이 시점에서 스스로 묻고 답해 본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진원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집단이 누구일까? 누가 되어야 할까?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이루려는 좋은 성공은 어떤 것일까?

자기가 이룬 작은 성취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삶을 산다면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빛을 나누는 노력들이 더욱 짙어진 그늘을 밝게 만들 수 있다면 사회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자체가 진정한 성공의 가치일 것이다.

이런 가치를 꿈꾸고 실행하는 많은 사람들을 본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에서 사랑 나눔을 펼치는 어느 여성 변호사의 아름다운 마음에서부터 작은 헌신이라도 하고자 공익법인을 만들어 사회공헌에 나서는 로펌들까지 내가 아는 여러 사람들이 펼치는 봉사 나눔들은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한 사례를 통하여 느낀 소감도 말하고 싶다.

얼마 전 송파에 있는 청소년 대안학교에 격려차 갔었다. 생활형편이 어려워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없는 아이들을 모아서 가르치고 격려하여 검정고시를 통하여 진학도 시키고 또 취업도 알선하여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는 아주 작은 공간이었다.

30여 명의 학생들의 진지한 표정과 15명의 교사들의 열정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교사들은 어느 한 교회 청년들로 이루어진 훌륭한 자원봉사자들인데 일과를 끝내고 저녁에 교대로 와서 밤 늦게까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는 일을 즐기고 있었다. 좋은 직장과 촉망받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피곤한 몸으로 소외된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대견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센터장은 20년 넘게 이 일을 해 오신 목사이고 어느 로펌의 대표변호사께서 교사들의 성원자였다. 몇 년 전 부장판사로 퇴직한 후 작은 로펌을 만들어 운영하면서 이 일을 시작하였다는 그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교사를 하고 있는 청년들의 교회는 얼마 전 강남 요지에 초호화 건물을 신축하였는데 평일에 그 건물을 얼마나 사용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열악한 곳에서 헌신하는 교사들과 소외된 아이들에게 놀려두고 있는 교회 공간을 활용하게 하면 더 돋보이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최근에 우리는 우울한 소식들을 전해 듣고 있다. 빈번한 자살 사건인데 그 중에서도 얼마 전 생활고에 어려움을 겪은 세 모녀가 집세와 밀린 공과금 몇 십만 원을 집주인에게 남겨 놓고 동반 자살한 가슴 아픈 사연의 보도가 있었다. 여러 사람들이 ‘내가 알았다면 후원할 수 있었는데’ 하며 안타까워하는 소리를 들었다. 사회안전망의 미비를 탓하기 전에 우리 사회에 마지막으로 하소연할 봉사 시스템이 없었을까? 우리가 왜 만들지 못할까? 성공한 사람들이 펼치는 더 좋은 성공의 가치를 알지 못해서일까? 정부가 아니라도 민간에서의 사회공헌운동 같은 모임들이 지역별로 작게나마 활발하게 펼쳐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와중에서도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있는 변호사들이 펼치는 사랑 나눔에 헌신하는 많은 변호사들을 본다. 그 작은 봉사모임들이 분야별로, 지역별로, 계층별로 기업들의 봉사단체와 또 사회단체들의 노력과 아울러져서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소외계층,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탈북청소년들을 체계적으로 돕고 또 힘들 때 목소리를 내 주는 시스템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사회를 밝게 변화시키는 사명을 성공한 사람들이 봉사 차원에서 체계화하여 정부에 조언도 하고 사회에 경고도 해 가며 이끌어간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랑을 받을까?

우리는 성공의 가치를 늘 승리하는 데 두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승리도 있지 않을까? 주어진 여건에서 작더라도 가능한 만큼의 사랑, 봉사, 헌신의 삶을 사는 많은 이웃들이 있다. 그들이 진정한 승리자가 아닐까? 흔히 말하는 관직, 명예, 재산은 가치 있게 활용되었을 때 더욱 빛날 것이다.

김승남 이사장

조은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