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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송이야기 - 유죄판결 확정자에 대한 소급적 부착명령 청구기각

 

유죄판결 확정자에 대한 소급적 부착명령 청구기각

 

 

필자는 최근 판결 후 출소한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의 건에 관하여 기각결정을 받았습니다. 처음 이 사건을 의뢰받았을 때 망설였으나 일단 피부착명령청구자(이하 ‘피청구자’라 한다)를 만나 보기로 하였는데 피청구자는 출소 후 가족들의 보호아래 정말 열심히 성실하게 잘 지내고 있었고, 미래를 약속한 여자 친구도 있는 등 성범죄의 습벽 및 재범의 위험성이 낮아 보였습니다.

 

피청구자는 2006년경 다른 공범자들과 함께 총 6회에 걸쳐 피해여성들을 상대로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특수강도강간 등)죄 등으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2012. 7. 10. 형집행종료로 출소하였는데 검찰에서는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청구자에게 10년의 전자장치 부착 및 성폭력범죄 치료프로그램 이수의 부과를 청구하였습니다.

 

유죄판결 확정자에 대한 소급적 부착명령 청구를 위해 출소 전 보호관찰소에서 한국형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KSORAS)를 받는데, 피청구자는 재범위험성 평가 점수에서 ‘상’ 평가를 받은 상태였기에 힘든 사안으로 보였습니다.

위 KSORAS ‘상’ 평가는 출소 전의 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한 것이었기에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는 위 KSORAS의 문제점 및 현재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였습니다. 이에 변호인(정한철, 조성민)은 피청구자로 하여금 심리검사를 받아 그 결과물을 재판부에 제출하고자 하였는데 일반적인 심리검사만 진행하였을 뿐 성폭력범죄의 가해자에 대한 전문가가 없어 성범죄의 습벽 및 재범의 위험성 관련된 평가는 전혀 없었습니다.

 

성폭력 범죄와 관련하여 피해자를 연구한 분들은 많았는데 가해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분은 없는 상황이라 정신감정을 받기가 곤란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지인인 심리학과 교수님으로부터 이를 연구한 분을 어렵게 알게 되었는데, 이분은 공직에 근무하고 있어 KSORAS의 문제점 등을 언급하기가 어렵다고 하면서 성폭력 범죄 가해자 쪽의 전문가인 모 대학의 S교수님을 추천해 주었습니다.

이에 피청구자는 S교수님을 만나 범죄의 습벽 및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정신감정을 마쳤습니다. 그 결과, 충동성 및 분노감 평가는 평균 범위에 해당하였고, 강간통념 수용도(Rape Myth Acceptance Scale) 역시 성적 만족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적인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들이 가지는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없는 것으로 나왔으며, 사고 및 정서 역시 모두 정상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나왔습니다.

 

전자장치 부착은 신체의 완전성에 대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제한으로 피부착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함은 물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행동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문제점이 있고, 이로 인해 피부착자의 현재 직업과 사회적 유대관계 형성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부작용이 있으며, 그 결과 피부착자의 건전한 사회복귀 의지를 현저히 저하시키고 역으로 사회공동체에 대한 원망과 반감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소급적 부착명령과 관련하여 “징역형의 집행을 종료하고 이미 사회로 복귀하여 사회인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자신의 범죄로 인한 형사제재가 종료되었다는 신뢰를 갖게 될 것임에도 이들에 대해 새로 재범의 위험성을 판단하여 전자장치를 부착하도록 규정하는 것은 이미 종료된 것으로 신뢰한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한 형사적 제재를 다시 부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위헌의견이 다수(5인)로서 합헌의견(4인)보다 우세하였습니다.

위와 같은 소급적 부착명령 청구는 헌법상 위헌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기에 적어도 소급적용하는 부착명령을 결정할 때에는 일반적인 부착명령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그 요건들을 검토하여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재범의 위험성은 피청구자가 성폭력범죄를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청구 시가 아닌 재판 시가 기준이 되어야 하므로, 재범의 위험성을 달리 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청구 당시 재범의 위험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최종 결정에도 재범의 위험성이 유지된다고 쉽게 단정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한국형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KSORAS) 척도는 기존의 대상범죄를 위주로 평가한 것이어서 출소 이후 피청구자가 새롭게 구축한 사회적 유대관계와 직업, 생활정도와 주변환경 등 재범의 위험성 평가요소로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주관적, 객관적 사정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는 본질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피청구자가 처음 필자를 방문하였을 때는 마치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처럼 얼굴이 굳어 있었는데 마지막 재판을 받고 난 이후에는 웃는 등 편안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피청구자는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느니 외국으로 나가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고 열심히 생활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정한철 변호사

사법시험 제48회(연수원 3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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