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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결정까지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라는 선고를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며 눈물이 핑 돌았다. 대한민국 인권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선고를 지켜본 것이다.

2017년 1월, 후배인 강남석 변호사(이하 ‘강 변호사’)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형, 낙태죄 처벌 규정 위헌 아닌가요? 형은 헌법 전문가이니 저랑 낙태죄 헌법소원을 같이 해 주셔야겠어요.”라며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 헌법소원심판(이하 ‘위헌소원’)의 청구대리를 요청함과 동시에 낙태죄의 위헌결정 가능성에 대한 여러 질문을 하였다. 강 변호사는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였다는 공소사실 등으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J씨의 변호인으로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17년 1월 25일에 그 신청이 기각되었기 때문에, 위헌소원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헌법 강의와 헌법 저서를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낙태죄의 위헌성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흔쾌히 위헌소원청구를 함께 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이 낙태죄 관련 위헌소원청구가 쉽게 끝날 사건이 아니었고, 당시 필자가 여러 가지 일로 즉시 참여하기 어려운 상태였기에 후일을 기약하면서 일단 강 변호사 단독 명의로 위헌소원을 청구하기로 협의했다.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강 변호사로부터 여러 명의 여성변호사가 참여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낙태 문제의 직접 당사자가 임부이므로, 아무래도 여성변호사들이 남성인 필자와 강 변호사가 보지 못하는 문제까지 세심히 살필 수 있을 것이기에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이었다. 실제로 여성변호사인 김수정, 류민희, 박수진, 이소아, 차혜령, 천지선, 최현정(가나다 순) 변호사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결정을 끌어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필자는 낙태죄로 고통받는 이 땅의 모든 사람을 위해 반드시 위헌결정(헌법불합치결정 등 변형결정 포함)을 받아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고, 또한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변론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에 2개월여 동안 낙태 관련 논문 집필에만 매진하였다. 그 결과 2018년 5월 1일, “낙태 문제에 관한 비교법적 연구-세계 각국의 입법례와 판례를 중심으로 -”(인권과 정의 제473호, 대한변호사협회)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논문 집필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고, 낙태 문제에 관한 한 대한민국이 얼마나 후진적인지에 대해 더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논문을 바탕으로 필자는 이 사건 공개변론 전인 2018년 3월 20일과 공개변론 후인 2018년 6월 3일 두 차례에 걸쳐 변론요지서를 작성하였다.

위헌소원 사건으로는 예외적으로 공개변론이 열린 2018년 5월 24일에 필자와 강 변호사는 “낙태를 하는 임부는 대부분 출산과 낙태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을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태를 감행하는 것은 낙태가 최선의 선택이며, 낙태를 하지 않으면 태아와 임부가 더 불행해질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낙태를 허용하라는 수많은 국민들의 호소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는 계속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주는 최후의 헌법보장기관인 헌법재판소가 이 공론의 장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호소하였고, 김수정 변호사, 차혜령 변호사 등 여성변호사들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임신·출산으로 인해 사회적·경제적 생활에서 많은 불이익을 겪고 있으며, 육아에 있어서 남성과 비교하면 더 큰 부담을 지는 경우가 많아서,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여성의 퇴직으로 이어져 사회적·경제적 삶의 단절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도대체 남성들은 무엇을 해 왔습니까?”라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질문을 재판관들과 우리 사회에 던졌다. 이와 같은 여성 변호사들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호소는 많은 사람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공개변론장에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이 남성으로서 미안하다고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특히 남성들에게 일침을 가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필자와 강 변호사의 이론적·법리적 접근과 여성변호사들의 현실적·구체적인 호소가 잘 어우러졌기에 헌법불합치결정이 가능했던 것 같다.

OECD 국가 중 우리보다 낙태에 엄격한 나라는 아일랜드와 칠레였는데, 이 사건 공개변론 다음 날인 2018년 5월 25일 아일랜드는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조항을 폐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66.4%의 국민이 낙태를 금지하는 헌법조항의 폐기에 찬성하였다. 즉 전면적·일률적 낙태죄 폐지와 일정 기간 낙태 허용은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란 것도 헌법불합치결정의 중요한 배경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심리진행상황(송달정보) “NO 208”을 기록할 정도로 2년 2개월 동안 치열한 공방이 계속되었다. 광주지방검찰청 검사 답변서와 법무부, 여성가족부, 국가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의견서, 그리고 수백 개의 단체명의 및 수만 명의 개인 명의의 의견서·탄원서 등이 제출되었다. 이는 (필자가 아는 한) 헌법소원 사건 역사상 가장 많은 기관(단체)과 사람이 참여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표시했을 만큼 중차대한 사건이었다. 필자는 이런 역사적인 사건에서 청구인의 대리인으로 참여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끌어내는 데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지면상 제약으로 인해 이 사건 결정문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향후 판례평석으로 대신하기로 한다.

무료소송임에도 끝까지 이 사건을 함께 대리한 변호사들께 다시 한번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는 더 중요한 입법 과정이 남아 있는데, 우리가 추구한 인권이 법제화되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끝까지 힘을 모아주기를 당부한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의 도움 역시 절실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김광재 변호사
●도헌공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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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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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변호사 2019-06-05 11:58:25

    헌법 전문가라고 하시면서 함께 참여한 다른 변호사들은 꼭 "여성변호사"라고 지칭하시고, "여성변호사"들은 마치 여성의 현실만 변호한 것처럼 글을 쓰셨네요. 헌법 공부 좀 더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인지 감수성" 차원에서요. 남성변호사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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