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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호스트 유난희인터뷰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1세대 쇼호스트로 현재 25년째 홈쇼핑에서 쇼호스트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쇼호스트인 동시에 브랜드 디렉터이면서 라이프스타일러로 우리가 생활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유·무형의 제품과 관련하여 사람들에게 제안함으로써 삶의 패턴을 윤택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현재는 일하는 여성들에게 강연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 남편의 아내이기도 하고요(웃음).

그렇다면 쇼호스트는 홈쇼핑 회사에서 정해준 제품을 파는 것이고, 현재 유난희 쇼호스트님께서 하는 일은 직접 브랜드를 발굴하는 작업까지 하시는 건가요?
제가 쇼호스트 일을 처음 시작하였을 때에는 홈쇼핑 회사 MD(머천다이저 내지 바이어)가 판매할 상품을 기획하고 가져와서, 이를 쇼호스트가 판매를 하는 역할만을 하였습니다. 현재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후배 쇼호스트들이 하는 일도 그렇고요. 저 같은 경우는 물론 회사 MD가 주는 상품도 있는데, 그 상품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테스트 및 체험해 보고 더 보완하거나 수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가격, 패키지까지 전부 관여하여 마케팅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나아가 제가 발굴한 상품에 대해서는 홈쇼핑 회사에 역으로 제안하여 같이 만들거나 기획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상품 판매는 대한민국에서 제가 처음입니다. 쇼호스트는 원래 홈쇼핑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도 제가 처음, 자신의 이름을 걸고 프로그램을 하는 것도 제가 처음, 모든 것이 제가 처음이었어요.

쇼호스트로 회사 생활을 하는 것과 프리랜서로 일을 하는 것에는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회사에서 전속으로 일할 때는 제가 상품을 소개할 때, 그 상품에 대한 책임이 덜했던 것 같아요. 제가 만에 하나 실수를 하더라도, 홈쇼핑 회사가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지금은 1인 기업으로 제가 직접 상품의 기획, 제안까지 담당하다 보니 책임이 막중해졌습니다. 책임감이 커졌기 때문에 더 집중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크지만, 결과에 대해 제가 받는 혜택도 더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홈쇼핑 분야에서 프런티어이신데, 프런티어로서의 소회가 있으실 텐데요?
재밌는 일화지만, 제가 대학교 때 참여했던 영어 서클(동아리)의 이름이 ‘프런티어(FRONTIER)’ 였어요. 어떻게 보면 운명 같은 것인데, 타고나기를 그런 성향을 가지고 태어나서 아마 제가 다른 분야의 일을 했어도 프런티어였을 것 같아요. 저는 호기심이 많아 새로 시도하는 것에 대
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자존감, 저에 대한 믿음이 많아 남에게 의지하거나 물어보는 것도 없어요. 대학 입학 때까지는 대학교, 학과 등 부모님의 선택에 따랐는데 대학에 입학해 보니, 부모님께서 선택해 주신 여대도, 전공과목도 저와 맞지 않더라고요. 그걸 1학년 4월에 깨닫고 나서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판단하에 독자적으로 행동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전공으로 전혀 다른 과를 선택하고, 제가 방송분야에 관심이 많아 그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볼 때도 부모님께 첫 시험을 빼고는 한 번도 말씀드린 적이 없어요. 직장에 들어가서도 이직할 때 다른 누구와 상담한 적이 없습니다. 그게 부모님이 보시기에는 무모해 보이셨겠지만, 그런 부분에 제가 독립적인 성격이 있어요. 프런티어라는 것이 무슨 개척했다는 의미보다는 ‘호기심이 많았다’는 의미인 것 같고요. 제가 젊었을 때는 오히려 뭘 잘 몰랐기 때문에 제가 무조건 열심히 하는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쇼호스트 또한 제가 알고 지원한 분야는 아니에요. 일반 지상파 아나운서 시험에 계속 떨어졌는데, 친구들은 전부 아나운서가 되니 미련이 남았고, 그래서 계속 방송 쪽에 기웃기웃 거리다가 홈쇼핑 공채가 났을 때 ‘잘 알지 못하지만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무모함과 자신감으로 도전했던 것이, 바로 프런티어로서의 도전 정신과 맞아떨어졌습니다.

또한 제가 회사를 다니다가 프리랜서 선언을 하였을 때, 처음엔 아무도 받아주지를 않았어요. 그때 제가 아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회사에 안주를 했을 텐데, 당시 일단 육아를 해야 하니, 프리랜서가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회사를 옮길 때마다 3~4개월씩 쉬었던 시간이 많습니다. 그렇게 쉬면서 제 제안을 받아들인 회사와 같이 일을 하게 된 거죠. 저는 성격상 외로움이란 DNA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머지 후배들은 방송 후, 퇴근 후 회식 등을 통해 동료들과 어울리는데, 저는 애를 키워야 하는 환경이어서 끝나면 집에 오는 식으로 소외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외롭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처음에 제가 프리랜서로 회사와 부딪히면서 오는 갈등은 정말 힘들었죠.

전문직 여성들이 육아와 진로 사이에 많은 고민을 하는데, 그부분에 대한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일단 저는 워낙 자아가 강해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아이와 남편 전에 제가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제가 일을 할 당시에는 대부분의 여자들이, 특히 제가 가정 전공으로 졸업하였기 때문에, 제 동기들은 대부분 결혼이 목표였고, 유일하게 시험을 보러 다니는 사람이 바로 저였습니다. 대학교 때도 저는 ‘자아실현’을 꿈으로 말해올 만큼 일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저를 위해 직장을 선택하였습니다. 특히 그 당시에 워킹 우먼들은 백오피스에서 일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저는 모든 불합리함을 몸소 부딪히면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이 쌍둥이 아이들을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명은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더라도, 한 명은 제가 전담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렇다 보니 회사에 나가서 애가 클 때까지 7~8년 동안은 저녁에 회식 등 사람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습니다. 회사 사람들과 유대감이 있어야 제가 일하면서 실수를 해도 봐줄 텐데, 저는 그런 게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철저히 실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대신 구설수에 오르는 일은 없었죠. 일하고 있는데 애가 다쳐서 응급실에 가야 한다거나 수영장에 간 아이들을 데리러 가야 하는데 일이 늦게 끝나 쌍둥이 아들 둘이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 바닥에서 잠을 자는 상황 등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누구를 위해 일을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도 그만두고 싶은 욕구를 느꼈지만 지나고 보니, 그때 일을 그만두지 않은 것이 정말 잘한 것 같습니다.

그때 후배들이 육아 때문에 일을 많이 그만뒀었는데, 저는 그때 후배들에게 무엇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지에 대하여 물어보았고, 만약 쇼호스트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만둬도 괜찮지만, 애를 키우기 위해 그만둔다고 하면 말렸습니다. 아이들은 금방 크는데, 새로운 직장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고, 그렇게 경력이 단절되었을 때 모든 화살을 과연 자신이 부담할 수 있을까요? 아마 자식에게 “너 때문에 일을 그만뒀는데 네가 이럴 수 있어?”, 남편에게 “당신 때문에 일을 그만뒀는데 당신이 그럴 수 있어?” 이런 식으로 가족들에게 화살을 돌리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일을 그만두는 일이 적성 때문이라면 그만두는 것이 맞지만, 그게 육아 때문이라면 저는 이겨내자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한 번은 방송을 하는 아침에 오기로 한 육아도우미가 방송 1시간 전에 그만두겠다고 하여, 급하게 친정 어머님을 부른 적도 있어요. 그런데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맞아요. 모든 부분에 있어서 100%는 될 수가 없으므로, 저는 육아와 일이 49대 51이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가족은 친족이지만, 회사는 이익단체이기 때문에 저의 육아 문제로 일을 소홀히 한다는 것은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고, 회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아요. 물론 그 의미가 육아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당연 아니고요. 그리고 제가 쌍둥이 아들을 키워보니, 아이들이 각자 타고난 DNA가 그 차이를 만들어요. 저는 쌍둥이를 아주 똑같은 환경에서 키웠는데, 그 둘이 예민함, 성격 등 모든 것이 전부 달라요. 아마 제가 일을 안 하고 육아를 했더라도 지금 상황이 달라졌을 것 같지 않습니다.

결국 영원히 일을 안 할 생각이라면 모르지만, 그래서 아이나 남편에게 포기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를 바랄 것이 아니라면 모르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저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 외의 나머지 것들을 전부 포기했어요. 방송을 빼고는 전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데에 온 시간을 투입하였습니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갔고요. 지나고 나서 보니, 그때 제가 일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웠다면 다르게 컸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건 오직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일 뿐이고, 워킹우먼으로 살아가는 이상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부분은 있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 또한 쇼호스트처럼 타인을 설득하는 직업인데, 타인을 설득하는 팁을 주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설득을 하려고 하면 설득을 당하지 않아요. 제가 후배들에게 종종 하는 이야기가 ‘물건을 판매하려는 순간부터 물건은 팔리지 않는다’라고 해요. 설득하려는 순간, 상대방에게 그 설득하려는 의지가 눈에 보이거든요. 사람의 심리는 설득을 당한다는 걸 느끼는 순간 설득 당하지 않기 위해 자기 스스로 보호막을 쳐요. 그래서 설득을 한다기보다는 제일 중요한 것은 설득을 하려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다가가 마음을 여는 것이에요. 아주 쉬운 예로 의뢰인에게 수임을 원할 때 나를 홍보하고, 나의 능력을 언급하는 것보다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맡겨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신뢰를 주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서 변호사가 실력이 2% 모자란 것처럼 보여도 믿음이 있으면 맡기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설득은 신뢰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자식에게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보다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 ‘엄마가 나를 믿어주는구나’ 하는 마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설득이 되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 대한 나의 믿음을 주고, 그 사람이 나를 믿게 만드는 것, 그게 신뢰이고, 신뢰를 만드는 것은 솔직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함, 정직함이 설득의 주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질문이 말의 내용이라면, 말을 하는 외적인 부분, 즉 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어떤 외적인 노력이 필요할까요?
상대방을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는 말의 강약이 있어야 돼요.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조금 천천히, 저음으로 이야기하고요. 말을 하면서 PAUSE(포즈)가 있어야 하는데, 말을 하다가 갑자기 끊기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하면서 상대방의 다음 말에 집중하게 되거든요. 속도와 PAUSE 등의 스킬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고음보다는 저음으로, 빠르게보다는 느리게, 그리고 의도적인 PAUSE 이렇게 3가지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미지적인 측면에서는 나보다는 강한 상대에게 보통 믿음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색채적인 측면에서 보다 진중하거나 강렬한 색상을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팁입니다. 또한 표준어를 쓰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제스쳐 중에서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할 때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는 것, 그리고 눈움직임이 많지 않은 것, 만약에 눈움직임이 많다면 안경을 쓰는 것이 좋고요. 손동작은 크지 않은 것이 좋지만, 중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후배들이 제가 하는 걸 보고 많이 따라오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지금 하는 일은 여러 홈쇼핑 회사에서 방송을 하는 것인데, 이게 다른 프리랜서 쇼호스트들은 쉽지 않거든요. 모바일, 유통 채널 등이 굉장히 다양화되었기 때문에 홈쇼핑 분야가 예전 같지 않아서 그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 홈쇼핑들은 전부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그게 결국 쇼호스트들의 높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에요. 현재 제 출연료는 홈쇼핑 방송에서 주지 않고 업체에서 주는 방식으로 외주 제작이에요. 제가 하는 일은 홈쇼핑에서 제공하는 부분도 있고, 외주 제작하는 부분도 있지만, 향후 5년 내에 완벽한 외주 제작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추후에는 홈쇼핑 방송에서 공간 내지 채널만 빌려주고, 홈쇼핑 방송이 수수료로만 영업을 하는 방식으로 많이 변화할 거예요. 그걸 바로 시작하는 단계가 ‘유난희 쇼’가 하는 일이고, 그게 보다 구체화되어 100% 외주가 된다면 그 모든 것을 다 하는 1인 기업 회사를 차리는 것이 제가 계획하는 일입니다. PD도 제가 데려가고, 쇼호스트 또한 양성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되면 결국 제가 홈쇼핑 회사를 하나 차리는 것이 되겠네요(웃음).

● 인터뷰/정리 : 정지원 본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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