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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 안에서의 함정들

“변호사님, 저 변호사님 선임하고 싶은데 접견 좀 와 주세요..”
구치소에 구금되어 있는 의뢰인의 형사사건을 맡아 구치소 접견을 2~3회 했을 때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약 10명의 수용자들이 전부 나를 선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때마침 내가 맡고 있던 형사사건에서 무죄주장하던 부분에 대해 검찰의 공소장변경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내 실력이 구치소에 소문이 났구나.’라고 생각하며 마냥 기뻐했다. ‘개업을 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대박이 났구나.’ 하는 생각에 설레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행복한 대박의 꿈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이것이 구치소 초짜 변호사들이 많이 겪는 구치소 안에서의 함정 중 하나였음을 깨달았다. 연락 중 절반은 나에게 매월 200만 원에 주 2~3회 접견을 해 주는 소위 집사변호사를 해 달라는 제안이었다. 그리고 다른 일부는 사건을 맡길 것처럼 시늉만 하다 결국 선임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선임할 것처럼 변호사를 불러서 접견으로 휴식을 취하려는 자들이었다. 주로 젊은 여성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이런 접견피싱을 하고 있었는데 어찌나 연기들도 잘하는지 속지 않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구치소 안에서의 함정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선임을 한 수용자들이 파놓은 다른 여러 함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는 한 수용자가 나에게 우표를 전달해 달라고 했다. 우표는 구치소 내 반입이 가능한 물품이라 와이프가 본인에게 넣어줄 수 있는데 일을 하느라 바빠서 우표 전달이 오래 걸리니 내게 접견을 오면서 전달해 달라는 것이었다. 의뢰인에 대한 친절을 중요한 덕목으로 삼고 있는 나에게 이런 부탁은 불법적인 것이 아닌 이상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구치소 내에서 우표가 현금처럼 거래되고 있어서 영치금을 초과하여 보유하고자 위와 같은 일을 부탁한 것이었고, 이는 명백히 불법적인 것이었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수용자의 위법행위에 가담할 뻔했다. 나의 직업은 변호사이기 때문에 법을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도 않을 텐데 ‘정말 큰일 날 뻔했구나’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이후에도 불법적으로 물품을 전달해 달라는 요청은 정말 많았다. 볼펜이나 스티커, 편지지 등을 전달해 달라고 조르는 것은 애교에 속했다. 눈이 안 보인다며 안경 전달을 요청한 사람도 있고, 예민한 피부라 특정 제품만 사용해야 한다며 화장품을 넣어 달라고 애원하던 사람도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이런 물품 안에 변호사 모르게 마약을 숨겨서 전달받기도 한다고 한다. 수용자의 사정이 안타까워서 이런 불법행위에 협조하다가 졸지에 마약 전달책이 될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구치소 안의 함정은 종류가 다양하다. 구치소 안에서는 다른 수용자에 대해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일이 생각보다 흔한데, 이때 기망행위나 돈 전달에 변호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간혹 마약 공적을 사고파는 일에 변호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범행에 변호사를 이용하는 다양한 수법들이 있지만 대체로 수용자가 돈을 어떤 계좌에 전달해 달라고 하거나 다른 수용자의 영치금으로 넣어 달라는 일에 협조를 하지 않으면 위와 같은 함정을 피할 수 있다.

수임료를 떼이는 일도 종종 있었다. 수용자가 수임료 중 일부를 지급한 후 “나머지 수임료는 사정상 공판 전날에 입금할 수 있는데 반드시 입금할 것이니 우선 변호인의견서 준비를 해 달라”고 하여 믿고 변호인의견서를 제출해 주었는데 입금이 되지 않는 경우, 그렇다고 재판 당일 사임을 하면 국선변호인도 제대로 선임되지 않은 채로 재판을 받아야 하니 그게 걱정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재판에 출석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어떤 수용자는 계약서만 보면 지긋지긋하다면서 약정서는 쓰고 싶지 않다고 하여 약정서 없이 구두로만 약정하고 수임료 550만 원에 일을 진행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자 변호사 선임료는 100만 원이었고 나머지는 합의금으로 사용하라고 주었으나 합의가 되지 않았으니 돌려 달라면서 우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제는 나도 구치소를 오래 겪다 보니 그것이 신종 함정일지라도 잘 속지 않는다. 그동안 나는 사람을 잘 믿는 성격 탓에 나만 이런 일을 겪은 것은 아닐까 하는 부끄러운 마음에 구치소 애송이 시절의 일들을 잘 공유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접견피싱’을 주의하라는 변협의 전체 메일을 보며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변호사들이 있다는 점을 알았고, 앞으로 이런 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변호사들끼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나도 겪어보지 못한 함정들이 더 많이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내가 겪은 몇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함정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주영글 변호사
●법률사무소 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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