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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투자사업에 있어서 실시계획승인의 법적성질서울고등법원 2018. 2. 8. 선고 2017누53950 채무부존재확인의소 판결

01 사안과 쟁점

본 사건은 민간투자사업을 진행하는 사업시행법인이 인천광역시 학교교육청과 20개교 증축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소위 BTL)을 진행하면서 명시적으로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 사이에 내진설계시공의무를 명하지 않은 모호한 내용으로 질의응답과 실시협약을 체결하였고 이후 내진설계가 반영되지 않는 실시설계 도서를 반영하여 실시계획을 신청하고 이를 주무관청이 승인하여 공사를 완료한 상황에서, 본 사안의 주요 쟁점은 주무관청이 이 사건 실시협약의 해석론에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내진보강공사실시의무와 달리 이 사건 각 기존 건물에 관하여 내진설계를 반영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이 사건 실시계획을 승인하였다는 사정으로 협약당사자인 사업시행자의 주무관청에 대한 내진설계시공의무가 이 사건 실시협약이 아닌 이 사건 실시계획에 의하여 변경 확정되어 의무가 면제되는지 여부이다.

02 판결 요지

본 사건에서 민간투자사업법인은 주무관청이 속한 지방자치단체인 인천광역시를 상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인천지방법원 행정부에 제기하였다.
제1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기존건물에 관한 내진보강공사의무 존부에 관한 확인과 관련하여 원고는 구건축구조설계기준 0306.1.1.에 따라 전체 구조물에 대하여 신축구조물에 대한 지진하중 규정을 만족하도록 설계 및 시공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바, 이 사건 시행협약과 관계 법령에 의하면 원고에게는 이 사건 각 기존건물에 관한 내진보강공사를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볼 여지가 많지만, 이 사건 사업에 관한 권리의무의 확정기준은 실시계획인바 실시계획승인처분의 취소 없이 이 사건 실시계획과 배치되는 이 사건 실시협약에 의한 이 사건 기존건물에 관한 내진보강의무를 구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원고 청구를 인용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7. 5. 11. 선고 2015구합53927 판결).

그러나 대상판결에서는 “주무관청이 이 사건 실시협약과 달리 이 사건 각 기존건물에 관하여 내진설계를 반영하지 아니하는 내용의 이 사건 실시계획을 승인하였다는 사정으로 협약당사자인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의무가 이 사건 시행협약이 아닌 이 사건 실시계획에 의하여 확정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시하면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각 기존건물에 관한 내진보강공사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결국 피고의 항소를인용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03 판례 평석

현행 민간투자사업은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에 근거하여 행하는 국가계약법 등 재정사업과 대별되는 것으로서 일방을 민간사업자로 하고 타방을 행정청으로 실시협약을 체결한다는 점에서 그 본질은 전형적인 ‘공법상 계약’이다. 즉 현행 민간투자법령에 의하여 설립되는 사업시행법인은 특수목적법인으로서 공역무의 수행을 위한 ‘공무수탁사인’의 성질을 가진다. 즉 민간투자사업시행자는 민간투자법상 공행정권을 발동할 권리, 예컨대, 수의계약체결권, 국·공유재산 무상 사용·수익권, 사업구역 내 토지무상사용권, 사용수익의 허가 또는 대부권, 토지 사용 및 수용권 등의 권한을 가지는데 이들의 권리는 공행정주체의 지위로서의 근거가 된다.

민간투자법상 사업시행법인은 주무관청과의 공법상 계약인 실시협약을 통하여 사업시행자로 지정되고 권한을 부여받게 되는데, 실시협약은 사업시행자에 대해 특정 기간 동안 공공사업의 시공, 운영에 대한 권리, 일정한 조건하에서 사용료 징수권한과 사업시행자가 해당 공공사업을 시공·운영·관리할 때 지켜야 할 이행기준, 공공사업 관련 위험에 대한 정부와 사업시행자간의 분담문제, 정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사항, 정부의 감독기능, 공공사업기간 중 우발적 사건 발생 등 그 내용의 면에서 당해 사업의 이행과 관련된 주무관청과 사업시행자 간의 권리의무를 정하는 기본계약서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민간투자사업법인과 주무관청 사이에 실시협약의 내용에 대한 권리의무의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서의 권리의무의 존부가 문제되므로 이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된다.

문제는 비교법적으로 볼 때 일본법과 달리 현행 우리나라 민간투자법은 실시협약 이외에도 ‘실시계획승인’이라는 별도의 절차를 두고 있다. 실시계획승인은 ‘설권적 인가처분’으로 해석되므로 사업시행법인에게 공법적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재량처분’의 성질을 갖는다고 해석된다. 현행 민간투자법상 실시협약 체결 후 1년 내에 사업시행자는 주무관청에 실시계획을 수립하여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 즉 사업시행예정자가 실시협약 체결을 통하여 사업시행자로서 공행정주체로서의 공법상 권리를 부여받게 되지만. 사업시행자 지정만으로는 착공이나 토지수용 등 일체의 공권력의 행사는 불가능하고 민간투자법상 실시계획승인 고시가 있어야만 비로
소 모든 권한의 행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다른 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민간투자사업에 있어서도 사업참여자가 제출하는 도서는 기본설계 중심의 사업계획서와 도면과 부속서류를 가지고 평가 및 협상대상자 지정을 하기 때문에 실시계획이라는 절차를 두어 양 당사자 간의 모든 권리의무를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단계를 가지므로, 민간투자법상의 강행규정에 반한다는 등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시협약과 달리 실시계획승인이 이루어졌다면 그 권리의무의 확정기준은 실시협약이 아니라 실시계획 승인이 기준이 된다고 볼 것이다. 그 논거는 민간투자법상 실시계획승인 내용이 준공 및 관리운영의 기준이 된다는 점, 사업시행자가 실시계획승인을 받아야만 공법상의 권리의 행사가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는 점, 실시협약이 선행절차이고 실시계획이 후행절차라는 점, 실시계획승인은 강학상 설권적 인가처분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판례에 의할 때 선행단계의 하자를 이유로 함부로 실시계획의 하자를 볼 수 없는 점, 실시계획승인처분이 취소되지 아니하는 한 공정력에 의하여 이를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민간투자법상 실시협약과 실시계획이 충돌하거나 변경된 경우에는 실시계획승인 내용이 실시협약에 우선하여 당사자의 권리의무의 기준이 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제1심판결의 결론이 타당하다고 볼 것이다.

참고로 본 사건에서 원고가 상고한 데 대하여 대법원은 심리불속행기각판결을 하였는바(대법원 2018. 6. 28.자 2018두39492 판결) 본 사안의 중요성과 그 법리적인 측면을 고려하였을 때 대법원이 본 사안의 쟁점에 대하여 이유를 분명히 설시하였어야만 한다.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는 상고심의 의무를 저버리고 결과적으로 재판에 대한 불신을 통해 사법의 운영에 심각한 장애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바이다.

윤성철 변호사
●법무법인 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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