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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

저 검은 봉지에 뭐가 들어 있을까 삐죽삐죽 볼록한데
설마?

아마 팔 다리
돋기 이전부터 그 모양
나는 훔치고 부수고 때리고 모든 내게 불 질러서
활활 타올랐다
밤나무 숲
플라스틱 타는 냄새
그때 마신 유해가스가 한아름
심부름 가던 재료상회에서
두부 한 모 주세요 모기버섯도 주세요 했지만
나는 목이버섯을 모르고

포자 속을 헤맸다
중국집 딸의 어리둥절
그런 것도 마음을 구성하는 일부인가
먼지, 가스
포자처럼 우주에 퍼지는
별의 씨앗

텐트를 사면 사은품으로 주던 쌍안경
흐린 초점 맞추며 생각했다
저기에선 어떤 눈물이 팡 터질까

이곳에선 울면 재수없어
두부살 두부살 놀림 받습니다

언젠가
나에게서 출소한 날을 기념하자
생두분 싫으니 마파두부로다가…

검은 봉지에서 부스럭
별명은 두부살
나는 자주 마음 박살나고 눈물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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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성(超新星)은 새로운 별이란 이름을 갖고 있지만 오히려 생의 막바지에 이른 별이다. 최후의 폭발 에너지로 아주 밝은 빛을 내는 것. 아이러니하고 애틋한 녀석이다.
어릴 적 나는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남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게 사실인데, 그런 특성을 아무한테도 존중받지 못했다. 잘 우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놀림거리였으며, 부모님들조차 그런 점을 흠으로 삼았다. 별명은 두부살이었다. 건드리면 운다고 해서이다.
부모님은 종업원 없이 둘이서 중국요리집을 운영했다. 바쁠 때엔, 유치원생이었던 나도 심부름을 가야 했다. 주로 목이버섯이나 두부처럼, 항시 구비해둘 수 없는 것들을 사왔다. 감수성이 풍부한데다가, 주위도 산만한 아이가 가져온 두부는 자주 부서져 있었지만, 중국요리에 들어가는 두부는 다행히 모양을 그대로 살릴 필요가 없었다.
사람에게 허용된 부주의와 눈물이 있다. 그 선이 어디까지인지 헛갈려 하며 어른이 되었다. 지금도 종종 헛갈린다. 그런 어리둥절 사이에서 부서지는 건 두부가 아니라 마음, 팡 터지는 건 초신성 같은 눈물이다.
첫 시집의 시인의 말에 이런 글을 썼다.
‘주장: 눈물이 많은 건 인정. 그러나 가려서 움.’
아직도 눈물이 많지만, 가려서 운다는 것 정도로 나는 세상과 타협했고 그럭저럭 적응해서 살고 있다. 이제 두부살이라고 불리지 않고 오히려 강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는다. 새로 태어난 별이란 뜻과 반대로 최후의 별인 초신성처럼, 나는 부서지지 않는 두부. 나 또한 아이러니한 녀석이다.

많은 사람이 상반된 특성을 품고 살고 있을 것이다. 때론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억누르기도 하고, 반대로 없는 것들을 있는 척하며 지낼 터이다. 그런 점이 쓸쓸함이 탄생하는 지점이 아닐까.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런 쓸쓸함까지 짐작하는 것인지, 아님 그런것을 미루어보지 않고 보이는 자체로 이해하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그러하다.
그러나 ‘시인의 마음’은 자주 팡 터지고 산산조각 나기도 하는 것. 다만 폭발 잔해 속 가스로, 새로운 별이 태어나리란 일말의 가능성을 갖고 살아간다.
다행히 눈물이 많은 게 흠이 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런 어른이 되었다. 신난다. 울음이 허락되니 오히려 울지 않는 밤들이다. 그리고 이제 나를 위해 우는 날들보다 남을 위해 우는 날들이 많다.
현재 나는 추모에 대한 시를 많이 쓰는 편인데, 다소 해맑은 ‘초신성’이란 시에도 그런 마음이 담겨 있다. 초신성은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 별이고, 나는 영영 유년과 이별하여 가깝고도 먼 죽음으로 향한다. 쓸쓸한 어른은 이제 장례식에 가서 두 번 반 절을 할 줄 안다.
그러나 그런 예절과 형식보다도 죽음을 마주한 나는 늘 뼈저리게 눈물 흘린다. 어떤 언어와 격식을 뛰어넘는 눈물과, 자주 슬퍼지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겨먹은 별임을 의식한다.
당신이 당신으로 있을 수 있도록 대신 울어주거나 같이 울어줄 사람, 그게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이다. 모든 시에 다정한 어깨가 존재한다면, 당신은 언제든 팡 눈물을 터뜨려도 좋을 것이다.

권민경 시인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베개는 얼마나 많은 꿈을견뎌냈나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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