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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셰프 좋은 사람, 레이먼 킴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레이먼 킴입니다. 이렇게 변호사님들이 보신다는 회보에 인터뷰도 하게 되고 기분이 새롭네요.

아내이신 김지우 씨 SNS를 보니 아이가 너무 예쁘던데요.
아, 너무 예뻐요. 딸이 최고예요. 아들만 있으신 분들 꼭 딸을 하나 낳으십시오!(일동 웃음).

“냉장고를 부탁해” 를 벌써 3년째 하고 계신데, 꾸준히 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요?
중간에 해외를 나갔다 오기도 해서 꽉 채운 것도 아니고 초반 멤버도 아니긴 하지만 조금 오래됐네요. 사실 쿡방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직업을 희화화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시작한 이상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제가 방송 체질도 아니고. 프로그램이라고는 사실 하나만 하고 있는데 벅찬 프로그램이죠.

변호사에 대한 평소 이미지는 어떠신가요?
무서워요(일동 웃음). 제가 아는 변호사가 친구나 가족도 있지만 제가 일반인으로서 변호사에 대해 막연히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고 한다면 솔직히 어려운 느낌이죠.
뭔가 좋은 일로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제가 모르는 부분을 알고 계신 분들이니까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전문가들이 사회에서 정말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계약할 일도 많고. 전문지식이라는 것은 사회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죠. 변호사들이야말로 최전선에서 달려나가시는 분들이고. 사실 저희 아버지도 법대를 나오셨어요. 법률가가 되지는 않으셨지만, 아버지가 늘 말씀하셨죠. “법은 철학인데, 잣대를 사람에 둬서는 안되고 철학에 둬야 하는 거 아니겠냐”라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셰프님의 다른 인터뷰들을 보면 “파일럿이 되려다 셰프가 됐다. 파일럿이 된다면 행복할 수 없을 것 같다”고도 하셨는데요, 셰프의 삶에서 행복은 뭔가요?
이제 제가 셰프를 한 지도 23년이 되어가는데 한 10년 정도 할 때는 별 마음의 변화가 없었다가 결혼을 하고 딸이 생기면서 행복을 깨달았어요. 사실 제가 정말 이기적이었거든요.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요리를 하게 된 거고. 파일럿이 됐더라면 혹시 모르죠. 행복했을 지도. 근데 사실 능력이 안 돼서 못한 거예요. 요리라는 게 건강한 몸과 참을성만 있으면 할 수는 있어요. 조금만 똑똑했으면 안 했을 수 있죠(웃음). 돌이켜보면 처음 10년은 뭔가 올라가는 단계를 밟으면서 나름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고 나니 이게 진짜더라고요.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여서 이게 진짜 행복이구나 싶어요. 셰프이건 아니건, 직업이 문제가 아니었던 거죠.

아내 사랑이 남다르세요.
착하죠. 사랑스럽고. 저 때문에 고생도 많고. 아내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몇 년간 방송을 못했어요. 요즘에 뮤지컬도 시작하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참 미안한 마음이 커요. 제가 그래서 아이 돌보고 하는 걸 많이 도와주려고 이런 저런 계획들을 세우고 있어요. 아이가 이제 꽤 컸는데 그동안 너무 못 도와줬어요.

셰프님이 해주는 요리 중에 아이가 뭘 가장 좋아하나요?
파스타를 제일 좋아하고, 짜장면을 해 줘도 좋아해요. 의외로 집에서 요리를 잘 안해요.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엄마 음식을 더 좋아해요. 아내도 제 음식을 별로 안 좋아해요(웃음). 그리고 제 지론이긴 한데 아이한테 뭘 먹어라 마라 강요하면 안 돼요. 절대로.

아내분이 셰프님 요리를 안 좋아하신다고요?
아무래도 가족들을 위해서 요리를 하게 되면 너무 힘을 주게 되더라고요. 그냥 치킨이 먹고 싶은 건데 막 오븐에 넣어서 굽고 있고, 배달한 피자가 먹고 싶은 날도 있는데 제가 기다리라고 하면서 반죽하고 있고. 부담스럽겠죠.

요리 외의 취미는 없으신가요?
없어요. 정말 많이 찾아봤거든요. 아내랑 탭댄스도 했었는데 다리도 너무 아프고. 아내보다 못하는 건 안 하고 싶고(웃음). 키덜트이기도 해서 이것저것 수집도 했었는데 귀찮아지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사러 다니고 모으고 이런 것도 귀찮고 인터넷만 습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고나 할까. 좋아서가 아니라 습관이 되니 싫어져서 그것도 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리는 일이라기보다 진짜 취미예요. 여전히 너무 좋아요.

 인터뷰를 보면 성실함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이랄까 철학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사실 저는 배운 게 없고, 남다른 뭐도 없어요. 그저 열심히 할 수밖에요. 실력보다는 일단 성실함이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수천 명의 요리사를 봤지만 천재적인 사람은 한두 명 밖에 없었거든요. 요즘 세상은 자꾸 튀고, 반짝이는 것들만 찾는 분위기죠. 저는 물론 레드오션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해요. 최고가 되어야 하기도 하니까. 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불안하죠. 빨리 뭐든지 얻고 싶어서 성실함에 대한 가치를 강조하기도 조심스러워요. 저한테도 요리를 좀 배우고 싶다고 많이들 찾아오는데 바라보고 있으면 안타까울 뿐이죠.

셰프님의 인생 음식은 뭘까요?
어머니가 해 주신 곱창전골이요. 캐나다로 이민 가기 전에 어머니가 해 주시던 곱창전골이 너무 맛있었어요. 지금도 생각나서 어머니한테 해 달라고도 하고, 제가 기억을 더듬어서 해 보기도 하는데 절대 그 맛이 안 나요. 재료도 그렇고 다 달라져서 그렇겠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님도 그렇고 온 가족이 웃으면서 먹었던 저녁식사 풍경 속의 곱창전골, 그 모든 게 그리운 것 같아요. 그런데 아버님은 곱창전골은 안 드시고 꿋꿋하게 생선만 드셨어요(웃음).

앞으로의 꿈 혹은 목표라면?
그냥 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좋은 아빠, 좋은 남편, 좋은 셰프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 먼저 되어야죠. 이기적이었던 예전을 생각하면 더욱 노력해야 될 것 같습니다. 이연복 셰프님에 비하면 그분 경력의 절반 정도 해 왔는데, 정말 존경하는 분이라서 그렇게 되고 싶은 마음도 있죠. 아, 그리고 딸에게도 정말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 인터뷰/정리 : 장희진 본보 편집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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