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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병원의 진료비청구와 책임제한대법원 2015. 11. 27. 선고 2011다28939 판결

01 사안

피고 병원의 의료진이 경추부 신경근 차단술을 시행하면서 원고의 신경근동맥을 바늘이나 조영제 등으로 지나치게 압박, 자극하여 동맥 수축이나 동맥 경련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발생한 척수경색으로 위 원고에게 사지마비 등의 장애를 입게 하였다고 추정되는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 사건인데, 원심은,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시술 전에도 경추 제5-6번, 제6-7번 추간판부분탈출증, 퇴행성 관절로 인한 척추공간협착 등을 보이고 있었던 점, 척추신경근 차단술의 경우 드물기는 하나 신경근동맥 자극 등으로 불가피하게 척수경색이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그 책임을 모두 의료진에게만 돌릴 수 없는 점, 피고 병원이 이 사건 수술 후 현재까지 경추 제3번 이하의 모든 운동신경과 감각이 소실된 완전사지마비 상태에 있는 원고를 사고 이후 현재까지 5년 여간 치료하여 왔고, 사고일부터 2009. 6. 24.까지의 진료비 총액이 966,020,390원, 그중 환자 부담 총액이 726,550,028원에 이르는 점을 참작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하였다.

02 판결 요지

의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탓으로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게 손상되었고, 또 손상 이후에는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되어 온 것 뿐이라면 의사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에 불과하여 병원 측으로서는 환자에 대하여 수술비와 치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는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피해자 측의 귀책사유가 없는데도 공평의 원칙상 피해자의 체질적 소인이나 질병과 수술 등 치료의 위험도 등을 고려하여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03 평석

가. 치료비 청구권
1) 치료비의 의의 및 종류

치료비는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에서는 적극적 손해의 하나로서, 진찰료, 수술료, 처치료, 처방료, 약제료, 입원료 등 치료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이 포함되고, 다른 한편 의료계약에 따른 의료인의 채권적청구권으로서는 진료비로서 그 내용은 동일하다. 진료비로서의 치료비는 민법 제163조 제2호에서 단기 소멸시효의 대상이고, 그 지급 시기는 진료 종료 시로서, 달리 특약이나 일반 관행이 있으면 이에 따른다.

2) 법적 성격
흔히 의사의 진료채무는 결과채무가 아니라 수단채무로서 당시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 조치를 다하면 비록 질병이 치료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환자는 진료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 한다. 이는 질병이 치료되지 않아 그 후유증이 남아 이에 대한 진료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후유증에 의사의 과실이 없는 한 동일하다.
민법상 의료계약의 법적 성질은 기본적으로는 위임계약이나 경우에 따라 도급이나 고용의 성질도 가지는 혼합계약이라고 할 수 있다. 병원진료계약이 아닌 입원계약은 진료뿐만 아니라 입원에 따른 일체의 포괄적 채무를 부담하여 임대차나 매매의 성격까지 혼합되어 있다. 독일법은 의료계약을 독자적인 고용계약으로 본다.

나. 의료과실과 치료비
1)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의사의 의료과오에 의한 법적 책임은 민사상으로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형사상으로는 업무상과실치사상의 범죄가 된다. 의사를 고용한 종합병원 등 의료법인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을 지게 되나, 그 면책 사유는 실무상 거의 인정되지 않는다. 의료과실에 따른 손해배상은 이론상으로는 채무불이행과 불법행위의 경합이 가능하지만 실무상은 거의 불법행위법리에 따라 해결하고 있고, 귀책사유의 증명책임이나 시효 등 이론상의 차이가 거의 현실화되지 않는다.

2) 후유증 등의 치료비와 손해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치료비는 원래의 진료계약상의 진료비 이외에 피해자의 후유증세 등의 치료에 따르는 치료비의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의사가 위와 같은 원래의 수단채무로서의 진료의무를 다하지 않아 의료과실에 의한 사고가 발생 한 경우에는 진료계약상의 그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된다. 1)
다음으로 의료과실에 의한 후유증세 등의 치료를 위한 비용은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내용이 된다.
즉 의사가 진료상의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오히려 환자의 신체기능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손상되었고 그 후유증세를 치료하는 경우, 의사의 그 치료행위는 원래의 진료채무의 본래의 내용이 아니고 불완전이행 등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전보를 위한 것일 뿐이다.

3) 가해병원의 치료비 청구
따라서 의료사고의 가해자인 의사나 병원은 후유증세 등을 위한 치료비를 피해자인 환자에게 청구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는 스스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한 자가 그 손해 전보를 하였다 하여 이를 피해자에게 청구할 수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법리이다(대법원 1993. 7. 27. 선고 92다15031 판결, 대법원 2005. 6. 9. 선고 2005다13028 판결 등).

이에 반해 이를 인정하는 일부 판결이 있으나 마땅히 폐기, 변경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판결은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가해병원의 진료비 청구의 형태가 아니라 피해자가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안이거나2), 피해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일부 상계를 인정하는 사안이다.

다. 책임제한과 가해병원의 치료비청구
1) 치료비 청구의 주체와 형태

의료과실로 인한 후유증세 등의 치료에 따른 치료비를 청구하는 주체에 따라, 가해병원이 아닌 제3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피해자가 이를 배상 청구하는 경우와 가해병원에서 계속 치료를 받은 경우 가해병원이 진료비 형태로 청구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어느 경우나 가해병원이 그 치료비를 피해자인 환자의 부담으로 할 수 없으므로 당연히 피해자의 배상 청구를 인정하거나 가해병원의 청구를 기각(상계 주장의 배척)하게 된다.

2) 책임제한의 개입
위와 같은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도 그 치료비의 손해가 손해배상의 성립에서의 상당인과관계,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의 손익상계, 과실상계의 조정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민법 제765조의 경감 청구가 아닌 책임제한의 법리로 다시금 손해액을 직권으로 감액하는 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인가가 문제이다.

책임제한의 법리는 공평의 이념이나 현저히 형평에 반하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한 것으로 제한적으로 인정해야 할 것이나, 피해자가 적극적 손해로서 그 배상을 청구하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가해병원 자신이 손해 전보의 일환으로 스스로 치료한 피해 환자의 후유증 등의 치료비를 피해자 본인에게 청구하는 경우에는 결코 인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스스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를 한 자가 그 손해 전보를 하였다 하여 이를 피해자에게 청구할 수 없음은 자연법적 정의이다.

04 결론

의료과오소송에서 가해병원의 원래 계약상의 진료비나 후유증세의 치료에 따른 진료비를 피해자인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곤란하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청구하는 경우가 아니므로 민법 제765조에 의한 경감 청구도 인정될 수 없다.

더구나 의료과오소송에서 책임제한의 법리는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는 것인데, 의료과실을 저지른 가해병원의 손해전보에 따른 치료비를 다시 피해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모순이다.
대상 판결은 의료과오소송의 경우 후유증세의 치료의 법적 성격과 ‘책임제한’의 법리의 적용 한계를 명백히 한 점에서 하급심의 무분별한 책임제한에 경종을 울린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대상 판결의 결론에 적극 찬성한다.

장재형 변호사
●법무법인 아시아 /
인하대 로스쿨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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