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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피고인이 되고 싶다

유중원 작가는 원래 국제거래를 주로 담당하는 변호사였고 그 분야에서 많은 법학전문 저서와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아주 뒤늦게 작가로 변신하여 벌써 열두 권의 소설집을 냈다. 그는 스스로를 비판적 리얼리즘과 정확한 언어에 기초한 다양한 법률적 쟁점을 법조인이라는 특수한 세계의 이면에서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사회소설의 일종인 법률소설을 개척한 진정한 원조라고 주장한다.

그는 변호사에서 작가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정서적으로 심한 갈등과 고통을 겪었다고 한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은 필연적으로 법적인 쟁점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작가는 그들 사건이 안고 있는 양가적 측면과 모호성, 복잡성을 소설로 형상화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시대적 배경과 시대의 인물들의 내면에 집중한다. 작가는 자신이 사는 세상을 해석하고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슴없이 현실을 비판하고 권력에 대해 저항한다. 작년에 출간한 장편소설『광화문광장』은 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의 암울한 시대상을 고발하면서 2017년 촛불혁명의 뿌리가 1980년 광주 5·18 사건과 1987년 6·10 항쟁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 소설의 형식상 특징에 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주에 불과할 수 있는 인물들의 그 후 행적과 참고문헌을 주요 등장인물처럼 기능하는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서 본문 중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가 선형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고 원형적이거나 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논픽션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고 역사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소설인「차라리 피고인이 되고 싶다」는 유신체제라는 엄혹한 시대에 일어난 민청학련과 인혁당 사법살인 사건, 우리나라 변론사상 초유의 일인 강신옥 원로변호사님의 변론과 관련한 구속사건을 정리한 것인데, 2차 인혁당 사건이 주된 테마이다. 1975년 4월 8일 대법원에서 8명의 인혁당 관련자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채 하루가 되기도 전인 다음 날 새벽 바로 사형이 집행되었다. 두 번째 소설인「2019 즐거운 사라」는 그 당시 연세대에서 잘 나가던 인기 교수인 마광수 교수가 음란물로 선고된 장편소설『즐거운 사라』를 출판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사건에 관한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는 시대의 침묵에 담긴 목소리와 절규, 외침을 들어야 한다. 그 시절은 아주 오래된 과거가 아니고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거칠고 잔혹하고 야만적이었다. 우리들이 그들 사건을 희미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는 시대의 에피소드 또는 가십거리로 전락하여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그걸 쓰게 되었다.”

이 소설은 진짜와 가짜를 뒤섞으면 가짜보다 더한 가짜가 된다는 당시의 시대상을 잘 표현하고 있다.

윤 경 변호사
●더리드 공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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