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저는 정부법무공단법에 의하여 설립된 정부법무공단에서 조세소송 등을 담당하는 변호사입니다. 정부법무공단은 법에 의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을 위하여 소송이나 법률자문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이러한 제한으로 조세소송의 경우 납세자가 아닌 국가 측만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처음 회보에 공익소송에 대한 글을 게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저는 제가 수행하는 조세소송이 공익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어 선뜻 부탁에 응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보면 정당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하여 국가를 대리하여 조세소송을 수행하는 것도 공익과 관련된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정부 예산은 약 357조 원입니다. 이러한 예산을 지출하기 위하여는 필연적으로 그 재원이 있어야 합니다. 그 재원의 중요한 부분이 바로 조세수입입니다.  2014년 국세의 세입예산은 약 218조 원으로 전망됩니다. 정부 예산은 국방·교육·복지 등 공공재의 성격을 가진 분야에 지출됩니다. 즉, 예산이 사용되는 용도 자체가 공공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정당한 조세를 징수하지 못하면 결국 그 부담이 다른 일반 국민에게 전가되는 결과를 초래(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9두13474 전원합의체 판결)합니다.  그렇다면 국가 지출의 중요한 재원이 되는 조세의 징수를 위하여, 그리고 특정 납세자가 부담하여야 할 세금이 다른 납세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여 조세공평을 실현하는 것도 공익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하에서는 제가 짧은 기간이지만 조세소송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금에 대하여는 현실적으로 납세자의 입장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적인 배경에 기인하여 세금은 재산권에 대한 침해의 일종이며 이는 제한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우리 헌법 제59조도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내용을 두고 있습니다. 납세자에 대하여 국가가 우월한 지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납세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관점이 있기도 합니다. 변호사들의 역할도 주로 납세자 측을 대리하여 조세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또한, 소송을 수행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찾다 보면 논문이나 서적들도 대부분 납세자 보호의 측면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고 국가의 과세권을 옹호하는 입장에 선 것은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세금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국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징수되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의하여 제정된 법률에 의하여 부과 및 징수되고 있습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도 조세법률주의를 기준으로 재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발전으로 국민도 더 이상 국가와 비교하여 일방적으로 열등한 지위에만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 법률 규정의 허점을 이용하여 세금의 납부를 회피하는 사례조차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경우에 법원이 법규정의 형식적인 내용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공평한 조세 부담 문제 등까지 고려하여 판결해 주기를 바라지만 늘 그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다시 법률을 개정하는 방법으로 대처하는 경우를 보게 됩니다. 대표적으로 상속세법에는 포괄주의가 도입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납세자와 국가 간에 국가의 일방적인 우위를 전제하는 태도는 일부분이라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다른 행정소송과 다르게 조세소송은 아직도 필요적 전치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조세부과처분에 대한 전심기관인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대하여 납세자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과세관청은 결정에 기속되어 불복할 수단이 없습니다. 결국, 조세심판원에서 신청인의 청구가 인용되면 법원에서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상실하게 됩니다. 조세심판원은 국무총리실 소속의 행정기관이기는 하지만 국세청과는 분리된 별개의 기관입니다. 행정심판의 존재 근거 중 하나가 위법한 처분을 한 경우 행정청에게 이에 대한 자기 시정의 기회를 준다는 것인데 서로 소속이 다른 기관 간에 위와 같은 논리는 적용되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정당한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경우 결국 이는 다른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국가는 해당 납세자가 아닌 다른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능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세금의 부과가 정당한지 여부에 대하여 조세심판원이 부당하다고 하는 경우에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소송단계에서 보면 국가 측에서는 주로 국세청 소속 공무원들이 소송수행자로 국가를 대리하여 소송을 진행하게 됩니다. 다만, 전형적인 사건이 아니거나, 법률적인 쟁점이 복잡하거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소송인 경우에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합니다. 결과적으로 국가를 대리하는 사건은 어렵고, 중요한 사건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사건을 맡다 보면 제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며 사건을 수행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승소율을 따져도 다른 종류의 사건에 비하여 패소율이 높기도 합니다. 그러나 간혹 치열한 다툼 끝에 승소하여 국가의 재정이 보탬이 되는 경우에는 많은 보람을 느끼기도 합니다. 

국가의 유지를 위하여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우리 헌법에서도 제38조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당장 자신이 세금을 내지 않더라도 이는 결국 누군가에게 전가될 뿐입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납세의무를 피하고자 하면 징세를 위한 사회적인 비용도 증가할 뿐만 아니라 국가 구성원 간에 분열이 발생할 것입니다.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어 제정된 법률이 요구하는 세금의 납부는 국가 구성원으로 마땅히 부담하여야 할 의무로서 준수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상 두서없이 적어 보았습니다. 저의 보잘 것 없는 글을 읽고 세금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문병화 변호사
사법시험 제43회(연수원 3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