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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 없는 정당한 사유로 인한 취득세와 재산세 중과 배제대법원 2017. 11. 29. 선고 2017두56681 판결

01 사안과 쟁점

지방세법은 고급오락장에 해당하는 부동산을 취득한 경우 취득세를 중과하도록 규정하되, 단서 조항에서 취득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고급오락장이 아닌 용도로 사용되거나, 고급오락장이 아닌 용도로 사용하기 위하여 용도변경공사를 착공한 경우에만 취득세 중과세율 적용을 제외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지방세법은 고급오락장용 부동산의 재산세를 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예외사유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 사건 원고는 경매절차에서 과거 나이트클럽으로 사용되던 이 사건 부동산을 스포츠센터로 사용할 목적으로 취득하였고, 일반세율을 적용하여 취득세를 신고 납부하였다. 피고는 그 무렵 현장조사를 실시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유흥주점 영업에 필요한 시설이 갖추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원고가 취득 후 30일 이내에 고급오락장이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하거나 용도변경공사에 착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과세율을 적용한 취득세 및 재산세를 부과하였다.

세법에서 정한 과세요건이 충족되었고, 별도의 예외규정이 없다면, 그 충족된 과세요건에 따라 과세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 및 합법성의 원칙에 부합한다. 이러한 조세법률주의 내지 그에 따라 파생되는 엄격해석의 원칙을 이 사건에 기계적으로 적용한다면, 이 사건 원고가 조세소송에서 승소할 길은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원고는 이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를 면밀히 주장하여 취득세 및 재산세 중과세율 적용이 위법하다고 다투었다. 즉 이 사건에서는 지방세법에 명문으로 규정되지도 아니한 정당한 사유나 특별한 사유를 들어 취득세나 재산세의 중과세율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02 판결 요지

대법원은 먼저, “고급오락장에 대한 취득세 등 중과세 규정의 입법 취지와 단서 규정을 포함한 관련 규정의 체계 등을 종합하면, 고급오락장 취득 전후의 객관적 사정에 비추어 취득자가 취득 후 바로 고급오락장이 아닌 다른 용도로 이용하고자 하였으나 책임질 수 없는 장애로 인하여 취득 후 30일 이내에 용도 변경공사를 착공하지 못하였고, 그러한 장애가 해소되는 즉시 용도변경공사를 착공하려는 의사가 명백한 경우라면, 취득세 중과세율을 적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이와 달리 납세의무자인 취득자와 무관하거나 그에게 책임지울 수 없는 사유로 인하여 단서 규정에서 정한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까지 일률적으로 중과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고급오락장을 중과하는 본래의 입법 취지에 반할 뿐만 아니라 납세의무자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비록 원고가 무도유흥주점으로 사용되던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용도변경공사를 착공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용도변경공사를 착공하지 못한 데에는 원고에게 책임지울 수 없는 장애가 있었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장애가 해소되자마자 곧바로 용도변경공사를 착공하려고 한 이상, 이 사건 부동산의 취득에 대하여는 고급오락장 취득에 따른 취득세 중과세율을 적용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재산세 과세기준일에 용도변경공사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이는 특별한 사정이 존재하므로, 고급오락장용 부동산의 보유에 따른 재산세 중과세율 역시 적용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단하여, 이와 달리한 원심 판결을 취득세 및 재산세의 중과세 대상에 관한 법리오해를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03 평석

세법에서는 객관적인 과세요건이 구비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라는 불확정 개념을 사용하여 과세나 중과세에 대한 일정한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관련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도록 하는 경우이다(국세기본법 제48조 제1항, 지방세기본법 제54조 제1항).

한편 대법원은 행정상 제재처분이 적법한지를 판단함에 있어 법문에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법치행정의 원리에 반하는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당사자에게 그 의무 위반 혹은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그 제재처분을 취소하고 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두6700 판결 등). 그리고 대법원은 과거부터 본질상 행정상 제재로 이해한 세법상 각종 가산세 부과처분의 적법 여부를 따짐에 있어서도, 법문에 명시적으로 ‘정당한 사유’의 예외 규정이 없던 때에도 납세자에게 그 의무 위반 혹은 의무 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산세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하여 왔다.

더 나아가 대법원은 매우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당초 감면된 세액에 대한 사후 추징요건이 충족되어 과세되어야 하는 것이 조세법률주의에 부합함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추징요건을 면할 수 있는 예외적 요건이 충족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아가 법령에 명시적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이 당해 납세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사유에서 비롯되었을 경우에는 추징처분 혹은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여 왔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1두32416 판결, 대법원 2004. 3. 12. 선고 2002두5825 판결 등). 이러한 예외적인 일련의 대법원 판례는 법치주의에 내재된 자기책임원리에 기초하여 납세자에게 너무 가혹한 결과가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여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법원의 결단으로 이해된다. 다만 과연 어떠한 경우에 법령에 규정되지도 않은 ‘정당한 사유’를 인정하여 추징처분 혹은 부과처분을 배제할 수 있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해질 수 없는 것이고, 사안별로 구체적으로 따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부분이 바로 변호사가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다.

본 판결은 과거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추징처분이나 부과처분이 위법하다고 판시한 몇 개의 대법원 판례의 연장선상에서, 외부적 장애사유, 납세자의 진지한 노력의 정도 및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면 취득세 및 재산세 중과 추징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함으로써, 원고에게 너무 가혹한 결과가 내려지는 것을 방지하여 원고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나아가 납세자의 권리 구제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본 판결 이후에도 대법원은 비록 심리불속행 판결이기는 하지만, 납세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조세특례제한법에 근거한 종합소득세 추징처분이 위법하다는 원심 판결을 지지하기도 하였는데(대법원 2018. 10. 12. 자 2018두 47929 판결), 향후 납세자를 대리하는 변호사의 활약을 통하여 더욱 많은 대법원 판결이 축적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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