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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천하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尊)에서 무아 (無我)로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혹시 이 말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 아십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석가모니의 탄생 설화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석가모니는 태어나자마자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은 뒤 오른손과 왼손으로 각각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태어나자마자 걸었다는 것도 기이하지만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외쳤다는 것도 기이하기만 합니다. 이것이 사실이든 후세에 첨가된 것이든 무언가 특별한 의미가 있음이 분명합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 위와 하늘 아래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는 의미입니다. 불가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과 비견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고 오직 석가모니 부처님만이 가장 존귀한 존재임을 선포한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그럴듯한 해석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을 외친 석가모니가 29세에 출가하여 6년간의 고행과 명상 끝에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 대각(大覺), 정각(正覺)을 얻습니다. 성불(成佛)한 석가모니는 이때부터 무아(無我)를 설하기 시작합니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천상천하유아독존,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무아를 외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천상천하유아독존과 무아가 서로 대비되는 개념으로 읽혀집니다.
무아(無我)는 멸아(滅我)의 과정을 거쳐 아상(我相)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말합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상태는 어떨까요? 이 세상에 오직 나만 존귀합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며 내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나라고 하는 아상이 극에 달한 상태가 바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상태인 것입니다.

세상은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라며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부추깁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자기 인생의 왕이 되어 살고 있고 또 그렇게 되고자 합니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된 인간은 스스로 선악을 판단합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합니다. 이것이 천상천하유아독존의 모습 아닐까요?

‘아니요. 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잘 받아들입니다. 나는 겸손하며 천상천하유아독존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라며 반박하시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분 역시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상태에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고 받아들이는 이유는 그 사람의 생각이 옳다는 스스로의 판단이 선행되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결국 옳고 그름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 주체는 바로 자신인 것입니다.

무아의 경지는 어떻습니까? 내가 없는 상태입니다. 내가 없다는 것은 내 생각, 가치관, 주관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라는 것입니다. 석가모니는 진리를 발견하였고 진리 앞에서 자신의 모든 생각, 가치관을 날려 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은 이 땅에 태어난 석가모니가 인간 존재의 실상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는 성경의 가르침과도 일치합니다.

선악과를 먹고 타락한 아담과 하와의 후손인 우리들은 모두 스스로 선악을 판단합니다. 자기 판단과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수는 자기 부인(自己 否認)을 설합니다. 자기 부인이 무엇입니까? 스스로 선악을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모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을 앞둔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갈 출애굽 2세대에게 간곡하게 명령합니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서는 각기 소견 (所見) 대로 하였거니와 너희가 거기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지니라’. 신명기 12장 8절입니다. 지금까지 너희가 광야에서 각자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행하였지만 하나님이 주신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는 그렇게 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상태에 살고 계십니까, 아니면 무아의 상태에 살고 계십니까?

강정민 변호사
● 법무법인(유) 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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