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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함께여서 더 괜찮은 나날들

<나 혼자 산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데, 이는 혼밥이니 혼술이니 나홀로 가구니 ‘혼자’이고 싶은 현대인들의 강렬한 욕구가 반영된 사회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외로움을 쉽게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과 친밀하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려는 게 본능일 텐데, 요즘은 그런 본능을 거슬러 오히려 혼자있고 싶어 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혼자이고 싶은 마음이 이해는 가면서도, 함께 있으려 하지 않고 혼자를 선호하는 것은 서글픈 현실이기도 하다. 요즘은 인간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인간에 대한 회의감에 지쳐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쟁이 심화되고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나 사소한 배려심조차 사라지면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일도 많아졌다. 사람을 만나서 솔직한 감정과는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 내고,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인간관계를 만들면서 단지 잘 보이려는 목적으로 외양만을 치장하고, 약속장소에 나가서는 애써 좋은 표정을 관리해야만 하는 이런 일련의 과정에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느니, 차라리 자기 자신에게 모든 걸 투자하자는 경향도 강해졌다. 이런저런 이유로 인간관계에 대한 피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이럴 바에는 차라리 혼자 있을래’라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혼자’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거나 성찰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는데, 연애 칼럼니스트로 유명한 곽정은 작가는 ‘혼자’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관념을 제시해 주었다. 곽 작가는 몇 년 전『혼자의 발견』 이라는 책에서 진정으로 ‘함께’ 할 수 있으려면, 먼저 ‘혼자’서도 잘 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었다. 그렇다고 혼자가 더 화려하다거나 더 홀가분하다는 것은 아니고, 혼자서도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을 때, 같이도 무슨 일이든지 잘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혼자의 발견』의 연장선에서 올해 초에는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번 에세이에서는 스스로를 사랑하며 성장하는 법에 대해 담담하게 얘기하면서, 젊음이 내 곁을 떠나고 있지만 깊은 성숙이 도래했음을 훨씬 기뻐한다고 했다.

어느 날부터 사소하게 지나치던 것들이 더 이상 사소하지 않게 되고, 너무도 중요하게 생각을 사로잡았던 것들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삶을 보는 시각이 확 달라졌다고 말한다.

‘혼자’라는 단어는 인간에게 때로는 외롭고 허전한 느낌이 들게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자신 안의 아름다운 진주를 발견하고 더 많은 진주를 만들어내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 나라는 존재가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혼자’를 추구하는 일이 인생의 고비마다 또렷한 이정표가 되어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현대인이 바쁜 일상 속에 매몰되어 살아가다가, 갑자기 아주 고요하고 평화롭게 혼자 지내다 보면 그 자체로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만족감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들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 여기에서 나라는 존재만을 유심히 관찰하고 온전히 느끼게 되는 감격의 순간이다.

“ 혼자 걷는 일은 그 자체로 홀가분하다. 내가 지금 어디에서 어떤 기분으로 걷고 있는지, 지금 내 몸에 느껴지는 많은 감각은 어떤지,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언제든지 시작하고 언제든지 끝낼 수 있고 언제든지 방향과 속도를 바꿀 수 있는 혼자만의 산책은 걷는 일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기에 그 자체로 명상적이기까지 하다. 과거로도 가지 않고, 미래로도 가지 않고, 마인드풀하게 현재의 경험에 온전히 나를 맡길 수 있는 그런 시간이니까”

“ 타인의 시선에 만족스러운 내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다정한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 것이어야 한다. 살을 빼려고 애쓰는 하루가 아니라 나를 대접하고 아끼는 하루 말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서 과거에 받았던 수많은 상처들, 현재도 겪고 있는 슬픔과 좌절, 미래에 올지 모르는 고난과 역경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할 수 있을지 그에 관한 현명한 방법을 찾아보고, 스스로를 진정으로 위로하게 된다. 가끔은 바보 같고 가끔은 못난 사람 같아도, 그런 자신의 모습까지도 너그럽게 용서하고 감싸 안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솔직하게 자기 자신과 직접 대면하는 시간을 갖는 일은 때로는 민망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때로는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한 일이기에 그야말로 스스로의 ‘알을 깨는’ 작업이기도 하다. 대신에 그런 고통의 긴 터널을 지나고 보면,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이 생기면서 한층 성장하고 성숙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 삶의 좋은 것들을 누리며 즐겁게 살고 싶다. 또한 내가 선택하고 추진하는 일 안에서 한없이 몰입하는 기쁨 역시 누리고 싶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내 삶이 타인에게 소중하고 귀한 의미가 되고 있는지 돌아보는 과정이 꼭 있어야겠지.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이 더욱 아름답게 빛나도록.”

“ 자신의 인생을 완벽하게 책임지며 살아가는 온전한 내가 여기에 있다. 혼자서든 둘이서든 나는 행복하고 충만하게, 온전한 내 삶을 살 것이라는 것. 찬란했던 지난 10년이 나에게 가르쳐 준 최고의 교훈이 바로 이것이니까.”

 이렇게 성숙한 자신만의 세계를 점점 확장시켜 나아갈때,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정치적인 동물로 태어났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다. 한 개인은 별개의 개체로 존재하지만 있어도 유일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어서, 끊임없이 타인과 관계를 맺기 때문에 결국 개인은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게 된다.

혼자만의 의미 있는 시간들과 누군가와 함께 더불어 사는 좋은 시간들을 조화롭게 운영하면서, 모두가 더욱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때로는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를 보내지만, 함께여서 더 괜찮은 나날들을 위해서 나는 오늘도 사람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다시 또 혼자이다.

서원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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