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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어디에선가 먼 먼 훗날
나는 한숨 쉬며 이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걸은 길을 택했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가지 않은 길」의 마지막 부분이다. 왜 화자는 한숨을 쉬면서도 자신이 택한 길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야기할까. 평론가들에 따르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기에, 자신이 택한 길을 남들이 덜 걸은 길이라고 여기며 스스로를 위안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꺼번에 두 갈래의 길을 모두 갈 수 없고, 그렇기에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점심 메뉴 고르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이번 주에 할 일들을 어떤 순서로 진행할지, 서면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완성한 서면을 지금 바로 내보낼지 혹은 한 번 더 검토할 것인지까지- 매 순간마다 선택하며 살고 있지만 선택 후 언제나 떠오르는 건 모순적이게도 선택하지 않은 쪽이다.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보다 나아졌을까? 옛 생각에 잠 못 이루는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라서, 그때마다 事必歸正(사필귀정)을 되뇌며 그것이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의뢰인이 변론종결 직후 내게 말했다. “변호사님, 서면 읽어보고 감동해서 눈물이 났어요. 최선을 다해 주신 변호사님께 고맙습니다.” 어떤 사건인들 고민스럽지 않겠냐마는 서면을 쓸 때마다 유독 참 많은 고민을 한 사건이었던 터라 법정을 나서면서까지도 더 잘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는데, 연신 고마움을 표하는 의뢰인의 한마디에 그러한 아쉬움이 눈녹듯 사라졌다. 택한 길에 대한 불확실과 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로 점철된 나날에도 이렇게 가끔은 운이 좋게 사필귀정이 실제로 통할 때도 있다.

저물어가는 올해도 어김없이 후회가 벌써 한가득이다. 어떤 길을 택하든지 그 이후는 미지의 영역이기에 앞으로의 남은 시간도 후회할 수밖에 없을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한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비록 한숨 쉬며 이야기를 할지언정, 내가 걸어온 길을 먼 훗날 부끄럽지 않게 말할 수 있기를, 그런 인생이 되길 바란다.

 

손도형 변호사
● 법무법인(유) 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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