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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랄리스트 페이퍼』와 『미국의 민주주의』

들어가며

1776년 독립선언으로 탄생한 미국은 로마 공화정 이후 역사에 나타난 최초의 공화국이었으며, 또한 도시국가를 넘어 국민국가 규모에서 민주주의를 구현한 역사상 최초의 국가였다. 이처럼 미국이 역사상 최초로 구현한 ‘민주공화국’은 이후 대부분의 국가로 확산되어 현대 세계의 가장 지배적인 국가이념이 되었다. 이것은 미국이 채택한 공화주의와 민주주의가 당시 인류가 맞이하던 근대 세계에 적합한 이념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미국이 이후 패권국으로 거듭나면서 ‘민주공화국’ 체제의 우수성을 입증하였기 때문인 것으로도 생각된다.

세계 대부분의 민주공화국은 미국을 참조하여 국가체제를 수립하였다. 그중 대한민국은 미국의 통치를 거치며 헌법을 제정하고 민주공화국으로 건국되었으며, 이후에도 미국의 막대한 영향을 받으며 민주공화국 체제를 발전시켰다. 그런 만큼 대한민국이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관하여 고찰하고자 할 때, 미국의 건국이념과 건국형태에 대한 고찰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의 건국이념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쓴『페더랄리스트 페이퍼』에, 미국 건국형태는 토크빌이 쓴『미국의 민주주의』에 당대의 생생한 목소리로 기록되어 있다. 이 책들에서 소개된 미국의 건국이념과 건국형태에 대하여 살펴보면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도 고찰하여 보고자 한다.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 건국의 아버지들이 지향하던 미국의 모습

미국의 연방헌법은 1787년 필라델피아 제헌회의를 통해 그 도입 논의가 시작되었으며, 그 도입을 지지하는 연방주의자와 이를 반대하는 반연방주의자들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에서 연방헌법을 지지하던 연방주의자 3인(알렉산더 해밀턴, 제임스 매디슨, 존 제이)이 뉴욕의 『인디펜던트 저널』등에 연방헌법의 내용 및 필요성에 관한 85편의 논설을 기고하였으며, 이 논설들을 모은 책이『페더랄리스트 페이퍼』(연방주의자 논고, 이하 ‘논고’)이다. 이후 논고의 저자들이 논고에서 주장한 내용을 바탕으로 초안을 작성한 연방헌법이 1789년 통과되어 미국 연방정부가 탄생하였고, 따라서 논고는 미국 연방헌법의 해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참고문헌이 되고 있다.

논고의 저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번영을 위한 국민의 통합이었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한 통합은 반대파에 대한 배제나 억압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에 대한 사려 깊은 조정 및 소수자에 대한 충실한 보호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었다. 따라서 논고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강한 연방정부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점, 그 결과 소외당할 수 있는 소수자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논고의 저자들은 미국의 독립전쟁을 거치면서 주(州) 사이의 파벌 경쟁과 그로 인한 국민의 분열이 공동체의 미래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하였고, 강한 연방정부의 수립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다만 이들은 강한 정부의 수립을 주장하면서도, 그로 인해 배제당할 수 있는 소수자의 보호 또한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였으며, 따라서 국민의 다양한 이익 충돌의 조정과 다수의 횡포로부터의 소수자 보호를 위하여 연방제와 대의제, 권력분립제, 주기적인 선거와 특히 사법부에 대한 두터운 보호를 제안하였다. 이들이 위와 같은 생각을 담아 제정한 미국 연방헌법은 세계 유일의 패권국으로 거듭난 미국의 번영의 초석이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 ‘민주공화국’의 성공을 위해
미국이 갖고 있던 조건들

프랑스 귀족 출신의 정치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은 1831~1832년에 미국에 체류하면서 그 정치와 사회를 관찰하여『미국의 민주주의』(제1권 1835년, 제2권 1840년, 이하 ‘미국의 민주’)를 저술하였다. 미국의 건국이념을 담은 논고가 미국의 ‘지향’을 뚜렷이 드러냈다면, 미국의 민주는 당시 인류 역사에 최초로 등장한 민주공화국인 미국 초기의 모습을 담아내어, 미국에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했던 ‘현실적 조건’에 대하여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민주에는 논고에서 제시된 연방헌법, 대의제, 삼권분립제 등이 그로부터 약 40년 후 미국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생생한 사례들로 가득차 있다. 나아가 미국의 민주는, ‘민주공화국’ 미국이 번영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조건들에 관하여도 서술하고 있다, 그것은 ‘공공정신’과 ‘평등’이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정신이 무엇인지 물으면 아마 대부분이 가장 먼저 ‘자유’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토크빌이 본 자유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아니었다. 토크빌이 본 미국의 자유는 모든 것이 허용되는 ‘자연적 자유’가 아니라 시민으로서의 특정한 제약이 주어진 ‘시민적 자유’였다. 토크빌은 그 ‘제약’이 미국의 더 중요한 특징이라고 보았으며, 그것은 ‘공공 정신’과 ‘평등’이었다. 그리고 그 특징들은 논고의 저자들이 핵심적으로 추구하던 가치와 일치하였다.

논고의 저자들이 추구하였던 ‘번영하는 공동체’는 ‘공적 이익’을 추구하며 공동체 운영에 참여하는 시민의 덕성, 즉 ‘공화주의적’ 덕성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그런데 누구나 공동체의 주인인 민주국가에서, 타인에게 공적 참여를 강요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그 덕성은 강제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발현되어 공동체에 참여하는 정신이어야 했다. 미국의 시민들은 당시 유럽보다 자유롭고 자율적인 사회제도와 분위기 속에서, 공동체의 주인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활발하게 공적 참여를 수행하는 문화를 누리고 있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은 중앙과 지방 모두에서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공동체 운영을 보여주고 있었다.

더하여 당시 미국에서는 ‘평등’이란 조건 역시 위와 같은 활발한 공적 참여의 기반이 되고 있었으며, 이는 토크빌이 본 민주공화국 미국의 번영의 또 다른 조건이기도 했다. 이 평등이란 계급·물질 등의 타고난 조건에 의하여 사람의 가치가 결정되지 않으며, 누구나 자신이 노력하여 성취한 만큼 존중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을 의미했다. 당시 신분제의 제약으로 인한 무기력이 남아있던 프랑스의 귀족인 토크빌의 눈에는, 미국의 이 같은 특징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발전·진보하려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보였다. 이같이 평등을 위하여는 성취를 위한 기회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열려있어야 한다는 점과, 소수자들이 배제당하지 않고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이 지켜져야 했으며, 이는 논고의 저자들이 공동체를 위해 소수자를 배제하지 않고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과도 일치했다.

나가며

물론 지금의 미국은 논고 및 미국의 민주 당시의 미국과 다르다. 지금 미국은 건국 이래 수많은 변화를 겪었으며,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추구하던 ‘통합’과 ‘공공 정신’, ‘평등’에서 벗어나 심한 정치적·경제적 양극화로 분열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한때 민주공화국 번영의 조건인 위 가치들에 대한 추구를 통해 번영하였으나, 현재 역시 그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두 민주공화국의 번영의 조건들이 달라진 지금, ‘민주공화국’의 현재와 미래에 대하여 다시금 근본적으로 고찰해 보아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그러한 고찰을 하고자 할 때, 민주공화국의 성립과 번영의 조건에 관한 가장 근본적인 고민을 담은 두 책인『논고』와『미국의 민주』의 저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임준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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