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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관재인의 유감遺憾

필자는 2009년 12월에 서울중앙지방법원 개인파산관재인에 선임되어 지금에 이르렀으니 개인파산관재인으로 직무를 수행한 지 거의 만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도산제도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개인파산제도 실무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개인파산의 경우 종전에는 담당판사가 기록검토, 보정명령, 심문 등을 통해 채무자에 대한 재산조사를 마친 다음 파산선고와 동시에 파산절차를 폐지하고, 면책절차에서 채권자의 이의가 없으면 면책결정을 하는 동시폐지를 원칙으로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직권진행주의는 파산신청 후 파산선고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사건이 적체되는 등 신속한 절차 진행이 어려웠고, 부인권대상 행위나 면책불허가 사유가 존재하여 예외적으로 파산관재절차로 회부되는 사건의 경우에 파산관재인 선임비용이 고액이어서 이미 경제적 파탄에 빠진 채무자가 파산절차를 이용하는 데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법원은 파산절차 실무를 종전의 동시폐지원칙에서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여 파산관재절차에 회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변경하였다. 제도적인 변화로는 2017. 3. 1. 첫 도산전문법원인 서울회생법원 출범, 영업자 개인파산사건의 토지관할 확대,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개인도산사건 관할권 부여, 최종 3개월분의 임금 등에 대한 우선변제권 인정(제415조의2 신설) 등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위와 같은 많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파산관재인에 대한 비판이다. 파산관재인은 파산절차의 중심적 기관으로서 재산환가와 배당, 부인권대상행위 및 면책불허가사유 존재여부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파산관재인의 선관주의의무와 채무자 측의 이익이 충돌하다 보니 갈등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파산관재인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파산관재인과 채무자가 항상 긴장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파산절차는 채무자 재산 등의 적정하고 공평한 청산뿐 아니라 채무자에게 경제적 재기와 갱생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러므로 파산관재인은 채무자의 경제적 갱생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파산절차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많은 채무자와 만나게 된다. 파산관재인은 채무자와 면담하면서 부부 모두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있는데도 신청비용이 없어 부부 중 일방만 파산신청을 한 경우에 회생법원 등이 실시하고 있는 소송구조를 신청해 주기도 하고, 채무자 자신에게 양육비청구권이 인정되는지를 몰라 10년 넘게 양육비청구를 하지 않은 채 홀로 자녀를 부양하는 싱글맘에게 양육비청구제도 및 법률구조공단의 소송구조제도 또는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안내하기도 한다. 그리고 부모의 사망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인하여 노숙인으로 생활하던 채무자가 면책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소득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 사례에서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취업성공패키지 등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등 채무자가 경제적 재기를 위한 새 출발을 하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노력한다. 그럼에도 파산관재인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고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은 파산관재인이 파산절차에서 갖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개인도산사건 신청대리인들께 한 가지 제언을 하고 싶다. 파산관재인과 채무자가 면담을 할 때 신청대리인도 동행하는 것이다. 신청대리인이 직접 동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나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업무담당자가 채무자와 동행하는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개인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 업무지침에 지원변호사는 채무자의 파산관재인의 면담기일에 채무자와 함께 1회 정도는 참석하도록 노력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원변호사에게 최소한 1회 정도 면담기일에 참석하도록 권고하는 것은 파산절차에 당사자주의적 진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파산관재인의 면담 실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파산관재인은 현행법상 파산절차의 중추적인 기관임을 부정할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파산절차의 모든 이해관계인이 함께 궁리하여 개선해야 한다.

이이수 변호사
● 법무법인 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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